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괜찮아' 싱글을 위한 훠궈 전문점, 샤부샤부(呷哺呷哺)
- 센티멘탈 여행기/중국, 대만
- 2010. 12. 23. 07:30
북경 여행을 계획했을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음식'이었습니다. 요즘엔 한국에도 양 꼬치나 훠궈를 주로 하는 중국 음식점이 많아졌지만 진짜 중국에서 먹는 중국 음식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죠. 향신료 때문에 입맛에 맞지 않을 거다. 너무 느끼하지는 않을까? 깨끗할까? 설마 가짜 계란을 쓰지는 않았겠지... 다양한 음식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 이면에는 편견과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북경에 도착한 첫날. 고민 끝에 들어선 곳은 이소룡을 상표로 삼은 중식 패스트푸드점 전궁푸(眞工夫). 프랜차이즈라 나름 믿을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였습니다. 사진을 보고 고른 메뉴는 간장에 볶은 돼지고기였는데요. 생강향이 나는 짭조름한 맛에 먹을 만 했지만 국적 불명의 특색 없는 요리였죠. 남은 며칠 간 계속 이런 음식만 먹어야 하나... 생각하니 좀 우울하더군요.
Photo by Flickr ⓒ 爱吃跳跳糖的芋头
그래서 과감히 '훠궈'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훠궈는 '불타는 냄비'(火锅 불 화 냄비 과)라는 뜻을 가진 사천지방 음식으로 불 위에 솥을 얹어 육수를 끓이며 고기와 야채, 해산물 등을 데쳐 먹는 우리의 샤부샤부와 비슷한 요리입니다. 냄비의 중간을 태극 문양으로 나눠 매운맛이 나는 홍탕과 담백한 맛의 백탕을 반씩 끓이며 먹는 위안양(鴛鴦.원앙)훠궈가 일반적이고요. 중국음식 중에서도 경험치가 어느 정도 쌓여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홍탕은 특히 아주 맵고 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의 샤부샤부도 그렇지만 훠궈는 식탁 가운데 냄비를 두고 여럿이 둘러앉아 먹어야 제맛입니다. 하지만 요리의 특성상 여럿이 젓가락을 담가야 하고, 입맛대로 재료를 넣어 조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또, 세숫대야만큼 커다란 냄비를 앞에 놓고 혼자 먹을 수 없으니 저처럼 혼자 다니는 여행객에게 훠궈는 그림의 떡입니다. 포기해야 하나... 하던중 찾은 반가운 정보! 개인용 미니 훠궈 냄비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는 거죠~!
'혼자라도 괜찮아~' 훠궈 전문점, 샤부샤부(呷哺呷哺)
샤부샤부(呷哺呷哺)는 좌석 대부분이 좌석이 바(bar) 형태로 되어 있어 마치 회전 초밥집처럼 둘러앉아 개인용 냄비에 훠궈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점입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 점심시간엔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라고 하는데요. 혼자 먹는 사람도 많고, 여럿이 함께 온 사람들도 바에 앉아 취향에 맞게 육수와 재료를 주문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식당에 들어서니 매니저인 듯 보이는 훈남이 메뉴판을 들고 와서 주문을 받습니다. 원래는 저분이 들고 계시는 종이에 손님이 직접 원하는 메뉴를 체크하는 시스템인듯했습니다.
'혼자서도 잘해요~' 훠궈 주문하기
메뉴를 보면 일단 '대략 난감'입니다. 중국어를 좀 하시는 분이시라면 모를까. 중국식 한자는 우리가 쓰는 한자를 약식으로 줄여 쓴 간자체를 사용해 알아보기가 쉽지 않죠. 샤부샤부에는 영어 메뉴가 있고, 도와주시는 분이 계셔서 다행히 어렵지 않게 주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주문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1. 육수 선택: 홍탕, 백탕, 커리탕 등 6개 육수 중에서 고릅니다. 한국식 김치 육수도 있더군요. 전 쓰촨 성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홍탕으로 선택했습니다. 참고로 홍탕은 유채씨 기름, 사천 고추, 등룡 고추, 맵고 얼얼한 맛을 내는 향신료인 화조, 마조(우리의 산초와 비슷) 등 각종 재료를 넣어 독특한 매운맛을 내는 육수입니다.
2. 디핑소스 선택: 땅콩소스, 참깨소스, 간장 등 다양한 소스가 있더군요. 중국어로 '마장'이라 불리는 땅콩소스가 가장 맛있다고 해서 주문했습니다. 소스는 비닐 포장된 채로 향채(고수)와 함께 나왔습니다. 향채는 동남아시아에서도 많이 쓰이는 향신룐데요. 특유의 향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아 못 드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하지만 전 워낙 태국음식에 단련된 입맛이라 향채 듬뿍!
