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비상걸린 서울대공원 가보니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0. 4. 26. 17:16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동물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캥거루나 사슴 같은 동물도 관람객을 통해 구제역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에서는 먹이주기 체험 행사를 취소하고 일부 동물원에서는 동물원을 격리시켰다. 모든 차량은 동물원을 출입할 때마다 소독해야 하고 관람객들의 출입로에는 소독용 카펫이 깔렸다... 여기까지가 지난 금요일에 본 구제역과 동물원에 대한 뉴스.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하늘까지 화창한 토요일. 요즘 들어 부쩍 동물 흉내 내기에 열심인 딸내미를 보며 어린이날 근처에는 동물원 나들이 한번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남편이 서울대공원을 가잔다. 뉴스탓에 좀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사람이 옮는 병이 아니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니 일단 길을 나섰다.
점심 즈음 도착한 서울대공원은 입구부터 북적이고 있었다. 구제역 때문에 한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리의 기대(?)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미 꽃이 지고 잎이 다 나버린 여의도와는 달리 과천은 이제 개나리와 벚꽃이 한창이었다.
매표소마다 길게 늘어선 줄. 유모차 족을 비롯한 가족단위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6세 미만 아동은 무료입장이라 티켓은 어른 둘만. 정식 이름은 서울 대공원 내 '서울 동물원'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소독약으로 적셔진 질척한 카펫을 밟으며 방역 장치임을 실감했다. 그러나 가끔 보이는 방역장면과 소독 차량을 빼고는 관람에 무리가 없었다.
22개월에 접어든 아이의 눈길을 끈 동물은 사막여우. 뾰족한 귀와 작은 몸집, 귀여운 생김새를 한 사막여우는 길들기를 원하는 '어린왕자'의 친구로도 유명하다.
또 하나의 작은 동물, 미어캣. 동물의 왕국 인트로에 등장해 유명해진 미어캣은 열심히 달리다가 갑자기 몸을 높이 세우고 주위를 살피는 몸짓으로 관람객을 즐겁게 했다.
동물원 산책로에는 만개한 벚꽃이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흩날렸다.
동물원에는 오래 걷기 힘든 어린이나 관람객들을 위해 매 15분마다 셔틀버스가 운영중이었다. 튼튼한 두 다리를 가진 스티뷰와 나는 벚꽃을 만끽하며 네시간에 걸쳐 산책로를 돌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며 편리해진 인프라에 감탄을 금치못했다.
동물을 테마로 한 놀이터.
동물원 측의 세심한 배려, 다정한 곰 세 마리. 여기저기서 아이에게 불러주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우리 주변에는 동물의 모습이나 습성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안내판들이 있었는데, 우리 어릴 적에 비해 정말 User Friendly 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딱딱한 고딕체 글씨보다는 그림과 함께 직접 쓴 손 글씨에 더 눈이 간다.
기린처럼 높은 등에 기린 그림을 그려놓는 센스.
대공원에 오면 꼭 봐야만 할 것만 같은, 용맹함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을 닮은 호랑이. 호랑이를 보겠다는 일념하게 유모차를 밀고 3시간여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걸어 사육사에 도착했다. 호랑이 우리 주변엔 무동 탄 아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무슨 일인가 다가갔더니 '호랑이 먹이주기'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매일 오후 2시 30분과 4시에는 호랑이 먹이주기 시연을 해 호랑이들의 야성미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일주일 중 하루는 살아있는 토끼를 먹이로 주기도 한다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모습. 튼튼한 두 다리와 어깨를 가진 아빠들... 이날 수고 많이 했다. :)
동물원에서 꼭 지켜야 할 세 가지 수칙. 이날도 먹던 과자를 타조에게 던지며 환호하던 외국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는데, 제발 기본적인 에티켓은 좀 지키면 좋겠다.
작은발톱수달보다 조금 큰 진아. 오늘 하루 즐거웠니?
실물과 흡사하게 생긴 인형. 태그를 보니 내셔널 지오그라피(National Giography)라 찍혀있다.
깜짝 놀라더니 은근 호랑이와의 교감을 즐겼다는...
벚꽃 만개한 서울 대공원 동물원에서 흩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집으로 향하는 길. 오랜만의 강행군에 몸은 피곤했지만 제대로 봄을 만끽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동물원에 간다고 사람이 구제역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로 때문에 사슴이나 캥거루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들이 구제역에 걸릴 수 있기에 방역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벚꽃 만개한 서울 대공원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고 바람이 솔솔 부는 화창한 날씨는 살살 걸으며 동물과의 한때를 즐기기에 적당했다. 연두색 어린 나뭇잎들이 손내미는 이 봄, 어린이날엔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서울대공원을 찾아보면 어떨까?
[추천 링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갑시다!'
