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가리는 남산 전망대 휴게공간, 차라리 없었으면...

서울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 요즘처럼 맑은 가을 날씨엔 푸른 하늘과 맞닿은 탁 트인 서울을 볼 수 있는 곳, 노을지는 저녁엔 로맨틱한 풍경을, 밤에는 도시의 불빛이 만들어내는 백만 불짜리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남산 전망대다. 굳이 비싼 입장권을 끊고 N서울타워 꼭대기까지 오르지 않아도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남산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으니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지 싶다.


내게는 신입사원 시절, 밤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 캔을 들이키기도 하고, 동료와 함께 구두 바람으로 산에 올라 야경을 바라보며 삶의 고단함을 얘기하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남자친구이던 남편과 데이트를 즐겼던 봉수대 야경은 잊히지 않는 연애 시절 추억 중 하나다.   

세월이 흘러 전망대 철조망 자리에는 투명 아크릴판이 설치되고, 바닥에는 나무 데크가 깔려 요즘의 남산 전망대는 훨씬 세련돼졌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화살표로 표시한 이곳, 전망대 반을 막아 칸막이를 쳐 놓았다. 2005년 YTN이 CJ와 서울타워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면서 맥주와 간단한 스낵을 파는 상업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아쉬워도 민간 건물이니 그럴 수 있겠다 했다. 조금 비싸긴 해도 편히 앉아 야경을 보며 차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생겼으니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 가을, 다시 찾은 전망대에는 이런 표지가 있었다.

'N서울타워를 찾는 방문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휴게공간.
 식, 음료의 구매와 상관없이 서울의 아름다운 전경을 마음껏 즐기세요.'

외국인을 위한 친절한 영어 안내까지~! 마침 아이를 데리고 간식 먹을 곳을 찾던 난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입구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이런...! 열리지 않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었다. 하긴. 인파로 붐비는 화창한 주말,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썰렁한 내부가 좀 이상하긴 했다. 누구를 위해 언제 개방하는 무료 공간인지, 언제부터 채워져 있던 자물쇠인지, 아무런 안내 없이 굳게 잠긴 문이 야속하기만 했다. 차라리 의자와 테이블, 칸막이가 없었다면 시야를 가리지 않아 예전처럼 서울의 전경이라도 볼 수 있을 텐데. 비상업공간이 되면서 관리주체가 사라진 것인지... 문을 걸어 잠글 수 밖에 없는 사연이 궁금해졌다.  

결국 우리는 N서울타워에 있는 한 버거 전문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휴게공간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전경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테라스를 기웃거리다가 우리 주변에 자리를 잡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자물쇠로 빽빽하게 채워진 루프 테라스, 벽돌로 가려진 봉수대, 굳게 잠긴 전망대 테라스까지... 서울에서 가장 높아 서울의 경치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기엔 남산 정상엔 방해물이 너무 많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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