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꽃샘추위 이기는 따끈한 '살렙' 한 잔

꽃샘추위가 만만치 않다. 한동안 신문이고 포털이고 온통 봄꽃 소식이더니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에 오늘은 기온이 뚝 떨어졌다. 여느 때 같으면 오늘처럼 추운 날씨에는 뜨거운 카페라떼 생각이 간절하겠지만, 터키 여행 이후로는 '살렙'이 떠오른다

살렙(Salep)은 난 뿌리의 일종으로 뜨거운 우유에 타서 마시는 터키의 겨울 음료. 커피와 홍차가 들어오기 전에는 영국, 독일 등에 전파되어 Saloop이란 이름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력을 보호해준다는 살렙은 그 컨셉이 우리의 인삼과도 비슷하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속 요술램프를 닮은 톱카프 궁전 앞 살렙 노점

위도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터키에도 꽃샘추위가 있다. 터키를 여행했던 지난 3월, 날이 추워지면 어디선가 아라비안나이트 속 요술램프처럼 생긴 살렙 노점들이 등장했다. 램프에는 지니 대신 살렙가루와 우유, 설탕, 향신료 등이 믹스된 따끈한 살렙 차가 들어 있었는데 가격은 한잔에 1.5TL ~ 2TL (한화 1,500 원, 노점기준) 수준으로 저렴한 수준.

그랜드 바자르 앞 살렙 노점, 계피가루 듬뿍 뿌려진 살렙

한 잔 주문하면 걸쭉한 살렙에 계피 가루를 듬뿍 뿌려준다. 맛은 뜨거운 연유에 계피 뿌린 맛이랄까?! 호호 불어 입가에 계피가루 묻혀가며 먹는 맛은 정말 꿀맛~! (그만큼 달기도 하다. ^^;) 스티로폼 컵에 담겨 있어 잘 식지 않고 점성이 있어 훌훌 마시기 어려워 오랫동안 따뜻함을 즐길 수 있다. 

살렙가루는 음료 외에도 쫀득한 터키식 아이스크림이나 터키시 딜라이트 같은 디저트에도 많이 쓰이는데, 재배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진짜 살렙은 수출 금지식품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요즘 살렙가루는 인공 향이 많다고. 터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짜 살렙 가루는 기념으로 하나쯤 사놓고, 터키가 그리울 때마다 한 잔씩 마셔도 좋을 것 같다. (참고: 위키피디아 Sal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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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을 무색케 하는 꽃샘추위는 금요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다행히 주말부터는 추위가 점차 누그러진다고 하니 강풍에 꽃잎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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