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여행을 하는 법, 여행자의 시장놀이

여행자의 로망중 하나는 현지인처럼 살아가듯 여행을 하는 '여행 생활자'가 되는 것 아닐까?
여행지에서만큼은 잠시나마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며 현지인 속에 감쪽같이 숨어들어 가 보는 것 말이다.

그들처럼 빈둥빈둥 골목길을 걷다가 길거리 음식을 사 먹어 보고,
오토바이로 도로를 활보하고,
도시락 피크닉을 즐기고,
때로는 여행 중에는 도저히 입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샬랄라한 원피스도 사보고.


하지만 현실은 길어야 고작 일주일 정도만이 허락되는 것이 우리네 아쉬운 여행일정.

이렇게 짧은 여행기간 동안 가장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터키, 네브쉐히르 장터

그건 바로 '시장 놀이'를 해보는 거다.

어느 나라건 현지인의 꾸밈없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이 '재래시장'이라고 하지 않던가. 총천연색의 자연이 내뿜는 에너지와 퉁명스럽지만 인심 좋은 시장 아주머니의 덤 한 줌, 솔솔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이리저리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새 '여기도 사람 사는 곳, 내 일상'으로 느끼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현지인들 속에서 시장을 즐기는 것이 바로 시장놀이다.

카파도키아의 흔한 간식, 로열젤리

시장에서 직접 물건을 사며 흥정을 해보면 이곳 특산품은 무엇인지, 요즘 물가는 어떤지, 이 동네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간식은 무엇인지 같은 정보도 쏠쏠하게 알 수 있다. 상품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므로 때로는 우리에게 아주 귀한 물건을 쉽게 구할  수도 있고, 어떤 물건은 원래의 쓰임새와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는 것을 보며 닮음과 다름을 배운다. 4계절이 모두 여름만 있는 열대지방에서도 절기에 따라 나는 과일이 다르고, 시장마다 과일을 파는 방법이 다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노란색 과일만 파는 노점

모든 과일과 야채를 킬로그램 단위로 판다. 추로 직접 무게를 재서.

이른 봄에 찾았던 터키의 한 장터에서는 싱싱한 딸기와 사과를 맛볼 수 있었는데, 이곳의 사과나 오렌지는 개수가 아닌 킬로그램 단위로 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과는 어떤 종류든 달고 맛있었지만 이른 봄이라 그런 건지, 터키 딸기는 아무리 빨간 것을 골라도 맹맛이더라. 향기와 맛은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시장에서 얻은 산 지식.

 알라신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물건을 아름답게 진열한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알라신에 대한 예의라고 여기는 터키 사람들은 물건 진열에 특히 신경을 쓴다. 물고기나 당근을 꽃처럼 펼쳐 진열하기도 하고 냄비나 과자 등을 레고 블록 쌓듯 멋지게 쌓아 올리기도 한다. 시장을 둘러보며 난 아슬아슬 쌓여있는 물건들을 '톡' 쳐보고 싶은 장난기가 발동하기도 했다.



아름답게 꾸미기로 치면 일본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마치 선물 포장을 하듯 수박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싸놓은 뱃부 시장 풍경



시장통에서 만난 일본 정육점은 우리와 무척 닮아 있었다.

태국 치앙마이는 비옥한 곡창지대로 1년에 3모작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치앙마이 시장에 가면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살 수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긴 것, 짧은 것, 하얀 것, 노란것, 구별이 된다.

륙인 치앙마이에서 음식은 주로 숯을 피워 굽거나 훈연해 먹는데, 생선, 고기뿐 아니라 채소도 구워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를 접한 푸켓의 재래시장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많고, 우리네 바닷가 어시장에서처럼 말린 생선과 조갯살도 여러 종류를 볼 수 있다.



다양한 과일을 조금씩 사먹을 수 있는 필리핀, 태국의 시장내 마트

필리핀 시장에서 망고 고르기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아줌마들 틈에 끼어 그네들이 하는 대로 망고를 살짝 눌러 익은 정도를 체크하고, 꼭지의 향를 맡아봤다. 동네 아줌마들이 골라 담는 것과 비슷한 놈으로 집어들면 100%다. 만국 공통의 진리. 열대지방이라고 아무 때나 모든 과일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망고는 4~6월이 제철이다.

터키에서도 할머니들의 시장패션은 역시 몸빼바지다.

활기로 가득한 시장통 속에 시끌벅적 사람들과 함께 있노라면 내가 이들 틈에서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마치 어제도 그랬던 것 처럼. 내일도 그럴 것
처럼. 그들에게는 평범한 하루의 일상이 내게는 새로운 시장놀이, 진짜 여행이 된다.
진짜 여행을 하고 싶다면,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에 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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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T로밍 블로그(http://blog.sktroaming.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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