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를 맛보다, '푸드 트럭 투어'
- 센티멘탈 여행기/세 번째 캐나다
- 2016. 6. 7. 07:30
먹방의 열풍은 여행 트렌드도 바꾸고 있다. 오직 '먹기 위해' 떠나는 푸디 투어(Food Tour)가 생길 정도. 특히 이민자의 도시, 캐나다 밴쿠버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중국, 인도, 태국, 베트남, 한국 등 대표 음식을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어 먹방 여행을 떠나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하루 세 끼만이 허락될 뿐...
욕심이 나지만 짧은 일정에 더 먹을 수 없어 한스럽다. 먹방 투어를 하기에는 처음 가는 길이라 헤매는 시간도 아깝고, 비용도 문제다. 이럴 때 참여하면 좋은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밴쿠버 푸디 투어(Vancouver Foodie Tour)'.
'밴쿠버 푸디 투어'는 2시간 만에 도심에 흩어져 있는 맛집을 훑어주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좀 생소해도 나름 트립어드바이저 밴쿠버 투어 중 랭킹 1위, 2015 트립어드바이저 Certificate of Excellence 선정, 각종 외신에서 캐나다에서 꼭 해봐야 할 투어 중 하나로 손꼽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투어다. (사실 나도 밴쿠버 여행을 계획할 때, 트립어드바이저를 참고하다가 알게 되었단.)
투어는 몇 가지 테마 프로그램으로 나눠지는데, 1) 그랜빌 아일랜드 시장(Granville Island Market)에서 신선한 과일과 음식을 맛보는 것, 2) 점심 시간에만 출몰하는 명물, 푸드트럭을 찾아 다니는 것, 3) 팬시한 유명 레스토랑을 돌며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것, 4) 개스타운 맥주 투어 등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신청한 프로그램은 밴쿠버 푸디 투어 중 유일하게 아이와 함께인 가족 여행자가 참여할 수 있는 '푸드 트럭 투어(World's Best Food Truck Tour)'~! 가이드와 함께 밴쿠버 다운타운을 걸으며 이곳의 명물인 푸드 트럭 맛집을 찾아다니는 코스다.
자, 그럼 함께 떠나볼까?
코스 1. 수제 소시지에 김가루 솔솔, 자파도그 (JAPADOG)
▲ 밴쿠버 시내 번화가에 자리잡은 자파도그
밴쿠버의 푸드트럭은 대부분 11시부터 준비를 시작해 3시 경에 문을 닫는다. 12시 무렵, 점심시간이 되면 푸드트럭도 피크타임을 맞으니 여행자들은 서둘러 투어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투어 미팅 타임은 11시. 밴쿠버 도심에서도 중심가인 버라드 거리(Burrad St.)의 문 닫은 자파도그 수레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도착하니 푸디투어의 로고가 찍힌 빨간 티셔츠를 입은 가이드와 두 명의 일본인 유학생, 두 아이와 함께인 영국인이 다른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핫도그 전문점을 운영한다는 부부와 캐나다 퀘백에서 여행왔다는 한 커플이 합류했다.
우리는 각자 소개를 한 후, 좋아하는 세계 음식을 이야기 했다. 중국음식, 인도음식.. 스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 의외였다. 아이들은 단연 '피자'. 나는 태국 음식이라고 답했다. 가이드는 우리가 답한 음식들을 밴쿠버에 있는 수 많은 푸드트럭에서 대부분 맛볼 수 있다고 했다.
▲ 많은 음식을 맛보려면 반 조각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자파도그가 문을 열었고, 가이드가 첫 번째 음식을 가져왔다. 자파도그는 2005년에 일본에서 건너온 한 광고인이 차린 밴쿠버의 첫번째 푸드트럭이다. 일본식(JAPA) 핫도그(DOG)라는 이름을 내걸고, 소시지에 양파와 마요네즈, 김가루를 뿌린 '쿠도부타' 핫도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밴쿠버 내에 벌써 지점도 여러 개 있다.