3. 주 재료 선택: 이제 육수에 데쳐 먹을 음식 재료를 선택해야 하는데요. 보통 고기, 야채, 두부, 어묵 등을 고루 시켜 먹습니다. 저는 간편하게 세트메뉴를 시켰는데요. 소고기와 야채(배추, 양상추, 쑥갓, 버섯, 무, 당근), 두부, 어묵, 계란과 국수(쌀국수, 밀가루 국수)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주위를 보니 새우와 감자, 연근, 미역 등 우리가 평소 샤부샤부 재료로 쓰지 않는 것들도 다양하게 시켜 드시더군요.
이렇게 혼자 한 상 거하게 차려놓고, 끝으로 빠질 수 없는 연길 생맥주를 한 잔 주문했죠. ^^
훠궈를 먹는 방법은 샤부샤부와 같습니다. 고기와 야채를 먼저 데쳐 먹고, 육수가 우러난 국물에 면을 넣어 끓이며 먹되 한꺼번에 많이 넣지 않는 것이 맛있게 먹는 요령~
매운 육수에 데친 고기를 땅콩버터 비슷한 마장 소스에 찍어 향채와 함께 먹으니 잃었던 입맛이 돌아옵니다. 많이 맵지만 중독성있는 맛의 훠궈, 생각보다 괜찮더군요.
국수는 뜰채에 담아 육수에 몇 번 담그면 맛있게 익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동글동글 통후추같은 것이 바로 '화조'와 '마조'인데요.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화하게 퍼지는 매운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처음엔 음식에 섞여 있어 멋모르고 먹다가 나중엔 땀을 흘리며 열심히 골라냈다죠...; 향신료 맛이 강하니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중국음식에 대한 내공을 어느 정도 쌓은 후에 도전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홍탕에는 기름이 많아 먹다 보면 쉽게 느끼해집니다. 이럴땐 시원한 맥주나 탄산음료가 필수~! 세트메뉴는 양이 꽤 많습니다. 둘이 먹을 땐 세트메뉴 하나에 고기 하나 정도 추가해서 먹으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많이 먹기로 유명한 중국인들도 세트메뉴를 시키면 대부분 남기는데요. 남은 재료는 따로 포장해 주기도 하더군요.
샤부샤부(呷哺呷哺)는 북경의 웬만한 번화가에서 볼 수 있는 개인용 훠궈 체인입니다. 제가 다니면서 본 곳만 해도 공항이나 왕징 가는 쪽에 있는 똥즐먼역 긴자센터, 북경역 건너편 헨더슨 센터 2층. 798예술구 앞 쇼핑센터, 왕푸징 동방신천지 등 여러 곳이었습니다. 중국 여행을 계획하시면서 혼자 혹은 둘만의 여행이라 훠궈는 너무 거하다 생각하셨던 분들은 꼭 '샤부샤부(呷哺呷哺)'를 기억하세요. 가격도 일반 훠궈 전문점보다 저렴하니 가볍게 도전해 보고, 입맛에 맞는지는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 한국에 돌아온 이후, 추울 때마다 그 중독성 있는 매운 맛이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참고로 메뉴에 대한 친절한 소개가 있는 홈페이지와 자세한 영어 메뉴판을 덧붙입니다.
[Tip]
* 홈페이지 : http://www.xiabu.com/
* 영어 메뉴
북경에 도착한 첫날. 고민 끝에 들어선 곳은 이소룡을 상표로 삼은 중식 패스트푸드점 전궁푸(眞工夫). 프랜차이즈라 나름 믿을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였습니다. 사진을 보고 고른 메뉴는 간장에 볶은 돼지고기였는데요. 생강향이 나는 짭조름한 맛에 먹을 만 했지만 국적 불명의 특색 없는 요리였죠. 남은 며칠 간 계속 이런 음식만 먹어야 하나... 생각하니 좀 우울하더군요.
우리의 샤부샤부도 그렇지만 훠궈는 식탁 가운데 냄비를 두고 여럿이 둘러앉아 먹어야 제맛입니다. 하지만 요리의 특성상 여럿이 젓가락을 담가야 하고, 입맛대로 재료를 넣어 조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또, 세숫대야만큼 커다란 냄비를 앞에 놓고 혼자 먹을 수 없으니 저처럼 혼자 다니는 여행객에게 훠궈는 그림의 떡입니다. 포기해야 하나... 하던중 찾은 반가운 정보! 개인용 미니 훠궈 냄비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는 거죠~!
'혼자라도 괜찮아~' 훠궈 전문점, 샤부샤부(呷哺呷哺)
'혼자서도 잘해요~' 훠궈 주문하기
주문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3. 주 재료 선택: 이제 육수에 데쳐 먹을 음식 재료를 선택해야 하는데요. 보통 고기, 야채, 두부, 어묵 등을 고루 시켜 먹습니다. 저는 간편하게 세트메뉴를 시켰는데요. 소고기와 야채(배추, 양상추, 쑥갓, 버섯, 무, 당근), 두부, 어묵, 계란과 국수(쌀국수, 밀가루 국수)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주위를 보니 새우와 감자, 연근, 미역 등 우리가 평소 샤부샤부 재료로 쓰지 않는 것들도 다양하게 시켜 드시더군요.
[Tip]
* 홈페이지 : http://www.xiabu.com/
* 영어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