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란 이런 것! 삼척의 매력에 빠지다 - 3박 4일 검봉산 자연휴양림 캠핑 스케치

지난 광복절 연휴, 삼척에 있는 검봉산 자연휴양림에 다녀왔다. 

천운이 따라야 예약할 수 있다는 '여름 성수기 자연휴양림' 추첨에 당첨이 되었던 것~!


여름휴가는 이미 다녀왔지만, 가족 모두 바다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스티브와 나는 신청 마감일까지 지원자 현황을 보며 눈치작전을 펼쳤고, 가장 사람이 적게 몰린 곳에 지원했다. 응모는 숲속의 집과 야영장에 각 한 번씩 할 수 있었는데, 경쟁률 6:1이던 야영데크가 운좋게 남편 이름으로 예약 되었다. (올해 평균 경쟁률은 9.4:1 이었다고.) 그것도 2박 3일이나~! 이후 짬 날 때마다 휴양림 앱을 들락거리던 남편은 결국 이삭줍기에도 성공해 1박을 추가 했다. 


이로서 8월 13(토)~16(화), 꿀 같은 3박 4일 삼척여행이 시작되었다.



Day 1. 7번 국도를 따라, 삼척으로


▲ 아무나 찍어도 그림이 되는 장호항 풍경. 그야말로 쪽빛 바다다.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한 장의 사진. 

페이스북에서 떠도는 장호항의 풍경을 본 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 몇 달째.  

드디어 출발~!



사실 떠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어서 출발이 좀 늦었다. 연휴 시작 토요일의 도로 정체는 상상을 초월했고, 막히는 길을 뜷고 삼척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다 넘어간 후였다. 320Km. 속초까지 200Km니까 그 절반쯤 더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쉬엄쉬엄 가다보니 8시간이 지난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도 7번 국도를 타고 동해를 따라 달리는 길은 정말 좋았단.  



늦었어도 캠핑 사이트를 예약했으니 텐트를 쳐야했다. 서둘러 사이트를 구축하고 저녁을 먹으니 9시. 

부지런한 캠퍼들은 이미 잘 준비를 하는 시간. 우리도 아이들을 씻겨 재우려는데, 갑자기 밖이 환해졌다. 

옆집에서 야외에 프로젝터를 설치한 모양이었다. 세 가족이 같이 왔는지 아이들이 꽤 많았다.  


불빛, 소음에 우리 아이들은 텐트 밖이 궁금하고.... 

'정중하게 얘기를 해볼까?' 잠시 캠핑 매너에 대해 얘기하던 남편과 나는 이내 마음을 바꿔먹고 '차라리 같이 보자'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캠핑장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본 아이들은 어찌나 좋아하던지. 피할 수 없을 땐 차라리 즐기는 것이 맘 편하다.



Day 2. 한국에 이런 곳이?! 장호항과 임원항


▲ 이상 고온으로 날파리가 많았던 검봉산 자연휴양림. 신기하게도 해가 지면 사라졌다. 그래도 모기 없어 다행이라 생각했으나 다음 날 비가 오더니 모기 급증. 휴가기간 동안 스티브는 160 여 군데를 물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다음날 아침은 계란과 가져온 반찬으로 간단하게 먹고, 장호항으로 향했다. 


▲ 오전 9시 무렵, 장호항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초입부터 갓길 주차가 되어있어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도 풍경만큼은 예술. 


동해의 숨은 낙원, 한국의 나폴리(통영도 나폴리라더니...;)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장호항~!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의 숨은 여행지였으나 최근 '스노클링이 가능한 여행지'로 입소문이 나 올 여름엔 정말 많은 사람이 찾은 듯 했다.  



도로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내려가는 길. 나름 이른 시각이라고 9시쯤 갔는데 구명조끼, 스노클 등을 빌리는 장비 대여소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 장호항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풍경


인파를 뚫고 드디어 도착한 아름다운 장호항. 검봉산 자연휴양림에서는 차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진정 '아름다운 우리나라'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 

물이 차갑기로 유명한 동해안이지만, 병풍처럼 암석이 둘러져 있어 수영하기 좋은 환경이다.  



다만, 장호항은 모래사장이 전혀 없는 암석지형으로 조금만 나가면 수심이 급격히 깊어진다. 

어린 아이들이 놀기엔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튜브놀이보다는 스노쿨링을 할 수 있는 아이들과의 여행에 추천~!  


