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가을 마중, 제천 성묘길

100년 만의 늦더위와 사나운 태풍, 늦장마가 왔다고 해도 가을이 오는 건 막을 수 없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이라고는 하지만 비구름이 물러가자 더욱 청명하게 드러나는 가을 하늘. 길목마다 흐드러진 코스모스, 빨갛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절기를 말해준다. 결혼 후로는 매년 추석즈음 항상 떠나는 길이지만 소박한 시골 마을로의 가을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모처럼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었던 9월의 어느 주말, 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치악산에서 맞는 운무의 아침

새벽부터 이어진 성묘행렬에 도로며, 휴게소에는 일찍부터 사람이 많아 활기를 더했다.

가을 마중나온 코스모스.

느릿느릿 여름을 나고있는 산과 들, 이렇게 우거진 산과 들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폭신한 산자락에 한번 누워보고 싶었단...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더없이 친밀한 사람들, 노인과 아이는 나무그늘 밑에 자리를 깔고, 어른들은 벌초하러 가고.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어른들과의 인사도 이어진다. 막걸리 한잔과 함께.

할머니께서 도랑을 치워 만들어주신 천연 놀이터, 오랜만의 물놀이에 신이 난 아이.
 
벌초 후, 근처 계곡으로 고기잡이에 나선 어른들. 아이보다 더 신나하며 투망을 던진다.

1급수에서만 산다는 민물고기 쉬리. 자랑스러운 손끝.

아름드리 나무를 지나 시골집에서 끓여 먹는 매운탕은 분명 계곡의 기운과 시골 인심을 담은 얼큰하고 구수한 맛이겠지... 우리 가족은 여기서 헤어지고 근처 단양으로 가을맞이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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