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 본투락 콘서트, 4시간의 스탠딩도 힘들지 않았던 열정의 무대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0. 10. 7. 16:46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10월의 첫 토요일, AX 코리아 콘서트 홀에서 열린 2010 GAP BORN TO ROCK CONCERT(갭 본투락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패션 브랜드인 갭(GAP)에서 주관하는 갭 본투 락은 올해로 벌써 세 번째 열리는 락 콘서트인데요. '프리미엄 진 1969' (1969는 GAP의 설립 연도) 의 브랜드 캠페인 'Born to Fit'을 홍보하기 위해 '08년부터 Born to Rock이란 이름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갭 본투락은 중견 인디밴드 중심의 라인업이 좋아 매년 표가 매진되는 인기 공연이라고 하는데요. 매체에서는벌써 '가을의 대표 락 페스티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자료를 보며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공연장 앞은 북적북적 하더군요. 친구의 표현을 빌자면 장소는 '광장동'인데, 분위기는 '홍대 앞'입니다.
전 콘서트 기자단으로 참여했는데요. 행사 포스터부터 리스트밴드, 프로그램, 스타일리시한 데님 팔찌까지 갭의 아이덴터티가 팍팍 느껴지는 것이 참 예쁘더군요.
비를 피해 서둘러 들어선 실내. 행사장 입구에는 벼룩시장과 GAP 패밀리 마켓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원래 야외 행사로 계획되어 있던 것들인데, 비 때문에 취소되었나 했더니 실내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옹기종기 자리한 상점들, 적당히 붐비는 것이 분위기가 좋더군요. 원래 이런 행사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거라죠.
저도 눈에 불을 켜고 숨은 보석을 찾아봅니다. 로모그라피 티셔츠와 소파 가죽을 재활용해 만든 액세서리가 살짝 마음에 들었는데 눈으로만 담아왔습니다.
밖을 보니 빗줄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천막 아래 마련된 Busking Stage에서는 신인 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는데요. 비 때문에 사람들이 천막 안으로 모여들어 같이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세찬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 보니 대학 시절 즐겨 다니던 홍대 클럽의 들썩한 분위기가 떠오르더군요. 클럽은 년부터 다시 번 가봐야지 하고 있는데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요.
야외 푸드코트에서 생맥주 한잔을 사 들고 메인 스테이지로 향합니다.
[동영상] 아메리카노 - 10Cm (1층 스탠딩석 끝에서 찍은 거라 많이 흔들렸어요)
저녁 6시부터 진행된 메인 공연은 어쿠스틱 밴드 10Cm의 유쾌한 목소리로 시작했습니다. 2009년 결성한 10Cm는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공연마다 팬들을 몰고다니는 인기 밴드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아메리카노, 죽겠네, 킹스타' 등을 부르며 서서히 분위기를 달궜습니다. 개인적으론 대표곡인 아메리카노의 흥겨운 리듬이 좋아 영상으로 담아왔습니다.
갭 본투락 콘서트 전경, 국카스텐 공연 중
다음엔 노브레인 출신의 차승우가 있는 문 샤이너스와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하는 국카스텐의 공연이 있었는데요. 급한(?) 허기를 달래느라 살짝 스킵.
피자와 타코로 저녁을 때우고 2층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많은 분이 좌석을 버려두고 펜스 앞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즐기고 계셨는데요. 저도 그 사이에 비집고 앉아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 (망원렌즈를 하나 질러야 할까 봐요. 클로즈업 사진이 다 이 양..)
무대에서는 언니네 이발관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몽환적인 기타와 감미로운 이석원의 목소리. 오랜만에 듣는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에 흠뻑 취해 노래를 따라 하고, 머리를 흔들댔습니다. 언니네 이발관은 1996년 '비둘기는 하늘의 쥐'라는 앨범으로 데뷔해 벌써 15년 된 중견 밴드인데요. 한국 모던록의 효시라 불리며 작년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에 선정되기도 한 3인조 남성밴드입니다. (언니는 없어요. ㅎ) 개인적으로는 제가 갭 본투락 콘서트에 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98년 발표한 '어제 만난 슈팅스타'를 참 좋아하는데, 공연에서 들을 수 없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스페셜 게스트로는 UV가 초청되었는데요. '쿨하지 못해 미안해'등 노래 세 곡을 부르며 신 나는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무대매너나 라이브 실력, 춤솜씨까지 상당하더군요. 게다가 어쩔 수 없는 개그맨 유세윤의 유머감각. 개콘 촬영현장에 온 것인지, 락 콘서트에 온 것인지 헛갈릴 정도로 많이 웃었던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스페셜 게스트 UV에 환호하는 관객들. 최고였어요~
자메이카 리듬과 멜로디를 한국적인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는 브라스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멤버들이 발 끝으로 어찌나 흥겹게 춤을 추시던지. 특히 키보드의 김억대씨와 기타 치는 서재하씨의 발놀림은 가히 예술이었습니다. 동영상으로도 찍어왔는데, 음질이 너무 안 좋아서 못 올리겠네요. 타임스퀘어 펍프로젝트에서 가끔 공연하는 것 같던데, 10월 스케줄을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갭 본투락의 하이라이트였던 크라잉넛. 반주 없이 시작되는 룩셈부르크를 시작으로 관객은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크라잉넛은 언니네 이발관과 비슷한 90년대 후반에 결성되었는데요. 펑크락을 이끌던 클럽 드럭에서 시작, '말달리자'로 공중파를 타기 시작했고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죠. 클럽 시절부터 그들의 성장을 지켜본 저로서는 참 감회가 새롭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올봄 그린데이의 내한 공연에서 같은 관객으로 만나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진적이 있어 더욱 애틋한 밴드입니다.
