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여행] 왕푸징 미식거리 정복기
- 센티멘탈 여행기/중국, 대만
- 2012. 2. 17. 14:09
호화로운 빌딩과 서민적인 먹거리가 공존하는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 왕푸징 거리는 베이징에서 유일하게 도보로 거닐 수 있는 상점가로 한국의 명동과 같은 번화가입니다. 대로 양쪽에는 동방신천지 등 백화점을 비롯해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상점들이 있고, 골목 안쪽으로는 중국의 길거리 먹거리들을 다 모아 놓은 듯한 야식 거리가 펼쳐집니다.
왕푸징 거리의 상징, 동방 신천지
왕푸징(王府井)이라는 이름은 700여 년 전 원대 왕조의 여러 기관과 왕족들의 저택인 왕푸(王府) 가 많이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는데요. 왕푸에서 사용하던 우물(井)이 있던 길이라 해서 이 거리를 왕푸징(王府井)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왕푸의 거리라는 점도 이색적이지만 사실 이곳이 외국인에게 유명한 이유는 바로 중국의 길거리 먹거리들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 그럼 함께 왕푸징 미식거리로 떠나보실까요?
중국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꼽으라면 전 주저 없이 '양 꼬치'를 이야기 합니다. 해 질 녘이면 골목 어귀에서 탄불에 부채질 하며 구워내는 그 맛이 아주 일품이거든요. 기름이 자글자글 타오르는 양꼬치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죠~! 맥주와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일단 아쉬운대로 양 꼬치부터 하나 사 들고 미식거리 탐험을 시작합니다.
익숙한 한국의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와 김밥도 있더군요.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이곳에서 매운 떡볶이가 과연 팔릴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젊은 언니들에게 꽤 인기가 있더라고요. 괜히 어깨가 으쓱~
꼬치에서부터 골뱅이, 찌고 튀기고 구운 만두, 초두부, 크레페, 볶음국수, 그리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들까지 왕푸징 미식거리는 그야말로 음식 천국이었습니다.
듣던 대로 꼬치의 세계는 실로 다양했습니다. 전갈은 물론 수족관에서나 보던 해마와 불가사리, 도마뱀, 이름 모를 곤충의 애벌레, 번데기 등. 나름 비위가 강하다고 자부하는 저인데, 이 순간만큼은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잠깐 쳐다보는 것조차 괴롭더군요. ㅠㅠ 나라마다 문화적인 특수성과 배경이 있으니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이 포스트를 보시는 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 수 있으니 사진은 이 정도로 살짝만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미 저녁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각, 미식거리를 기웃거리다 보니 출출하더군요. 추위에 뭔가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적당한 음식을 찾던 중 사람들을 줄을 서서 먹고 있는 국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그건 국수가 아닌 '천엽'이더군요. 머뭇거리는 제게 눈짓을 한번 하더니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재빨리 국수를, 아니, 천엽을 말아주는 총각. 얇게 썰어 데쳐낸 천엽 한 덩이를 척, 국물을 한 국자, 그리고 마장 소스와 고수를 얹으니 손쉽게 천엽국수 한 그릇이 만들어집니다.
뭔가 푸짐해 보이는 비주얼~ 분명 아가씨의 음식은 아닌듯하지만 매콤하고 고소한 소스를 천엽에 쓱쓱 비벼 고수와 함께 먹으니 맛이 썩 괜찮았습니다. 한국의 내장탕 비슷한 맛이랄까요? 위생상태가 심히 의심스러웠으나 배가 고프기도 했고, 쫀득한 천엽과 감칠맛 나는 국물 맛에 빠져 그 자리에서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조심스럽게 도전해본 음식치고는 꽤 괜찮았어요.
미식거리에는 후식으로 먹을만한 과일도 많았는데요. 그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른 주먹만큼 엄청난 크기의 키위였습니다. 중국의 과일들은 어쩜 저렇게 큼직한 걸까요?
중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색색의 탕후루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과일 꼬치에 설탕 시럽을 입힌 탕후루는 설탕 시럽이 잘 굳는 겨울이 제철이라죠. 바삭하게 부서지는 설탕 코팅과 향긋한 딸기의 맛이 어우러져 한 꼬치쯤은 금세 해치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린데이의 미식거리 탐험은 마무리 되었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