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북경여행] 니하오! 베이징에서 만난 사람들
- 센티멘탈 여행기/중국, 대만
- 2010. 12. 14. 07:00
여행은,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낯선 사람들과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다. 낯선 언어로 말하고, 낯선 이념을 가지고, 낯선 세상에 사는 이들. 하지만 그들 속에 섞여 실제 사는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국기를 들고 혁명의 광장에 선 학생들. 무술 삼매경에 빠진 공원의 할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제국의 뒷길을 누비는 인력거꾼. 아침을 데우는 거리의 노점. 공안의 눈을 피해 숨어 장사하는 군고구마 상인까지... 나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오늘은 그들을 통해 느낀 진짜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천안문 광장에서 만난 학생들
중국에서 국기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아마 천안문 광장일 거다. 여행으로 중국을 몇 차례 가봤지만, 국경일도 아닌 평일 낮에 국기를 들고 광장을 활보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红旗)는 그 자체로 공산주의를 의미한다. 붉은색은 혁명, 중심의 큰 별은 공산당, 그리고 작은별 네 개는 각각 노동자, 농민, 지식계급, 애국적 자본가의 4계급을 상징한다고. 다방면의 개혁과 개방을 꾀해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뤘지만 아직도 언론통제는 물론 인터넷 검색, SNS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는 중화 인민 공화국의 현주소를 떠올리며 많은 생각을 했다.
역대 제국의 힘과 혁명. 개혁을 상징하는 중국의 자부심. 마오쩌둥의 붉은 초상화가 걸린 천안문 앞에서 지극히 이방인다운 포즈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북경에 다녀온 사람치고 이 앞에서 찍은 증명사진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ㅎ)
이 천진해 보이는 학생들이 바로 찍사. 이들의 수줍은 미소에는 혁명이나 이념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2. 무술 삼매경에 빠진 아침 공원의 할아버지
초겨울, 아침 햇살을 받으며 공원에서 진지하게 취권을 펼치는 무술인. 공원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유독 눈에 띄던 멋진 분이었다. 눈짓으로 허락을 구하고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데, 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더 멋진 자세를 취해주시던 귀여운(?) 할아버지다.
대화를 원하는 할아버지께 여행서 뒤편에 있는 서바이벌 중국어를 더듬더듬 읽으며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정도의 상투적인 말씀밖에 드릴 수 없었지만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따뜻한 아침이었다.
3. 금빛 자전거를 타고 제국의 뒷길을 누비는 인력거꾼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됐던 일정. 느지막히 스차하이에 도착해 인력거를 타고 석양이 지는 후통의 골목길을 누비며 700년 베이징의 역사를 온몸으로 느꼈다.
사실 영하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천안문에서 북해공원까지 4시간가량을 쉬지 않고 걸은 후라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인력거 투어를 잠시 망설였는데, 이 아저씨. 솜이 두툼하게 들어간 무릎담요를 준비해 오셨다.
덕분에 해지는 스차하이의 풍경과 골목골목의 정겨운 풍경들을 오롯이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는. 자리에 앉으면 담요부터 덮어주는 아저씨가 참 고마웠다.
4. 아침을 데우는 거리의 노점상
숙소 근처에 있던 샌드위치 노점. 잉글리시머핀에 고기와 계란, 야채를 넣은 샌드위치가 맛있어 매일 아침을 해결하던 곳이다. 두 번째 방문부터는 얼굴만 보고도 머핀 샌드위치를 챙기고, 가장 따뜻하게 데워진 두유를 골라줬는데, 그 느낌이 마치 오래전부터 다니던 단골집 같았다.
마지막 날 아침을 먹으며 떠나는 날이라고 했더니 지하철 타는 곳까지 무거운 가방을 들어줬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한사코 가방을 뺏어 앞장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정 많은 시골 청년 같은 순수함을 느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베이징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시끄럽고 예의 없는 중국인들'이란 편견을 불식시켜준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낯선 곳에서의 서툰 하루하루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그들은 그저 낯선 건물 사이로 사라져가는 낯선 사람들일 뿐이다. 한두 번쯤 무시당하면 어떤가. 여행자라는 신분으로 먼저 마음을 열어보이면 분명 좋은 친구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덧) 그 밖에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어 무척 반가웠던 스차하이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조선족 직원들. 포스트잇에 버스 내릴 곳을 중국어로 적어주는 등 세심한 서비스에 완전 감동했다. 공안이 오는지 노심초사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도 제일 큰 고구마를 골라 주시던 군고구마 노점 아주머니도, 미로 같은 북해공원을 직접 안내해 나가는 문까지 인도해준 청소부 아저씨도 기억에 남는다. 모두 쉐쉐!
이렇게 두 번째 미션도 클리어! 다음 포스팅부터는 편한 마음으로 북경의 이모저모를 올려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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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하나투어 여행미디어, 겟어바웃의 에어텔 후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