→ 구제역 관련 서울시 관계자의 취재대응 리얼스토리가 담긴 글. 방송홍보는 노력에 비해 편집되는 분량이 많고, 가판이 없어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우며 불리 기사 대응에 품이 많이 드는 직업이다. 내가 몸담았던 회사에서... 지금도 불만제보 프로그램 담당자와 설전을 벌이고 계실 모 차장님을 떠올려 본다. 회사를 그만둔지 두 달 만에 슬슬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아직 수양이 더 필요한 듯. :)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하늘까지 화창한 토요일. 요즘 들어 부쩍 동물 흉내 내기에 열심인 딸내미를 보며 어린이날 근처에는 동물원 나들이 한번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남편이 서울대공원을 가잔다. 뉴스탓에 좀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사람이 옮는 병이 아니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니 일단 길을 나섰다.
점심 즈음 도착한 서울대공원은 입구부터 북적이고 있었다. 구제역 때문에 한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리의 기대(?)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미 꽃이 지고 잎이 다 나버린 여의도와는 달리 과천은 이제 개나리와 벚꽃이 한창이었다.
매표소마다 길게 늘어선 줄. 유모차 족을 비롯한 가족단위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6세 미만 아동은 무료입장이라 티켓은 어른 둘만. 정식 이름은 서울 대공원 내 '서울 동물원'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소독약으로 적셔진 질척한 카펫을 밟으며 방역 장치임을 실감했다. 그러나 가끔 보이는 방역장면과 소독 차량을 빼고는 관람에 무리가 없었다.
22개월에 접어든 아이의 눈길을 끈 동물은 사막여우. 뾰족한 귀와 작은 몸집, 귀여운 생김새를 한 사막여우는 길들기를 원하는 '어린왕자'의 친구로도 유명하다.
또 하나의 작은 동물, 미어캣. 동물의 왕국 인트로에 등장해 유명해진 미어캣은 열심히 달리다가 갑자기 몸을 높이 세우고 주위를 살피는 몸짓으로 관람객을 즐겁게 했다.
동물원 산책로에는 만개한 벚꽃이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흩날렸다.
동물원에는 오래 걷기 힘든 어린이나 관람객들을 위해 매 15분마다 셔틀버스가 운영중이었다. 튼튼한 두 다리를 가진 스티뷰와 나는 벚꽃을 만끽하며 네시간에 걸쳐 산책로를 돌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며 편리해진 인프라에 감탄을 금치못했다.
동물을 테마로 한 놀이터.
동물원 측의 세심한 배려, 다정한 곰 세 마리. 여기저기서 아이에게 불러주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우리 주변에는 동물의 모습이나 습성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안내판들이 있었는데, 우리 어릴 적에 비해 정말 User Friendly 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딱딱한 고딕체 글씨보다는 그림과 함께 직접 쓴 손 글씨에 더 눈이 간다.
기린처럼 높은 등에 기린 그림을 그려놓는 센스.
대공원에 오면 꼭 봐야만 할 것만 같은, 용맹함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을 닮은 호랑이. 호랑이를 보겠다는 일념하게 유모차를 밀고 3시간여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걸어 사육사에 도착했다. 호랑이 우리 주변엔 무동 탄 아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무슨 일인가 다가갔더니 '호랑이 먹이주기'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매일 오후 2시 30분과 4시에는 호랑이 먹이주기 시연을 해 호랑이들의 야성미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일주일 중 하루는 살아있는 토끼를 먹이로 주기도 한다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모습. 튼튼한 두 다리와 어깨를 가진 아빠들... 이날 수고 많이 했다. :)
동물원에서 꼭 지켜야 할 세 가지 수칙. 이날도 먹던 과자를 타조에게 던지며 환호하던 외국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는데, 제발 기본적인 에티켓은 좀 지키면 좋겠다.
작은발톱수달보다 조금 큰 진아. 오늘 하루 즐거웠니?
실물과 흡사하게 생긴 인형. 태그를 보니 내셔널 지오그라피(National Giography)라 찍혀있다.
깜짝 놀라더니 은근 호랑이와의 교감을 즐겼다는...
벚꽃 만개한 서울 대공원 동물원에서 흩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집으로 향하는 길. 오랜만의 강행군에 몸은 피곤했지만 제대로 봄을 만끽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동물원에 간다고 사람이 구제역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로 때문에 사슴이나 캥거루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들이 구제역에 걸릴 수 있기에 방역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벚꽃 만개한 서울 대공원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고 바람이 솔솔 부는 화창한 날씨는 살살 걸으며 동물과의 한때를 즐기기에 적당했다. 연두색 어린 나뭇잎들이 손내미는 이 봄, 어린이날엔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서울대공원을 찾아보면 어떨까?
[추천 링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갑시다!'
→ 구제역 관련 서울시 관계자의 취재대응 리얼스토리가 담긴 글. 방송홍보는 노력에 비해 편집되는 분량이 많고, 가판이 없어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우며 불리 기사 대응에 품이 많이 드는 직업이다. 내가 몸담았던 회사에서... 지금도 불만제보 프로그램 담당자와 설전을 벌이고 계실 모 차장님을 떠올려 본다. 회사를 그만둔지 두 달 만에 슬슬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아직 수양이 더 필요한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