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맛 그대로의 토종 닭볶음탕, 향산 휴게소 식당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0. 11. 29. 10:38
단양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던 중,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대로 된 토종 닭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맛집이 있습니다. 이름 하여 '향산 휴게소'. 음식점이 아니라 휴게소라니? 게다가 상호가 적힌 간판마저 나무에 가려져 웬만한 눈썰미로는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설명에 비밀의 화원이라도 찾아 나선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식당이지만, 직접 기른 시골 닭으로 만든 백숙과 볶음탕은 단연 최고라는 평에 더더욱 호기심 발동~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넣고 휴게소를 찾아 나섰습니다.
향산 휴게소 식당의 전경.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단양에서 영월 방향으로 20여 분을 달려 물어물어 찾아낸 식당. 출발 전에 전화로 미리 주문한 덕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닭볶음탕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밑반찬으로는 텃밭에서 기른 야채로 담근 김치와 장아찌들이 올라왔는데요. 가을의 시골 밥상에서만 볼 수 있는 쌉싸래한 고들빼기와 노랗게 물이 든 깻잎으로 담근 단풍 깻잎 장아찌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닭볶음탕이 익기도 전에 밥 한술 단풍 깻잎에 싸서 먹어봅니다. 투박하지만 깊은 맛이 직접 담그지 않고서는 낼 수 없는 맛이더군요. 이런 걸 고향의 맛이라고 하던가요?
그런데 정작 메인메뉴인 닭볶음탕의 비주얼이 그닥 맛깔스럽지 않습니다. 대충 썰어 넣은 감자와 희멀건한 닭고기. 게다가 국물은 왜 이리 많은지.... 하지만 그 국물을 한술 뜨는 순간. 음식은 비주얼로만 먹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와 청양고추, 단양 마늘로만 양념해 맑은 국물이 우러난 닭볶음탕은 담백하고 칼칼한 그 맛이 일품이었는데요.
특히 갓 잡은 토종닭의 쫄깃한 육질과 포근포근한 감자에서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닭의 아래 날개 부분, 닭 봉이라고도 불리는 부위입니다. 웬만한 닭의 다리라고 해도 믿을만한 크기에 토종닭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닭볶음탕 하나면 성인 네 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시죠?
메뉴판에 '감자전'이 보여 맥주 안주 겸 하나 주문해 봤는데요. 바삭바삭, 제대로 된 감자전이 포스 넘치는 양념장과 함께 나왔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반찬에서 감자전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습니다.
향산 휴게소는 남한강의 향산 여울이 시작되는 곳에 있어서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을 탄 유명한 곳인데요.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반찬을 만들고, 뒷마당에서 기른 닭으로 볶음탕을 만드는 보기 드문 곳입니다. (뒷마당 비닐하우스에서 뛰노는 토종닭을 볼 수 있어요. ㅎ) 왜 이 간판도 없는 휴게소가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알 것 같더군요. 사실 이곳은 아직 인터넷에 알려지지 않아 혼자만의 맛집으로 남겨두려고 했는데요. 비밀스럽게 블로그에 공개해 봅니다. 공개한다고 제대로 찾아가시리란 보장은 없지만... ^^; 애니웨이 그린데이가 강추하는 완소 맛집! 단양 여행길에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