100년 전 캐나다로의 시간여행, 사스카툰 서부개발박물관 붐타운
- 센티멘탈 여행기/세 번째 캐나다
- 2015. 10. 10. 03:22
캐나다 중부의 넓은 곡창지대인 사스카츄완 주. 이곳에는 개척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서부개발박물관(Western Development Museum)이 있다. 노스 배틀퍼드(North Battleford), 새스커툰(Saskatoon), 요크턴(Yorkton), 무스조(Moose Jaw)에 있는 박물관에는 각각 농업, 경제, 이주민, 교통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약 100년 전 도시를 재현해 놓은 '붐타운(BoomTown)'과 '교통수단 박물관(Bihicle Museum)'을 둘러볼 수 있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서부개발박물관을 대표하는 붐타운을 소개한다.
100년 전 캐나다로의 시간 여행, 1910 붐 타운
한 화면에 다 담기 어려워 광각렌즈로 촬영한 서부개발박물관(Western Development Museum / 1910 Boomtown)
100여 년 전 캐나다의 모습은 어땠을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쳐봤던 풍경이 그려진다. 덜컹거리는 마차에 간단한 살림살이만 싣고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오랜 시간을 달려온 사람들,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은 먼저 깃발을 꽂는 사람이 땅의 주인이다. 거대한 밭을 일군 농장주, 철도건설을 위해 건너온 노동자들, 인형 하나 달랑 안고 부모를 쫓아 나선 아이들까지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안고 사스카츄완주에 정착하게 된다.
사스카툰에 있는 '1910 붐타운(BoomTown)'은 이들이 정착해 이룬 도시를 원형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박물관이다. 수천 수 만 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 사스카츄완 주로 이동하던 때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이었던 19세기 말 정도라면, 1910 붐타운은 20세기 초, 영화로 치면 '타이타닉' 정도 되는 부흥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사스카츄완 주는 정착민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는 농업이 있었다. 붐 타운(Boom Town)은 농사를 짓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인해 갑작스럽게 호황을 누리게 된 도시, 즉 신흥 도시를 의미한다.
▲ 부동산, 소방서, 병원, 학교, 교회 등 한 도시를 이루기 위한 생활기반 시설 건물이 30여 개나 전시되어 있다.
이 곳에는 서부 개척시대의 도시에 있던 30여 개의 건물이 전시되어 있다. 평범한 가정집부터 슈퍼마켓, 정육점, 세탁소, 대장간, 관공서 등뿐 아니라 최근에 문을 연 장례식장까지 도시를 이루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실제 크기로 재현되어 있다. 과거에 사용하던 마차와 테이블, 옛 소품 등이 길을 따라, 또는 상점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민속촌 같다.
▲ 영국 국기가 걸린 학교 풍경
▲ 20세기의 우아한 소방차. 말이 끌 수 있도록 마차 형태를 띠고 있다.
▲ 테이블보, 식기, 시계 같은 장식품 하나까지 옛 물건을 그대로 수집해 전시해 놓았다.
▲ 사진관에서는 실제로 관람객들이 20세기 전통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다. (유료)
놀람 주의~! 박물관이 살아있다.
▲ 집무를 보는 공무원
나는 옛 물건들을 보는 재미에 빠져 모든 건물을 다 들어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몇 집이나 돌았을까? 카메라에 찍힌 사진들을 확인하며 다음 가게에 들어서는데, 앗~! 깜짝이야! 웬 사람이? 가만 보니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었다. 어디엔가 센서가 달렸는지, 마네킹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리얼한 소리도 들려왔다. 할로윈 시즌이나 특별한 손님들이 오는 경우에는 실제로 사람이 마네킹처럼 앉아있다가 깜짝 놀래주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는데 살짝 어두운 이곳의 분위기에 뭔가 움직이기까지 한다면...? 상상만 해도 으스스하다.
▲ 고기를 다듬는 정육점 주인, 벽에 걸린 칼들은 모두 실제 사용했던 것이라고 한다.
▲ 동네 슈퍼, 따뜻한 난로 옆에 모여 장기를 두는 사람들
▲ 출정 준비를 하는 RCMP(캐나다 왕립 기마대)의 모습이 리얼하게 재현되어 있다.
재미있는 소품들이 가득, 100년 전에도 이런 물건이?
1910 붐타운의 매력 중 하나는 상점마다 진열된 클래식한 물건들이다. 요즘 '복고'가 유행이라 그런지 고풍스러운 소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어떤 물건은 현재에 쓰이지 않거나 너무나 많이 발전해서 옛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옛것이 훨씬 아름답고 환경친화적으로 보였다. 마트 유리장에 진열된 사탕과 캐러멜 등을 보며 예나 지금이나 동서를 막론하고 아이들은 똑같았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 말 안장을 파는 곳. 하나의 안장에 이렇게 많은 부품이 필요하다.
▲ 우아하고 아름다운 치과 풍경(좌), 페달을 밟아 입에 바람을 불어넣는 기구가 인상적이다.(우)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들
▲ 머리에 풍선같이 건초 가스를 이고 달리는 자동차
서부개발박물관 1910 붐타운에는 과거뿐 아니라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마련되어 있었다.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발명가들의 '개척자 정신'을 기리기 위한 물건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현재에 봐도 재미있는 의 전기차, 가스차가 내 시선을 끌었다.
전시장의 끝 부분에는 'CANADA DAY 1'이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사스카츄완에 오게 되었는지, 정착 과정이 얼마나 터프했는지를 사진과 글, 영상 등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여기에는 실제로 캐나다에 이주한 교포, 혹은 2세, 3세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고 있었는데, 100년 전의 붐타운과 현재의 사스카츄완이 오버랩되며 얼핏 핑크빛으로만 보이던 이민자들의 삶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이민자의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좌), 한국 유학생의 '아이스크림(I Scream)라는 비디오 작품(우)
비단 사스카츄완의 과거뿐 아니라 서부개척시대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 서부개발박물관.
과연, 사스카툰 지역 트립어드바이저 순위 1위에 빛나는 전시였다.
[여행 Tip]
http://www.wdm.ca/stoon.html
주소: 2610 Lorne Avenue Saskatoon, SK S7J 0S6
전화: (306) 931-1910 Toll Free:(800) 363-6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