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정겨운 추석풍경, '솔이의 추석 이야기'
- 라이프 로그
- 2010. 9. 21. 02:33
최근엔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있다. 집 근처에 아이 눈높이에 맞는 책들만 모아놓은 어린이 도서관이 있는데, 이 도서관에 오르는 좁은 오솔길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하고 인적이 드물어 마치 우리만의 비밀장소로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들어 참 좋다. 딸아이가 볼만한 그림책들을 빌려와 거실 바닥에 주욱 늘어놓으면 부자라도 된 기분.
그런데 책을 몇 번 빌려보다 보니 조금씩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띈다. 두 돌 즈음한 아이가 보는 책이다 보니 주로 동물, 야채, 탈것 등이 등장하는 그림책이 대부분인데, 한국에는 없는 탈것인 모노레일, 한국에 있긴 하지만 생김이 다른 야채와 과일들이 보인다. 서양것 같지는 않은데, 조금씩 다른 그림들. 그럴때마다 저자를 보면 어김없이 일본인이다. 작정하고 유아서적코너를 훑어보니 일본 책이 참 많다. '사과가 쿵', '달님 안녕', '푸름이 까꿍 시리즈' 같이 한 번쯤 들어봤다 싶은 유명한 책들은 주로 일본 서적을 번역한 책들이었다. 순수 창작 한국 책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나마 일본 책을 베낀 책들이 있기도 하다.
그러다가 발견한 보석 같은 한 권의 책. 바로 한국 전통 창작서인 '솔이의 추석 이야기'이다. 사실 이 책은 자그니님의 책 '디지털 세계의 엘리스'를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며 추석 즈음 볼 단행본으로 아이를 위해 주문한 책인데, 내가 더 즐거워하며 보고 있다. 화가출신 작가가 세심하게 그린 사실적이고 정겨운 추석 풍경에 새록새록 옛 추억이 되살아난다. 그림책이라고는 하지만 여느 그림책과는 다른, 그림 속에 수십 가지 이야기가 담긴, 어른이 봐도 참 재밌는 책이다.
'두 밤만 지나면 추석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장. 우리 어린 시절의 추석맞이 풍경이 보인다. 목욕탕에서 묵은 때를 불리고, 이발하고, 장을 보며 고향 갈 준비를 하는 시끌벅적한 도시. 도시에 사는 솔이네 가족도 추석 명절을 보낼 준비를 한다.
동이 트기 전에 집을 나선 솔이네 가족. 어제와는 다른 적막한 도시 풍경에 눈길이 간다.
일찍 나선 길이지만 막히는 고속도로. '월리를 찾아라'처럼 아이와 함께 솔이네 가족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고, 차에 탄 가족들의 표정과 하는 행동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재밌다.
드디어 도착한 고향.
동화 속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는 얼마 전 성묘길에서 본 아름드리 나무를 닮았다.
이 책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그림이자 책 표지로도 쓰인 부분. 널따란 논밭을 가로질러 오래전부터 마중 나와 계셨을 할머니의 품으로 달려가는 솔이. 할머니의 뒤를 따르는 아이와 아이보다 더 신이 난 강아지. 집앞에서 솔이네 가족을 물끄러미 보는 할아버지. 이 풍경은 '할머니...'라는 솔이의 부름으로 감동을 더한다.
정성껏 마련한 음식으로 가족 모두가 모여 차례를 지내고
손에 손 맞잡고 보름달 보며 모두 모여 강강술래를.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스티브와 나는 달밤에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 강강술래를 돌았다는...; )
그리고 모두가 잠든 새벽, 부엌 한편에서는 할머니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햇곡식이며, 반찬을 두루두루 싸고 있다. 시골 마을에 밝혀진 희미한 불이며 조용히 흘러가는 굴뚝의 연기가 어찌나 서정적인지 한참을 보고 또 보게 된다.
문득 번역서를 보며 불편했던 부분들이 떠오른다. 솔이네 추석 이야기는 조금 보수적이긴 하지만 우리만의 정서가 담긴 따뜻한 풍경과 사람들이 있고 뛰노는 강아지나, 만드는 송편 그림이 모두 친숙하다. 친숙한 그림책을 볼 때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도 더 많아지기 마련. 이런 멋진 창작서들이 앞으로도 많이 출간되기를 바라본다.
이번 추석엔 '솔이네 추석이야기'를 보며 내 어릴 적 추석 풍경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 가족과 함께 두손 맞잡고 휘엉청 밝은 달을 보며 강강술래도 돌아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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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소개하려고 벼르던 책이었는데, 벌써 내일이 추석이네요. 워낙 좋은 책이고 오래된 책인지라 이미 책을 출판한 예문당 블로그 및 다른 분께서도 많이 소개하셔서 전 감상위주로 적어봤습니다. 오늘 전 솔이의 추석 이야기에서의 솔이 어머니처럼 송편도 빚고 전도 부치는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네요.