크라잉넛(Crying Nut).
그런데 노래 중간에 객석이 썰물처럼 갈라졌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격하게 몸을 부딪치며 즐기는 클럽 분위기가 그대로 연출되더군요. 역시 젊음이 좋습니다. '우리 모두 여기 다죽자'라는 노랫말에 맞춰 체력을 모두 소진해 버린 듯.
이날의 피날레는 한국 록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창완 밴드가 장식했습니다. '아쉬운 가을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라는 감성적인 멘트로 말문을 연 김창완 밴드.
이날 누군가 외친 '우유빛깔 김창완'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은 멋진 모습. 찢어진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김창완 씨는 초반부터 간주가 긴, 세련됐지만 다소 난해한 연주를 선보였는데요. 우리의 젊은 관중은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 부담되었는지, 크라잉넛의 공연에서 체력을 다 소진해 버린 건지. 음악이 어려운 건지... 한 두 곡 부르는 사이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더군요. 관람 매너, 많이 아쉬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너무나나 좋았던 '모자와 스파게티'의 예전 버전을 들어봅니다. (역시 90년대 후반이군요...; 도시락 특공대 2집에 실려 있습니다.)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가. 예전에 비해 많이 소프트하게 다듬어졌더군요. 확성기를 들고 노래하던 김창완 씨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장장 네 시간의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더군요. 당시엔 힘들줄 몰랐는데 공연 내내 서있거나 찬 바닥에 앉아 있어서인지, 오랜만에 소리를 질러서인지 다음날까지 앓았네요. ㅎㅎ 그래도 이런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또 다시 달려가겠죠. 내년에도 멋진 라인업의 갭 본투락이 열리기를 기대하며. 그날의 진한 여운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 공식 웹사이트 www.gapconcert.com
* 공식 트위터 @gapconc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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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보며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공연장 앞은 북적북적 하더군요. 친구의 표현을 빌자면 장소는 '광장동'인데, 분위기는 '홍대 앞'입니다.
전 콘서트 기자단으로 참여했는데요. 행사 포스터부터 리스트밴드, 프로그램, 스타일리시한 데님 팔찌까지 갭의 아이덴터티가 팍팍 느껴지는 것이 참 예쁘더군요.
비를 피해 서둘러 들어선 실내. 행사장 입구에는 벼룩시장과 GAP 패밀리 마켓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원래 야외 행사로 계획되어 있던 것들인데, 비 때문에 취소되었나 했더니 실내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옹기종기 자리한 상점들, 적당히 붐비는 것이 분위기가 좋더군요. 원래 이런 행사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거라죠.
저도 눈에 불을 켜고 숨은 보석을 찾아봅니다. 로모그라피 티셔츠와 소파 가죽을 재활용해 만든 액세서리가 살짝 마음에 들었는데 눈으로만 담아왔습니다.
밖을 보니 빗줄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천막 아래 마련된 Busking Stage에서는 신인 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는데요. 비 때문에 사람들이 천막 안으로 모여들어 같이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세찬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 보니 대학 시절 즐겨 다니던 홍대 클럽의 들썩한 분위기가 떠오르더군요. 클럽은 년부터 다시 번 가봐야지 하고 있는데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요.
야외 푸드코트에서 생맥주 한잔을 사 들고 메인 스테이지로 향합니다.
[동영상] 아메리카노 - 10Cm (1층 스탠딩석 끝에서 찍은 거라 많이 흔들렸어요)
저녁 6시부터 진행된 메인 공연은 어쿠스틱 밴드 10Cm의 유쾌한 목소리로 시작했습니다. 2009년 결성한 10Cm는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공연마다 팬들을 몰고다니는 인기 밴드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아메리카노, 죽겠네, 킹스타' 등을 부르며 서서히 분위기를 달궜습니다. 개인적으론 대표곡인 아메리카노의 흥겨운 리듬이 좋아 영상으로 담아왔습니다.
