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을 보내며...

2018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한 해였다.

아직 올해가 많이 남았지만, 여름이 지나면 늘 한 해가 다 가는 기분. 너무 열심히 놀아서 그런가?


둘째군이 입학을 했다. (나는야 이제 진정한 학부형!), 

한글도 늦게 떼고, 뭐든 더디게 배우는 녀석이라 많이 걱정했는데, 한 학기 지나 돌아보니 나름 잘 쫓아가고 있어 신통방통.

큰 아이는 이제 4학년이 되었다. 고학년 대우를 해달라는 것을 보니 슬슬 사춘기가 시작되는 듯. 


큰 맘 먹고 두 번의 해외 여행을 다녀왔고, 그 중 한번은 남편의 안식휴가를 겸한 긴 여행이었다. 

통장 잔고는 다시 바닥을 찍었지만, 그만큼 가족의 행복지수는 높아졌다고 믿는다. 

주변의 우려에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되나 고민해보지만, 아직 버킷 리스트 속 여행지가 너무 많다.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올 2월은 평창올림픽의 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일 TV에서 보여주는 올림픽 소식에 우리도 평창행.


세계 대회라 그런지 삼엄한(?) 경비 속에 볼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지만, 88올림픽 때 아빠 손잡고 테니스 경기 보러갔던 추억을 떠올리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3월. 둘째 군의 졸업과 입학


마냥 아기같던 둘째 군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둘째군이 다닌 4곳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스티브의 직장 어린이집. 

시설 좋고 선생님은 더더더 좋으셔서 졸업이 정말 아쉬웠다. 



소수 그룹으로 애정 듬뿍 받으며 생활하다가 초등학교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정말 걱정이 많았다. 

입학 후 참관수업에서 본 모습은 우려가 무색하게 너무나 잘 적응하고 있었다. 

대견했지만 솔직히 좀 안쓰러워 눈물이 찔끔 났다.



▲ 손가락으로 셈하는 1학년 어린이. 
채점 후 그려주는 달팽이, 거북이, 스마일 얼굴을 좋아한다.


 소원하던 태권도에 다시 등록하고, 축구도 배우기 시작했다.



여전히 즐거운 자연휴양림 탐방


▲ 봄날의 청태산 자연휴양림. 2018 봄 여행주간에 강원도에서 주최한 행사로 다녀왔다.  


시설 좋은 리조트보다 자연미(!)를 더 좋아하는 (이라고 해놓고 사실은 예약할 수만 있다면 가장 저렴한 가격에 많은 인원이 묵을 수 있는 깨끗한 숙소라서) 우리 가족은 올해도 자연휴양림 탐방을 열심히 하고 있다. 2015년 겨울부터 거의 모든 여행을 함께하고 있는 문짱님네 금손님께서 계속 휴양림 당첨, 또는 이삭 줍기에 성공하신 덕에 올해는 '아세안 자연 휴양림'이라는 유니크한 시설에서도 지내볼 수 있었다. 


▲ 아세안 국가들의 전통가옥을 본따 만든 자연 휴양림. 우리는 '미얀마' 룸에서 묵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가옥.



이렇다할 캠핑 여행은 가지 못했다. 긴 여행을 위해 총알을 아껴야해서이기도 했고, 여름 장비로만 다니는 우리가 올 여름엔 한국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종종 집 근처 노을 캠핑장으로 불러주신 문짱님 부부 덕에 어렴풋이 캠핑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4월. 고프로로 유튜브까지 넘보다



네이버 포스트에 올린 사이판 여행기를 보고 (관련 글: 시간이 멈춘 섬에서 보낸 6일, 사이판 티니안 여행 ) 고프로 리뷰 섭외가 들어왔다. 라이트 유저를 위한 고프로 히어로라는 제품이 새로 나왔다고. 아이들이 사용할 서브 카메라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참이라 감사히 받았고 꼼꼼히 리뷰했다. (관련 글: 고프로 히어로에 담은, 아이의 봄 일상 (feat. 미세먼지 없던 날)) 4K 같은 고급기능은 제공하지 않지만, 정말 방수카메라가 필요할 때 유용한 제품이었다. (가격도 저렴) 이후 여행에서는 아이들이 내 카메라를 탐내지 않았다는. 다만 두 남매가 서로 찍겠다며 싸우게 되었다. --;


이때부터 찍은 영상들을 편집해 유튜브 계정에 올리고 있다. 구독자가 아직 미미하지만...