핫도그에 마요네즈와 김가루라니. 과연 어울릴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본에서는 부침개에도 마요네즈를 뿌려먹지 않는가? '치킨 마요 덮밥'이라는 메뉴도 있다. 당연히 내 입맛에 잘 맞았다. 육즙이 팡팡 터지는 짭짤한 수제 소시지도 별미였다. 앞으로 여러 개의 음식을 맛봐야 하니 한 사람당 정해진 양은 반쪽씩이었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은 터라 아쉽기만 했다.
코스 2. 홈메이드 스타일, 맘스 그릴드 치즈 (Mom's Grilled Cheese)
▲ 예상과 달리 커다란 트럭에서 근육질의 여인들이 내주는 그릴드 치즈. ^^
맘스 그릴드 치즈의 시작은 싱글 맘이 아이를 돌보며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고심 끝에 개업한 작은 푸드 트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밴쿠버에서 손꼽히는 유명 푸드 트럭 중 하나~! 빵 속에 치즈를 넣어 구운 단순한 메뉴이지만 신선한 빵과 풍미 좋은 치즈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릴드 치는 짭짤하지만 맛이 좋았다. 상큼상큼 레몬 민트 소다에는 럼주를 한 방울 섞고 싶은 충동이.
내가 맛본 것은 '베이컨과 구운 치드를 곁들인 사워도우 체다'와 민트를 아낌없이 넣은 '레몬 소다'. 한참을 걸은 후라 시원한 것이 당겼는데, 얼음 가득한 레몬소다가 정말 반가웠다. 평소에도 아침 메뉴로 종종 빵 사이에 간단히 버터와 체다 치즈를 녹여먹는 터라 짭짤한 치즈 메뉴도 좋았다.
▲ 트럭 뒤에는 엄마 다리에 매달린 아이가 있다.
맘스 그릴드 치즈에서는 매년 10월에 치즈 페스티벌을 벌인다고 한다.
치즈 빨리 먹기 대회에서 1등을 하면 1년간 맘스 그릴드 치즈 무제한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는~!
코스 3. '생선을 타코에?!' 이색 타코, 타코피노 (TACOFINO)
맘스 그릴드 치즈를 맛본 후, 밴쿠버 도심을 걸으며 가장 오래된 호텔이며, 친환경적인 교통 시스템, 벤쿠버 푸드 트럭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었다.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도착한 곳은 다시 원점. 알고보니 다음 코스인 멕시칸 푸드 트럭이 치즈트럭 바로 옆에 있어서 일부러 산책을 한 것이었다.
소프트 타코에 가늘게 채친 양배추를 듬뿍 올리고, 생선 튀김과 살사를 올리면? 타코피노에서 가장 잘 팔리는 '버마 스타일 생선 타코'가 된다. 타코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로만 만든다는 편견을 깬 음식. 이 타코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타코피노는 다운타운 내 개스타운에 다른 지점을 오픈했다.
직접 맛보니 탱글한 통 생선살이 바삭한 튀김옷, 양배추와 함께 아삭하게 씹힌다. 뭔가 재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건강한 맛이랄까? 점점 배가 불러왔지만, 먹방을 멈출 수는 없었다. 타코피노에서는 생강 소금이 들어간 초콜릿 디아블로 쿠키를 후식으로 제공한다. 길티 플래져라고. 정말 달고 진하고 맛있더란.
코스 4. 밴쿠버 최고의 푸드 트럭, 소호 로드 난 케밥 (Soho Road Naan Kebab)
드디어(?) 푸드 트럭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소호로드 난 케밥'에 도착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했던가? 겉 보기엔 작아보이지만, 안에 난을 굽는 탄두리 오븐을 가지고 있는 범상치 않은 트럭.