갭 본투락 콘서트 전경, 국카스텐 공연 중
다음엔 노브레인 출신의 차승우가 있는 문 샤이너스와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하는 국카스텐의 공연이 있었는데요. 급한(?) 허기를 달래느라 살짝 스킵.
피자와 타코로 저녁을 때우고 2층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많은 분이 좌석을 버려두고 펜스 앞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즐기고 계셨는데요. 저도 그 사이에 비집고 앉아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 (망원렌즈를 하나 질러야 할까 봐요. 클로즈업 사진이 다 이 양..)
무대에서는 언니네 이발관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몽환적인 기타와 감미로운 이석원의 목소리. 오랜만에 듣는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에 흠뻑 취해 노래를 따라 하고, 머리를 흔들댔습니다. 언니네 이발관은 1996년 '비둘기는 하늘의 쥐'라는 앨범으로 데뷔해 벌써 15년 된 중견 밴드인데요. 한국 모던록의 효시라 불리며 작년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에 선정되기도 한 3인조 남성밴드입니다. (언니는 없어요. ㅎ) 개인적으로는 제가 갭 본투락 콘서트에 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98년 발표한 '어제 만난 슈팅스타'를 참 좋아하는데, 공연에서 들을 수 없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스페셜 게스트로는 UV가 초청되었는데요. '쿨하지 못해 미안해'등 노래 세 곡을 부르며 신 나는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무대매너나 라이브 실력, 춤솜씨까지 상당하더군요. 게다가 어쩔 수 없는 개그맨 유세윤의 유머감각. 개콘 촬영현장에 온 것인지, 락 콘서트에 온 것인지 헛갈릴 정도로 많이 웃었던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스페셜 게스트 UV에 환호하는 관객들. 최고였어요~
자메이카 리듬과 멜로디를 한국적인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는 브라스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멤버들이 발 끝으로 어찌나 흥겹게 춤을 추시던지. 특히 키보드의 김억대씨와 기타 치는 서재하씨의 발놀림은 가히 예술이었습니다. 동영상으로도 찍어왔는데, 음질이 너무 안 좋아서 못 올리겠네요. 타임스퀘어 펍프로젝트에서 가끔 공연하는 것 같던데, 10월 스케줄을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갭 본투락의 하이라이트였던 크라잉넛. 반주 없이 시작되는 룩셈부르크를 시작으로 관객은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크라잉넛은 언니네 이발관과 비슷한 90년대 후반에 결성되었는데요. 펑크락을 이끌던 클럽 드럭에서 시작, '말달리자'로 공중파를 타기 시작했고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죠. 클럽 시절부터 그들의 성장을 지켜본 저로서는 참 감회가 새롭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올봄 그린데이의 내한 공연에서 같은 관객으로 만나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진적이 있어 더욱 애틋한 밴드입니다.
크라잉넛(Crying Nut).
그런데 노래 중간에 객석이 썰물처럼 갈라졌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격하게 몸을 부딪치며 즐기는 클럽 분위기가 그대로 연출되더군요. 역시 젊음이 좋습니다. '우리 모두 여기 다죽자'라는 노랫말에 맞춰 체력을 모두 소진해 버린 듯.
이날의 피날레는 한국 록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창완 밴드가 장식했습니다. '아쉬운 가을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라는 감성적인 멘트로 말문을 연 김창완 밴드.
이날 누군가 외친 '우유빛깔 김창완'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은 멋진 모습. 찢어진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김창완 씨는 초반부터 간주가 긴, 세련됐지만 다소 난해한 연주를 선보였는데요. 우리의 젊은 관중은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 부담되었는지, 크라잉넛의 공연에서 체력을 다 소진해 버린 건지. 음악이 어려운 건지... 한 두 곡 부르는 사이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더군요. 관람 매너, 많이 아쉬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너무나나 좋았던 '모자와 스파게티'의 예전 버전을 들어봅니다. (역시 90년대 후반이군요...; 도시락 특공대 2집에 실려 있습니다.)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가. 예전에 비해 많이 소프트하게 다듬어졌더군요. 확성기를 들고 노래하던 김창완 씨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장장 네 시간의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더군요. 당시엔 힘들줄 몰랐는데 공연 내내 서있거나 찬 바닥에 앉아 있어서인지, 오랜만에 소리를 질러서인지 다음날까지 앓았네요. ㅎㅎ 그래도 이런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또 다시 달려가겠죠. 내년에도 멋진 라인업의 갭 본투락이 열리기를 기대하며. 그날의 진한 여운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 공식 웹사이트 www.gapconcert.com
* 공식 트위터 @gapconc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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