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를 꿈꾸며, 사이판 다이빙 풀에서 보낸 하루

남편에게 장래 희망이 생겼다.

 

Jago, a life under water 

 

요즘 우리 부부가 빠져있는 넷플릭스 영화가 있다. 

바로 ‘자고(Jago, a life under water)’라는 다큐멘터리.

 

바다에서 잘 때면 바닷속 세상 꿈만 꿔요. 

내가 뭘 한 거지?

아, 꿈을 꿨구나

그때부터 기억이 돌아왔어요.

내 이름은 로하니
바자우족 사람입니다.
나는 바다사람이고 사냥꾼입니다.  

이 영화는 심해 사냥을 하는 인도네시아 바자우족 노인의 일대기다.

'로하니'라는 이름을 가진 80세 노인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냥 바다가 좋았던 어린 시절, 작살 하나로 이름을 날리던 젊었을 때, 

바다 깊은 곳에서 자식을 잃기까지, 영화에는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이 수시로 등장한다. 

물 좋아하는 부부는 그저 산호 사이로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는.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빛이 닿지 않는 37미터 심해에서 청년 로하니가 바닷속을 걷는 모습이다. 

바닷속 37미터는 과연 어떤 곳일지 궁금해 시작한 무모한 도전. 

 

물 속 깊이, 더 깊이. 
귀는 계속 아파왔지만 나는 계속 내려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고막이 터진 것 같았을 때 비로소 두 발이 닿았다. 바다 밑바닥에.

나무에 고무줄을 대충 엮어 만든 수경을 쓰고 작살 하나만 든 채로 바닷속을 누비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어둡고 적막한 바닷속을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대단하기도, 한편으로는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 자고 (JAGO) -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서 말하는 전통적 무예의 달인

 

'자고'를 꿈꾸며...

머맨(Merman)이 되고픈 스티브

영화를 본 후 남편(이하 스티브)에게는 한 가지 꿈이 생겼다. 

바로 ‘로하니’처럼 물 속을 자유롭게 누비는 프리 다이버가 되는 것! 

함께 프리다이빙 강습을 받자며 예약을 서두른 스티브. 

 

그러나 그에게는 한 가지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귀다. 

평소 비염이 있어 스쿠퍼 다이빙을 할 때도 압력 평형 맞추느라 고생을 하는데, 

한번 숨으로 깊이 잠수해야 하는 프리다이빙은 귀에 무리를 줄 것이 분명했다.  

 

수영할 생각에 신 난 발걸음

강습 전에 연습을 좀 해볼만한 곳이 없을까 하던 때에, 마침 사이판 리조트에 잠수풀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예약한 '사이판 아쿠아 리조트'에는 풀 바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야외 수영장이 있는데, 하나는 유아부터 놀 수 있는 일반 수영장, 다른 하나는 2.4m 에서 4.8m까지 깊어지는 다이빙 풀이다.

 

사이판 아쿠아 리조트에 있는 두 개의 풀 중 일반 수영장
우리가 머문 3박4일간 가장 붐볐던 다이빙풀 풍경
다양한 연령대에 맞는 구명조끼도 갖춰져 있다.

한국에서 잠수풀을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은 많지 않다. 서울에는 올림픽 수영장과 잠실 수영장 두 군데뿐.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위해 지은 시설이라 교육을 받거나 리뷰를 하기 위해 방문을 하려면 한 번에 만 원이 넘는 이용료를 내야 하고, 다이빙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두 명 이상 짝수영을 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 그나마도 주말이면 사람이 너무 많아 물속은 거의 지옥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사이판 아쿠아 리조트 다이빙풀에서 보낸 하루

깊어 보인다.
수심 4.8m인데 노 다이빙이라니?!

다이빙 풀이라니?

해외에서도 다이빙 샵이 딸린 리조트에 스쿠버 다이빙이나 프리 다이빙 교육을 위한 풀이 있는 건 봤어도

휴양 리조트에 이렇게 깊은 수영장은 처음이다.

 

게다가 평일엔 사람도 거의 없다.

수영장을 지키는 안전요원 뿐. 

 

열심히 귀를 뚫으며 입수하는 스티브

흔치 않은 기회라 우리는 사이판 여행중 매일매일 음성 부력 만들기, 바닥 걷기를 연습했다.
처음에는 벽에 설치된 봉을 잡고 한팔만큼씩 내려가는 연습을 했다.

스티브는 시설이 제대로 된 다이빙 풀이라며 무척 좋아했다. 

 

숨 한번에 바닥까지 입수

아무리 연습해도 잘 가라앉지 않는 (여자가 지방이 더 많아 그렇다나...;) 나와 달리,
스티브는 숨 한번 내뱉으면 쑤욱~ 하강을 시작했다. 

숨을 한번 뱉으면 머리까지 잠기고, 두번 뱉으면 가라앉기 시작해.
그때부터는 압력평형만 맞추면서 내려가면 돼! 

난 숨을 끝까지 뱉어도 안 가라앉던데... 
(그래서 난 매미마냥 벽에 붙어 오르락 내리락 촬영. ㅋ) 

 

바다를 걷는 인간.avi

오랜만에 영상도 편집해 봤다.

아쉬운 점은 리조트를 떠나기 전, 스티브는 정말 멋지게, 진짜 '자고'처럼 걸었는데, 
망할 고프로가 오동작해 그 장면을 담지 못했다. 
(덕분에 두고두고 핀잔을 듣고 있다는 ==;)

 

영화 주인공처럼 바닥을 걷는 스티브

암튼, 물고기를 꿈꾸는 철없는 40대 부부는
오랜만에 둘만의 여행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는 그런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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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ip] 아쿠아 리조트 클럽 사이판 (Aqua Resort Club Saipan)

+ 최대 수심 4.8m 다이빙 풀이 있어 프리다이빙 연습을 할 수 있는 사이판 리조트
+ 사이판 전통 코티지 양식으로 지어진 독채 건물이 이색적, 자연 친화적
+ 사이판 북부에 위치하고 있어 그루토, 만세절벽 등 주요 관광지와 가까움

- 가라판에서 거리가 있어 렌터카 추천 (갤러리아 셔틀버스로 해결 가능) 

* 주소: PO Box 500009, Achugao, Saipan Municipality, 96950, 북마리아나제도
          http://www.aquaresortsaipan.com/

 

댓글(4)

  • 2019.04.01 08:57 신고

    요즘엔 뭔가 목표가 사라져버린 느낌이고,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가 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데..
    스티브님의 저 모습은 멋지고 또 멋지네요. 그나저나 저도 비염인데...다이빙은 넣어두는 걸로 ㅋ

    • 2019.04.04 00:56 신고

      저때만 해도 장래희망(어떻게 늙을 것인가)이나 노후(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곤 했는데... 일상에 여유가 없어지니 또 한낱 꿈이네요. ^^
      ㅎㅎ 무서운 비염~ (그런데 남이랑은 어떻게? 신기!)

  • 2019.04.04 01:22 신고

    나중에 넷플릭스에서 한번 봐야겠네요. 수영을 못하는 전 두분이 늘 부럽다는 ㅋㅋ

  • 2019.04.04 09:52 신고

    바다와 하나가 되는 삶도 멋지네요.
    전 일단 땅과 하나가 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