모두 즐겁고 풍성한 추석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안전운전, 안전여행 하시고요~ 추석 지내고 뵐게요~ ^^
그런데 책을 몇 번 빌려보다 보니 조금씩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띈다. 두 돌 즈음한 아이가 보는 책이다 보니 주로 동물, 야채, 탈것 등이 등장하는 그림책이 대부분인데, 한국에는 없는 탈것인 모노레일, 한국에 있긴 하지만 생김이 다른 야채와 과일들이 보인다. 서양것 같지는 않은데, 조금씩 다른 그림들. 그럴때마다 저자를 보면 어김없이 일본인이다. 작정하고 유아서적코너를 훑어보니 일본 책이 참 많다. '사과가 쿵', '달님 안녕', '푸름이 까꿍 시리즈' 같이 한 번쯤 들어봤다 싶은 유명한 책들은 주로 일본 서적을 번역한 책들이었다. 순수 창작 한국 책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나마 일본 책을 베낀 책들이 있기도 하다.
그러다가 발견한 보석 같은 한 권의 책. 바로 한국 전통 창작서인 '솔이의 추석 이야기'이다. 사실 이 책은 자그니님의 책 '디지털 세계의 엘리스'를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며 추석 즈음 볼 단행본으로 아이를 위해 주문한 책인데, 내가 더 즐거워하며 보고 있다. 화가출신 작가가 세심하게 그린 사실적이고 정겨운 추석 풍경에 새록새록 옛 추억이 되살아난다. 그림책이라고는 하지만 여느 그림책과는 다른, 그림 속에 수십 가지 이야기가 담긴, 어른이 봐도 참 재밌는 책이다.
'두 밤만 지나면 추석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장. 우리 어린 시절의 추석맞이 풍경이 보인다. 목욕탕에서 묵은 때를 불리고, 이발하고, 장을 보며 고향 갈 준비를 하는 시끌벅적한 도시. 도시에 사는 솔이네 가족도 추석 명절을 보낼 준비를 한다.
동이 트기 전에 집을 나선 솔이네 가족. 어제와는 다른 적막한 도시 풍경에 눈길이 간다.
일찍 나선 길이지만 막히는 고속도로. '월리를 찾아라'처럼 아이와 함께 솔이네 가족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고, 차에 탄 가족들의 표정과 하는 행동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재밌다.
드디어 도착한 고향.
동화 속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는 얼마 전 성묘길에서 본 아름드리 나무를 닮았다.
이 책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그림이자 책 표지로도 쓰인 부분. 널따란 논밭을 가로질러 오래전부터 마중 나와 계셨을 할머니의 품으로 달려가는 솔이. 할머니의 뒤를 따르는 아이와 아이보다 더 신이 난 강아지. 집앞에서 솔이네 가족을 물끄러미 보는 할아버지. 이 풍경은 '할머니...'라는 솔이의 부름으로 감동을 더한다.
정성껏 마련한 음식으로 가족 모두가 모여 차례를 지내고
손에 손 맞잡고 보름달 보며 모두 모여 강강술래를.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스티브와 나는 달밤에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 강강술래를 돌았다는...; )
그리고 모두가 잠든 새벽, 부엌 한편에서는 할머니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햇곡식이며, 반찬을 두루두루 싸고 있다. 시골 마을에 밝혀진 희미한 불이며 조용히 흘러가는 굴뚝의 연기가 어찌나 서정적인지 한참을 보고 또 보게 된다.
문득 번역서를 보며 불편했던 부분들이 떠오른다. 솔이네 추석 이야기는 조금 보수적이긴 하지만 우리만의 정서가 담긴 따뜻한 풍경과 사람들이 있고 뛰노는 강아지나, 만드는 송편 그림이 모두 친숙하다. 친숙한 그림책을 볼 때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도 더 많아지기 마련. 이런 멋진 창작서들이 앞으로도 많이 출간되기를 바라본다.
이번 추석엔 '솔이네 추석이야기'를 보며 내 어릴 적 추석 풍경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 가족과 함께 두손 맞잡고 휘엉청 밝은 달을 보며 강강술래도 돌아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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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소개하려고 벼르던 책이었는데, 벌써 내일이 추석이네요. 워낙 좋은 책이고 오래된 책인지라 이미 책을 출판한 예문당 블로그 및 다른 분께서도 많이 소개하셔서 전 감상위주로 적어봤습니다. 오늘 전 솔이의 추석 이야기에서의 솔이 어머니처럼 송편도 빚고 전도 부치는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네요.
모두 즐겁고 풍성한 추석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안전운전, 안전여행 하시고요~ 추석 지내고 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