▶ 그린데이 온더로드 유튜브 [구독! 아시죠? ^^]




고프로 관련 행사에 초대받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고프로 촬영 노하우도 알려주고 아이와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었던 곳이다.
이제 이런 데 오면 우리 애들이 가장 크다.
무척 더웠지만 친절한 스탭 덕에 신 나게 물총 싸움을 하고 트램펄린을 뛰었던 기억이 있다.   



5월의 다낭



부쩍 업무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다낭행 특가 티켓을 끊었다.
'아직도 다낭 안가본 사람 있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핫한 여행지.
아름다운 풍경에 저렴한 물가에 홀딱 반했다.
태국 특가 항공권 잡기가 요즘 너무 힘들기도 하고, 가깝기도 해서 여름나라가 그리울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 



6월. 광화문 희망나눔장터에 어린이 셀러로 참가



큰 아이의 고집은 늘 게으른 나를 움직이게 한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팔아보고 싶다는 그녀의 의지가 우리 가족을 이곳까지 이끌었다.
올해는 선거,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들이 줄줄이 있어 광화문 장터 열리는 날이 많지 않았지만,
달력에 신청일을 적어두고 응모와 당첨확인까지 꼼꼼히 챙기는 아이 덕에 참가할 수 있었다.
팔릴만한 장난감을 고르고, 가격을 매겨 장부를 만들고, 판매까지 하는 모든 과정을 두 남매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와 무지무지 싸웠지만 ㅠㅠ) 

결과는 무려 6만 원의 수익! 그리고 그보다 값진 경험이 남았다.



7월. 고학년의 생일파티



큰 아이에게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을 물었더니 '집에서 하는 생일파티'라고 했다.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 생일인 아이는 11살이 되도록 한번도 생파를 집에서 해본적이 없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에어컨을 들인 역사적인 해!  


흔쾌히 수락하고 파티용품점을 돌며 준비도 열심히 했다. 

나름 꽃볼도 만들어 달고 파티 준비를 하느라 밤을 꼴딱 새웠다.  
그러나 다음날 등교전 큰 아이에게 마음에 드냐 물었더니 답변이 가관.

"엄마! 고학년 스타일로 해줄 수 없어?"


-.,- 고학년 스타일, 대체 무엇? 


다행히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이렇게 장시간 노는 경우가 많지 않아 생일파티가 더 소중한 것 같다. 




초여름의 사워도우 빵



봄에서 초여름까지는 빵 만들기 좋은 계절. 밀가루, 물, 소금만으로 만든 시골빵 반죽을을 반느통에 넣으면 세상이 다 평화롭다.  



발효종을 키워 반죽하고 냉장숙성까지 이틀에 걸쳐 천천히 굽는 사워도우 빵. 
250도로 뜨겁게 달군 오븐에서 빵이 제대로 부푸는 것을 볼 때의 희열이란!



통밀빵 열심히 구워 다이어트도 열심히 했다. 결과는 글쎄...;


7~8월, 26일 터키 로드트립 



장장 26일간 터키 로드트립을 다녀왔다. 스티브의 장기근속 휴가에 여름휴가를 더해 이렇게 긴 일정이 만들어졌다. 

앞으로 다시 하기 어려운, 이제 마지막일 수도 있는 장기 여행이라 여행지 선정에 고민도 많았고, 준비도 많이 했다. 

다행히 이제 애들이 많이 커서 조금 무리한 일정도 잘 소화하고 (오히려 우리가 체력 고갈), 

터키의 다양한 자연과 문화도 즐길 수 있었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맛보기 사진을 몇 장...


▲ 의외로 아이들이 좋아했던 터키식 아침식사. 담백하고 건강하다.


 크리스탈 클리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지중해 바다. 


▲ 잠시 짬을 내 그리스로 데이트립도 다녀왔다.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어 기뻤던 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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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행복한가.

2018년 여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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