장호항의 진짜 매력은 맑은 물 속으로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물고기와 해양생물이다. 동남아시아 바다에서 보던 화려한 물고기를 볼 수 없다고 실망하지 말자. 숨대롱을 물고 석벽을 따라 한바퀴 돌면 우렁, 성게, 불가사리와 각종 해조류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해조류 사이로 바위 색으로 위장한 물고기 떼가 노닌다. 바위 틈에는 바다장어와 제법 큰 숭어도 보인다. 운이 좋으면 은빛 멸치떼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많을 때는 물이 탁해진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볕이 드니 얕은 바다에서는 물 밖에서도 작은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소원하던 바다를 만나 신 난 딸내미. 스노쿨링이 오랜만이라 처음엔 살짝 겁을 내더니 이내 적응했다. 

2년 전에 꼬따오에서 사준 스노클 마스크가 좀 작은 걸 보니 아이가 훌쩍 큰 게 실감난다.


▲ 각자의 방법으로 바다를 즐기는 가족


물에서 놀다보니 배가 고파졌다. 장호항 근처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늘이 없어서 쉬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짐을 싸 모래사장이 있는 휴양림 근처 임원항으로 이동했다. 


▲ 라면은 해변라면이 진리?! 나는 해변에서 취사가 된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에 간단히 버너와 주전자 정도만 챙겨갔는데, 주변에서는 대부분 불판을 걸고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따로 취사구역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물론 나도 그 풍경에 일조하긴 했지만. --;)   


한낮 기온 36도.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해변은 맨발이지~!'하며 슬리퍼를 벗고 나섰다가 화상 입는 줄 알았다. 


휴대폰에서는 폭염 재난문자가 울려 대고, 나는 질세라 뜨거운 모래 위에 불을 지폈다.



지난 몇 년간 스쿠버 다이빙과 보트 자격증을 따고, 수영에 서핑 강습까지 받은 (그러나 그 후로 수영 말고는 한번도 해볼 기회가 없었던 비운의) 바다 사나이, 스티브.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맥주 한 캔을 기울이니 천국이 따로 없다. 태양과 바다를 사랑하는 우리는 여름이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한참을 놀다보니 하늘이 심상치 않다. 동물적 감각으로 날씨를 감지하는 스티브. 다행히 비 오기 직전에 캠핑장에 도착해 물건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방울. 이번 캠핑을 준비하며 조금 큰 타프를 하나 장만했는데, 첫 사용이라 그런지 발수력이 정말 좋았다.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아이들은 이번에야말로 빗물을 받아 세수를 하겠다며 설거지 통을 들고 나섰다. 어차피 수영복 차림이라 짠기도 날릴 겸 그냥 두었다.  


▲ 점점 잦아드는 빗방울이 못내 아쉬운 둘째군. ㅎ



Day 3. 여기가 진짜~! 갈남항


▲ 아이와 함께 하기 좋은 갈남항


삼척에는 바다 뿐 아니라 산과 계곡, 동굴 등 볼 거리가 무척 많다. 그러나 우리는 '바다'를 즐기러 왔으니 일정을 온전히 바다에 투자하기로 했다. 삼척여행 셋째날엔 장호항 바로 옆에 있는 '갈남항'으로 향했다.    



갈남항은 장호항에서 이어지는 해변인 만큼 비슷한 암석이 많았다. 다른 점은 여기에 모래사장도 있다는 것.

암석이 솟아있는 곳 까지는 야트막한 모래 해변이 있어 그늘막을 치고 놀 수 있다. 아이들 놀기에도 정말 좋은 환경. 



스노클링에 재미가 붙은 아이들은 얕은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때로는 스티브와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조금 먼 바다까지 나가기도 했다. 수종은 갈남항이 더 풍부했고, 제법 큰 물고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헤엄치며 햇빛에 반짝이는 은빛 멸치떼를 만났을 때의 그 희열이란...~!



남편은 제법 큰 우렁들을 건져왔다. 아이들은 바위 틈에서 게를 잡았다.  



한바탕 수영을 한 후, 아이들은 모래놀이를. 우리는 해변의 망중한을 즐겼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확실히 전날 보다 사람이 적었다. 


Day 4. 휴가의 끝을 잡고, 여름 안녕.



밤새 비가 내려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침엔 햇빛이 쨍쨍했다. 



철수하는 날 너무 맑으면 더워 고생이라지만, 텐트를 따로 말리지 않아도 되니 마음은 가벼웠다. 



철수 후 자연휴양림에 왔으니 숲 속 산책이라도 해보자며 나섰다가 나방 유충을 발견한 아이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삼척 시장에 들러 끼니를 해결했다.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삼척 인심을 볼 수 있는 정이 넘치는 곳이었다.  



정체가 두려워 무리해 평일 휴가까지 냈는데,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도로에 차가 꽤 많았다.

그래도 아름다웠던 동해 풍경, 즐거웠던 지난 며칠의 기억에 조금 덜 힘들었다. 


벌써 가을의 문턱이라니... 

점점 국내여행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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