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커피의 매력에 빠지다, 맥심 팝업카페 모카라디오

당인리 발전소 앞에 새로운 핫플이 생겼다. 



합정과 상수의 중간 즈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페덱스(Fedex) 물류센터가 있던 곳이다. 

페덱스가 나가고 허무는 줄만 알았던 2층 건물에 어느날 봄처럼 노란 컬러가 입혀졌다. 

옥상에는 분위기 좋아 보이는 루프탑 테라스가 꾸며지고, 비좁던 주차장에는 늘어선 택배 트럭 대신 샛노란 송신탑 모형 하나가 놓였다. 



최근 합정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당인리 발전소 앞에 새로운 카페며 특색있는 음식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요즘 이 길에서 가장 핫한 곳은 '모카 라디오'. 커피와 라디오를 주제로 한 아날로그 감성의 팝업 카페다. 맥심 모카골드를 만드는 동서식품에서 기획한 5번째 경험마케팅 공간으로 누구나 구매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여기가 바로 커피 맛집, 모카 라디오


한눈에 보기에도 맥심 모카를 연상시키는 눈에 띄는 노란색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일관성있는 노란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와~ 신경 많이 썼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밝고 세련된 공간이 기분 좋다.  


▲ 커피는 역시 맥심 모카골드, 그러나 종류는 세 가지.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카페를 만나게 된다. 예상한 대로 커피를 한 잔 주는데, 모카골드 마일드, 모카골드 라이트, 모카골드 심플라떼 중 하나를 고르면 무료로 따뜻하거나 시원하게 타준다. 


일행들이 골고루 시키는 바람에 하나씩 맛을 볼 수 있었다. 심플라떼는 기본인 마일드에 비해 설탕이 아주 적은 담백한 맛, 라이트는 단 맛을 조금 줄인 정도인 것 같았다. 내 입맛엔 라이트가 딱!


▲ 남편과 사이좋게 하나씩 받아서 애들이 애용하고 있다.

안쪽에서는 SNS 해시태그 이벤트와 유튜브 구독 행사도 진행하고 있었다. 간단히 사진을 올리고 해시태그를 걸면, 귀여운 모카골드 머그컵과 코스터를 준다. 머그컵은 사이즈가 작아서 커피믹스 한 봉지에 딱 맞아 보였다.  


▲ 센스만점 안내판. 차단봉을 넘어오면 함께 일해야 한다니. ㅎㅎㅎ

커피는 역시 냉커피

요즘 우리가족이 빠져있는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8편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때는 여름의 끝자락, 울릉도 여행을 떠난 신혼부부는 산 속에서 길을 잃는다. 다행히 그곳에 사는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지만, 한동안 속세를 멀리했던 분이셨다. 도움받기는 커녕 전화기를 고치고 문자보내는 법을 알려드리는 등 한참을 붙잡혀 있던 부부. 할아버지는 고마운 마음에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오셨는데, 거기엔 황토색 즙 같은 음료가 담겨있었다. 할아버지가 힘들 때마다 드신다는 음료, 울릉도산 도라지즙이나 칡즙인 줄만 알았던 그 음료의 정체는.....


바로바로 냉커피!


커피는 우리나라에 개화기 이후에 처음 들어왔지만, 일반인에게 소개된 것은 한국 전쟁 이후의 일이다.

1970년 동서식품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인스턴트 커피를 생산했고 (맥스웰 하우스) 1976년에는 커피+프림+설탕의 황금비율!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중략-
커피가 일반가정에서 보편화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커피자판기는 우리나라 커피 보급의 1등 공신이다.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지하철 역에서도 예비군 훈련소에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운 자판기 커피는 단연 인기 최고 였으니까.

<오무라이스 잼잼> 8화, 울릉도 냉커피 편 중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과자와 함께 내준다. 

속세와 인연을 끊은 할아버지도 끊지 못했던 커피믹스의 마력. 
시대는 변했지만, 커피는 역시 여름에 마시는 시원한 냉커피다. 


뜨거운 물을 살짝 부어 녹인 후, 다시 찬물을 붓고 얼음을 동동 띄운 커피믹스는 '냉커피'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믹스 커피도 커피니까 '아이스 커피'로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건 왠지 '냉커피'가 맞는 것 같다. 


모카라디오의 냉커피는 집에서 내가 타먹는 냉커피 보다 훨씬 맛이 좋다. 

비법을 물었더니 스틱 두 개를 탔다고. 뭔가 황금비율이 따로 있는 건가?


커피를 마시며 공간을 둘러본다.
볼 거리가 많다.

엄마 생각이 난다.


초록초록한 초여름 풍경과 잘 어울리는 모카라디오 인테리어, 곳곳에 라디오의 역사가 적혀있다.


커피로 기억하는 행복한 순간, 모카라디오


카페 맞은편에 있는 라디오 부스에서는 생방송이 한창이었다.
실제로 라디오 방송이 진행될 줄이야.
모카 DJ라 불리는 분이 발랄한 목소리로 사연과 신청곡을 소개하고 있었다. 


