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셀프촬영, 가장 자연스러운 가족의 모습을 담다
- 라이프 로그
- 2012. 4. 12. 13:39
지난 주말, 둘째 정균이의 백일사진을 찍었다. 헤이리까지 찾아가 전문 작가에게 촬영을 맡겼던 첫째 때와는 달리 이번엔 셀프스튜디오를 빌려 조촐하게 찍어줬다. 셀프 스튜디오를 선택한건 기백만원이나 하는 촬영비를 아끼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가족끼리 놀며 웃으며 좀 더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을것 같아서였다. 사진을 잘 찍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잘 웃길 자신은 있었다. 똑같은 배경에 얼굴만 바뀌는 백일 증명 사진보다 볼 수록 웃음이 나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이미 페이스북에서 한 차례 자랑한(^^) 백일 사진 베스트 컷.
한껏 웃는 아이의 표정도 예쁘지만 상황을 상상하게 하는 아빠의 손도 자연스러워 좋다.
촬영 장소는 홍대 앞에 있는 '두지 스튜디오'다. 정균이가 태어난지 두 달 남짓 되었을 땐가... 우연히 킴세님 블로그에서 직접 찍은 돌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햇빛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스튜디오의 네추럴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더 고민하지 않고 예약했다. 물론, 킴세님의 멋드러진 사진이 스튜디오를 선택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정균이보다 아빠의 흐뭇한 미소가 더 보기 좋은 사진.
스튜디오를 예약하고는 카메라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내 오래된 500D로 찍을 것인가, 5D Mark II를 대여할 것인가... 촬영 며칠 전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지인을 통해 렌즈만 하나 빌리기로 했다. 장비가 실력을 커버해 주지는 않는다며...
첫애때 봐둔 소파 팔걸이를 이용한 사진. 아직 몸을 못 가누는 시기라 팔걸이에 쿠션 하나를 기대놓고 아이를 얹어놨다. 빨간 곰 인형은 남편의 아이디어.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납작 엎드려 곰인형을 들고 있는 남편의 수고가 더해진 사진이다. ㅎ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인상 좋은 젊은 사장이 우리를 방으로 이끈다. 두지 스튜디오에는 두 가지 컨셉의 룸이 있는데, 내가 예약한 곳은 아기 사진을 위한 소품들이 있다는 B룸이었다. 방에는 침대, 소파, 빈티지한 컨셉의 의자와 소품들, 각종 인형들이 있었다. 옷과 악세서리는 바깥의 옷장에서 원하는 만큼 골라 입히면 되는 시스템.
조명 세팅을 하고, 집에서 입혀온 옷에 모자만 하나 씌워 촬영을 시작했다. 이런 포즈가 바로 국민 백일사진의 정석.
백일 사진은 보통 120일 이후, 130일 근처에 많이 찍는다. 아이가 뒤집어서 스스로 고개를 들 수 있을때, 고개를 들고 웃을 수 있을때 찍는데, 정균이는 이제 막 뒤집기를 시작한 터라 엎어놓으니 좀 힘들어 하더라는.
본격적으로 스튜디오에 있는 옷과 소품을 활용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분홍 두건을 씌워놓으니 영락없는 진아 백일때 모습이다.
(진아 백일 사진 보기 > 진아의 '하루' , 진아의 백일 사진, 로모버전)
딱 붙는 발달이 옷을 입혀놓으니 오통포동한 살들이 더 강조되는 느낌.
한 손에 올라가는 이렇게 작은 아이라니, 진아도 저만하던 때가 있었는데...
잠시 쉬었다 하자며 남편과 아이가 누워버린 틈에도 나는 촬영 삼매경.
베스트 컷 두번째. 둘째군이 자체 심의 후 꿀벅지로 중요부위를 살짝 가려주셨다. ㅎ
옷을 다 벗겨 놓으니 맨 살에 닿는 천의 부드러운 느낌이 좋은지 자꾸만 까르르 웃는다.
올록볼록, 뽀얀 아기 살결
변산여행 갈때 쓰려고 샀다가, 추운 날씨에 바깥공기 한번 쐬어보지 못한 모자도 한번 써보고... 예약해 둔 2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에는 아이가 힘들어 해 누워있는 사진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힘을 내서 사이좋은 오누이 컨셉 사진도 찍었다.
점차 눈이 풀려가지만, 내 집 같은 편안함에 촬영 내내 기분이 좋았다.
사진찍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목각 오리에게 알을 품으라며 역할놀이 중인 딸내미
살살 꼬셔서 진아 사진도 몇 장 남기고
가족사진도 찍었다. 가족사진은 덤으로 스튜디오 사장님께서 찍어주셨다는.
사진을 보니 정말 내가 두 아이의 엄마라는 것이 실감 난다.
집에 와서 진아때의 사진과 비교를 해보니 확실히 전문가가 찍은 것과 내가 찍은 것이 다르긴 하다. 그래도 두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 바닥을 기어다니며 웃고 즐겼기에 만족한다. 내가 찍어보고 싶은 사진을 마음껏 찍어봐서 후련하기도 하다. 확실히 조명과 소품이 있으니 집에서와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무엇보다 10만원이란 부담없는 비용으로 이렇게 즐거운 추억과 멋진 사진을 건졌으니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언제고 부담없이 예약할 수 있으니 앞으로 부모님과, 친구들과 종종 이곳을 찾아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스튜디오 사진을 찍어봐야겠다. :)
이제 남은 것은 셀프 앨범 만들기. (--; 셀프 촬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레종님의 글(http://fantasy297.tistory.com/245)을 참고해서 도전해 봐야겠다. To be continued~!
[Tip] 두지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