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개편 한 달째, '뉴스캐스트'를 둘러싼 이야기들
- 소셜 미디어 단상
- 2009. 1. 28. 17:39
네이버 메인이 개편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1월1일부터 메인 페이지 뉴스박스 편집권을 저작권자인 각 언론사에 넘겨준 네이버는 약간의 트래픽을 잃었지만 의도했던대로 그간의 포털의 미디어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에게 선물이자 숙제가 된 '뉴스캐스트'는 기업에도 관련 긍/부정 이슈가 노출될 확률이 40배쯤 높아지면서 강력한 영향력 행사자가 되었다.
'뉴스캐스트'라 불리는 네이버 최상단 뉴스 박스의 변화와 관련 업계의 분위기를 정리해 봤다.
뉴스캐스트란?
네이버가 정의한 뉴스캐스트란 언론사가 직접 편집, 운영하여 언론사의 '주요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언론사별 편집박스'이다. 종합지, 전문지, 방송사 등 다양한 언론사가 참여하며 문광부 정기간행물에 등록된 매체로 인터넷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서버와 상시 개발인력이 있으면 신청 가능하다.
무엇이 바뀌었나?
* 언론사에 편집권 부여: 각 언론사가 메인 뉴스박스에 노출되는 문구, 순서 등을 직접 조정할 수 있게 됐다
* 아웃링크: 기사 제목 클릭 시 해당 언론사의 사이트가 열린다.
* MY뉴스: 사용자가 원하는 언론사만 선택해서 구독이 가능하다.
네이버 첫화면 뉴스 박스 분석
언론사별 롤링주기는 7초, 편집주기는 언론사별로 다르나 대부분 1시간 이내로 보인다. 방송, 지역지가 좀 늦은 편이며 MY뉴스를 별도 설정하지 않았을 때 메인에 롤링 되는 언론사는 36개, 전체 설정 가능한 언론사는 44개이다. 36개에서 제외된 8개 매체는 매거진, 특수전문지, 지역지. (* 아래 표 참조)개편 전에는 메인에 롤링되는 언론사 숫자를 14개로 제한하려 했으나 온신협 반발로 34개로 확대됐고, 1/21 현재 36개로 다시 늘어났다. 참고로 네이버에서 ‘언론사’로 분류한 사이트는 뉴스 공급을 계약 기준으로 총 106개이다.
개편 후 변화와 트래픽 추이
개편 후 코리안 클릭, 랭키닷컴 같은 웹사이트 분석기관에서는 이슈에 동참하기 위해 포털과 언론사의 트래픽 변화 추이를 연일 내놓고 있다.
코리안 클릭의 자료(1월5~11일)에 따르면 뉴스 순방문자(UV) 순위는 다음 뉴스(1위), 네이버 뉴스(2위), 한국아이닷컴(3위), 조선닷컴(4위) 순이었다. 아웃링크의 영향으로 미디어 다음이 네이버 뉴스를 눌렀고, 메이저와 마이너 언론사의 경계가 불분명 해지면서 한국일보의 닷컴신문사인 한국아이닷컴의 트래픽이 조선닷컴을 넘어섰다. 동기간 랭키닷컴에 따르면 아웃링크의 영향으로 각 언론사 사이트 방문자수는 평균 313.3%증가 했고, 페이지뷰도 400%가량 증가했다.
늘어난 트래픽 덕에 일부 언론사는 서버가 다운되어 아웃링크에서 인링크로 급전환하는 헤프닝을 빚기도 했다. 언론사에서는 직접 유입되는 트래픽을 광고수익 등 다양한 형태로 수익원을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언론사의 분위기
개편 전부터 메이저 신문들은 인정하지 않는 일부 인터넷 신문과 같은 공간에서 원오브뎀으로 경쟁해야 하는 것이 불편했고 마이너 신문은 실시간 편집을 위해 추가 전담인원 투입 등 만만찮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관련글: 네이버는 왜 14개 언론사를? )
실제로 머니투데이 같은 금융 전문 인터넷 신문은 주력 분야인 증권뉴스가 아닌 연예뉴스를 강화했으며, 매일경제, 한국경제와 같은 뉴스 속보국을 신설한 언론사들은 기존 닷컴 인력을 통합 관리하면서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관련글: 경제지, 뉴스캐스트 상위권 독차지) 심층기사보다는 트래픽 유입을 위한 연예, 속보성 뉴스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일부 신문사에서는 신문사닷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뉴스캐스트 편집권을 지면 편집부가 가져오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서자 취급받던 신문사 닷컴이 이제야 어깨 좀 펼 수 있는 무기를 가졌는데, 편집권을 순순히 넘겨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뉴스캐스트'라는 검색어로 뉴스검색을 해보면 네이버 뉴스박스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웃지 못할 기사들도 나온다.
한국일보 홈페이지 방문 언론사 중 빅3 껑충 한국일보 사회 2009.01.17 (토) 오전 3:03
문화일보 홈페이지 방문자수 5배 폭증 문화일보 IT/과학 2009.01.16 (금) 오후 2:00
기업의 분위기
뉴스캐스트에 참여하는 각 언론사들이 트래픽에 민감해지면서 선정적인 기사나 기사 어뷰징(부당한 뉴스콘텐츠 중복전송) 등이 늘고있다. 경쟁적으로 자극적 제목 붙이기를 하는 언론사들은 기업에게 기회이자 위협이다.
기존 네이버가 선정한 뉴스만을 보여주던 체제에서는 기업관련 부정이슈가 뜨면 해당 언론사에만 입장표명을 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으면 됐지만, 이제는 36개 언론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해야 한다. 주력매체와 비주력매체의 구분도, 지면과 인터넷의 구분도 무의미해졌다. 36개의 썸네일 뉴스와 72개의 Bold 뉴스, 280여 개의 Text 뉴스가 존재할 뿐이다.
영향력을 무기로 기업에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는 성숙하지 못한 신생매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언론만 상대하던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네이버의 분위기
네이버랩의 뉴스 클러스터링(News Clustering) 서비스가 개편했다. 찬이 블로그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각종 뉴스 데이터에서 텍스트 연관성을 검색해서 비슷한 뉴스끼리 묶어 주는 것이다. 뉴스들의 묶임 갯수가 많고 연속적으로 기사가 생산되며 사람들의 주목도 등 가중치가 높아지면 상단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따르는 것.
제대로만 된다면 편집자 없이 뉴스섹션의 자동화가 가능할 것 같지만 편집에서 아예 손을 떼는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앞으로도 수개월간은 신문사, 기업, 포털 모두에게 혼란의 시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참여하는 언론사>
* 총 44개, 색칠한 부분은 메인 롤링에서 제외된 8개 언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