소개된 사연은 모카라디오 SNS와 유튜브에 공개되는데, 한 주의 사연을 모아 카페 벽 한켠에도 전시해 놓아 언제나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내가 본 사연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모카라디오 앞 건물에 근무한다는 6월 말 퇴사자. 

신청곡이 다이나믹 듀오의 '돈이 다가 아니야' 였던가. ㅎㅎ


▲ 모카 라디오 ON AIR 


▲ 사연과 신청곡을 적어 접수하면 그자리에서 선별해 읽어준다.   


▲ 사진 찍기 좋은 스팟도 곳곳에. 실제 오래된 라디오들을 전시해 놨다.




라디오 스튜디오를 나오다가 익숙한 앨범 하나를 발견했다. 뉴키즈 온더 블록의 STEP by STEP 앨범!
학교 수련회 장기자랑에서 군무를 췄던 그 흑역사를 여기서 만나다니. 

당시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콘서트에서 깔려 죽은 사람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남편과 나눴는데, 안내하던 알바생이 그 정도였냐며 깜짝 놀라더란. (셀프 아재인증?)


청음실까지 깨알 디테일

▲ 여러명이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그룹 청음실

2층으로 올라가면 청음실도 있다. 그룹 스터디나 소그룹 세미나 하기 좋은 룸도 몇 개 있어서 커피 마시며 음악도 들으며 공간을 마음껏 즐기면 되겠다. 



평일과 주말에 각각 한 번씩 가봤는데, 보통 이정도 사람이 있다. 

길게 늘어선 줄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로테이션이 빨라서 쾌적한 환경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소문나면 더 북적이려나...


▲ 독서실 같은 1인 청음실도 있다.

창가에는 여러 테마의 CD가 있어 청음을 해볼 수 있다.
도서실처럼 칸막이가 되어 있어 온전히 음악과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CD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에 수록된 노래 중 몇 곡이 있는 것.
태그 되어있는 부분을 들춰 읽어가며 음악을 들으니 더 좋더란. 


5년 내공의 경험 마케팅, 브랜드란 이런 것

▲ 카페 입구에 전시된 모카골드 경험마케팅의 역사

나는 모카라디오가 처음이지만, 사실 이 곳은 동서식품의 다섯 번째 익스피리언스 캠페인(경험마케팅)의 결과물이다. 2015년 모카 다방(제주)을 시작으로 모카 책방(서울 성수), 모카 사진관(부산), 모카 우체국(전주)을 거쳐 모카라디오가 탄생했다. Oldies but Goodies를 콘셉트로 30년 된 모카골드와 어울리는 아날로그 감성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복고 감성 + 입소문. 섬세하게 브랜드 경험을 계획했다.   


제주도에 성공적으로 문을 연 모카다방이 지역을 옮겨가며 '모카다방, 서울', '모카다방, 부산' 등의 형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었다. 광고와 다녀간 사람들의 후기 등으로 이미 알려진 모카다방이라는 콘셉트로 다가가는 방법은 기획과 제작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지역에 손쉽게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카골드는 고정된 이미지와 콘셉트보다는 변화하는 플랫폼을 원했다. '다음에는 어떤 콘셉트의 캠페인이 나올까? 사람들이 기대하는 캠페인이 되길 바랐다.'
<모카골드 경험마케팅> P. 83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브랜드의 일관성을 지키면서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경험마케팅 책 내용 중 특별히 광고를 하지 않고 입소문으로만 알린다는 원칙도 좋았다. 모카라디오를 재방문 했을 때, '이용해보신 적 있으신가요?'라고 물으며, '지난 번 처럼 자유롭게 즐겨주세요!'라고 인사하던 친절한 안내원 또한 인상적이었다. 계속계속 사람들을 데려가 소개시켜주고 싶은 곳이었다. 


▲ 한켠에서는 굿즈도 팔고 있었다. 커피를 얻어 마신(?) 어르신들이 팔아주는 의미인듯 작은 소품들을 하나씩 사가기도 하셨다. 


 스티커 사진기 비슷한 것도 있어 남편과 함께 찍어봤다.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브랜드를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감 콘텐츠,
무엇보다 '꾸준하고 일관된 목소리로,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 하는 브랜드 캠페인'이 있기에 

30년 된 모카골드라는 브랜드가 더욱 더 단단해 지는 것이 아닐까?



Oldies but Goodies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모카 라디오.

조만간 엄마 모시고 한번 더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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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모카라디오 팝업스토어

- 영업일: 5월 20일 ~ 7월 21일
- 영업시간: 11:00 ~ 20:00
- 반려동물 입장 불가, 유모차는 밖에, 주차공간 없음

※ 매일 이벤트 (선착순 증정)
   - SNS에 모카라디오 사진 + 해시태그 업로드 1일 700명 머그컵 증정
   - '모카라디오' 채널 유튜브 구독자 1일 300명 컵받침(코스터)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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