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소개하고픈 한국의 즐길거리 Best 5

며칠전 연합뉴스에 재밌는 통계가 하나 올라왔다. KOTRA에서 영국, 독일, 헝가리 등 유럽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류 및 국가 브랜드 조사'를 했는데, 유럽 젊은이들이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 1위로 '북한'을 꼽았단다. 2위는 케이팝, 3위는 서울 순... 한국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로는 '전쟁'이 가장 많았다. (관련 링크: 유럽 젊은이 한국하면 떠올리는 것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중. (판문점 장면 넣으려다가... 아... 하균 앓이 ㅠ)

문득 떠오르는 생각.

10여년 전쯤, 해외 여행중 외국인을 만나 통성명을 하면 '남한에서 왔니? 북한에서 왔니?'란 질문을 자주 들었다. 한국 = 북한이라고 알고 있는 이들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김일성, 김정일은 안다는 이들도 있었다. 처음 몇번은 당황하며 남북한의 다른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만나는 사람 마다 같은 얘기를 하니 기분이 좀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외국 영화속 한국의 이미지가 우울했으니 그러려니 했고, 내가 만났던 외국인들이 유독 무지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흐른 현재도 한국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북한과 전쟁뿐이라니. 좀 충격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한국을 알고 있다는 것만 해도 다행일 수 있다. 한류가 거센 아시아나 중동 지역 외의 외국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동북아시아의 전부인줄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상품에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가 있듯 국가도 역시 국가 브랜드가 중요하다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일본의 스시, 중국의 고궁처럼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가 없다. 분단국이라는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매력적이고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이미지, 어디 없을까?

이야기 하나.

몇년전 부모님을 모시고 떠난 태국여행에서 한 벨기에인 가족을 만난 적이 있다. 환갑을 기념해 야심차게 부모님을 모신 우리와는 달리 이 가족은 벌써 1년째 아시아 여행을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안가본 곳이 없다며 자랑이 늘어지는데, 정작 한국에 가봤냐고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묻는 말, "한국에 가면 뭘 봐야 하니? 뭐가 유명한데?"

어떻게 한국을 그냥 지나쳤냐고, 꼭 한번 들르라고 호들갑을 떨다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한국엔 뭐가 유명하냐니. 한옥, 김치, K팝, 명동, 제주도 등 자랑할 거리는 많은데, 짧은 시간에 비주얼 없이 얘기하자니 정리가 잘 안된다. (회사 다닐때 교육받은 맥킨지식 엘리베이터 스피치는 바로 이럴때 써먹어야 하는데. ㅠㅠ) 나름의 전통과 단아한 멋이 있지만 스케일로는 중국의 고궁에 밀리는 한옥, 건강식이지만 스시에 비해 맛이 대중적이지 못한 김치, 쇼핑 천국이지만 중국에 비해 물가가 비싼 명동. 확신 없이 중언부언 설명하다보니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가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OTL.

몇 가지 놀라운 사실들.

내 나라도 제대로 모른다는 자괴감에 빠져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와 각종 자료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가지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정리하면 내가 외국인이라면 한국에서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쯤이 되려나?

이미지 출처: 한국관광공사 (http://english.visitkorea.or.kr/)

1. 놀랍게도 우리 어릴때 반공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현장학습으로 가던 DMZ투어가 아직도 있더라. 파주에 있는 땅굴을 둘러보고 철책선을 따라 걸은 후 평화의 리본을 달고 돌아오는 코스라는데, 외국인에게 단연 인기라고.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투어라니 좋게 볼 수도 있지만 분단국의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 관련 링크: http://www.dmztourkorea.com/


2. 유네스코가 선정 세계 문화유산. 세븐 원더스같은 사이비 기관 말고, 검증된 기관인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세계 문화 유산이  한국에 열 곳이나 있다. 종묘, 창덕궁, 수원성, 석굴암, 경주, 안동 하회마을 등.
이중 내가 가본 곳은 종묘와 창덕궁 정도? ...; 부끄럽구나.
* 관련 링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 한국

3. 태국 여행을 할때 인상깊게 본것중 하나는 '쿠킹 클래스'였다. 외국인에게 인기있는 팟타이(볶음국수) 등을 직접 만드는 반나절 클래스였는데, 함께 로컬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등 현지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점이 좋아보였다. 살펴보니 한국에도 그런 코스가 있더라. 2만원~7만원 정도면 1시간~반나절 정도의 쿠킹 클래스를 들을 수 있다. 주요 메뉴는 불고기, 비빔밥, 김치로 근처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한옥마을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간단히 음식을 만들고 한복을 입어볼 수도 있다.
* 관련 링크: Korean Cooking Classes

4. 한옥마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언론에 자주 소개되는 한옥 스테이, 템플 스테이 체험도 재밌겠다. 한옥 체험 관련, 사이트에는 서울의 북촌, 전주, 안동의 한옥마을 몇 곳이 소개되어 있다. 1박에 5만원~15만원선, 대부분 한식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어 한옥 체험과 더불어 한식 상차림이라는 독특한 음식문화도 배울 수 있다. 템플스테이는 1박에 5만원. 외국인이 개별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긴 하다.
* 관련 링크: Hanok Stay , Temple Stay

5. 전통문화를 체험했다면 한국의 젊은 문화를 볼 수 있는 홍대 앞도 좋은 관광코스다. 낮에는 맛집과 젊은 예술을, 밤에는 독특한 인디 클럽 문화 즐기려는 외국인들이 몰려들면서 홍대 앞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가 성업중이라고 한다. 최근 1~2년새 무려 20여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새로 생겼다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제작년 공항철도 개통으로 인천공항에서 45분이면 홍대 앞에 닿을 수 있는 편리함도 한몫 했다. 요즘 외국인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이태원이 아닌 홍대앞이 한국의 카오산로드로 불린다고~ 홍대앞 도미토리형 게스트하우스는 하루에 2만원 선이면 1박이 가능하다. (10여년 전, 나이 마흔에 홍대 앞에 게스트 하우스를 차리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 공항철도까지 개통될 줄이야! 그때 빚 얻어 차렸어야...;)
* 관련 링크: 김치 호스텔, 미스터 킴스 프렌즈 게스트하우스 등.

외국인이 즐길만한 꺼리는 이보다 훨씬 많겠지만 주관적으로 뽑은 Best 5는 이쯤 되는것 같다. 한국은 분단국이지만 역사와 전통,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 나라다. 이제 누가 묻더라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으리~ 부디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케이팝이나 휴대폰 등이 한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 좀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고, 체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쟁과 분단으로만 기억되기엔 한국엔 자랑할 것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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