▲ 난을 굽던 요리사가 카메라를 보더니 포즈를 취했다.
▲ 옆에 한국 음식을 하는 푸드트럭도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소호로드 난 케밥'은 2012 밴쿠버 푸드트럭 테이스팅 콘테스트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푸드트럭이다. 점심시간이면 긴 줄을 서야 할 만큼 인기가 좋지만, 현재까지도 초심을 잃지 않는 밴쿠버 최고의 푸드트럭이라고.
이곳의 대표 메뉴인 '버터 갈릭 치킨 난'을 맛봤다. 아...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푸디 투어의 마지막 코스라 너무나 배가 불렀지만, 한 판이라도 다 먹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감칠맛에 매혹됐다. 비법은 트럭에서 갓 구워낸 따끈한 난과 치킨, 특제 소스.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아 한국에 들여오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그저 그런 길거리 음식이 아니다.
밴쿠버 푸드트럭이 특별한 이유
투어를 마친 후, 벤치에 앉아 타코피노에서 준 초콜릿 디아블로 쿠키를 한 입 깨물었다.
자연스레 거리에 늘어선 푸드 트럭에 눈길이 갔다.
길거리 음식이라기에는 너무나 잘 관리되고 있는 조리시설과 음식의 품질,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양성. 과연 밴쿠버의 명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밴쿠버에서는 시 차원에서 중소 자영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푸드트럭 사업을 관리, 지원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푸드 트럭 축제와 대회를 열어 우승자에게는 넉넉한 상금과 혜택도 준다고. 처음 시작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2008년과 2010년에 800개의 거리 음식점을 허가해 주고, 운영 상황을 지켜보며 여러가지 법과 기준을 만들었다는데 그 기준이 아주 까다롭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저 한 대의 푸드 트럭 뿐이지만, 밴쿠버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려면 여러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매일 일정한 시각에 지정된 장소에 푸드 트럭을 끌고 나왔다가 들어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음식을 개발하고 저장하는 별도의 보급소(commissary)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들의 건강검진 확인서는 물론이고 트럭의 시설을 유지보수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기술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판매하는 음식과 지역이 중복되지 않도록 요리의 종류도 관리한다.
과연 이렇게 엄격한 조건들을 중소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다 만족시킬 수 있을까 싶지만, 중요한 건 음식이 독창적이고 맛있다면 대부분 시에서 지원해 준다는 것. 때문에 길거리 음식이지만 길거리 음식 답지않은 품질과 맛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는 120개의 푸드트럭들이 점심시간마다 밴쿠버 골목을 지키고 있다.
총 4곳의 푸드트럭을 방문했고, 6개의 음식을 맛 봤으며, 걷는 중간중간 밴쿠버의 도시 계획과 역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포토스팟에서 기념 사진은 덤~!
가이드와 함께라 헤매지 않았고, 먹방 뿐 아니라 이런저런 공부까지 할 수 있어 교육적이기도 했다. 평소 캐나다나 밴쿠버, 음식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가이드에게 물어볼 수 있었고, 소그룹 투어라 다양한 지역에서 온 구성원들과 소통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거리를 걸으며 음식 뿐 아니라 밴쿠버라는 도시 자체를 맛볼 수 있었던 밴쿠버 푸디 투어.
밴쿠버 여행을 계획중인 '먹는 것에 관심 많은' 가족여행자에게 강추한다.
[여행 Tip] 밴쿠버 푸드트럭 투어
- 투어 일정: 월~금 오전 11시 ~ 오후 1시 (2시간)
- 출발 인원: 4~15명
- 이동 거리: 1.6Km, 걷는 시간은 30분 정도.
- 예상 비용 (캐나다 달러): 월~목 $49.99/ 금 $53.99 + Tax + 팁(15~20%)
※ 3세 이상, 12세 이하는 $10 할인
- 준비물: 물, 간편한 복장, 운동화, 아침은 간단하게 먹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