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찍은 김연아 아이스쇼, 환상의 올댓스케이트 '피겨 낙원'
- 라이프 로그
- 2012. 5. 7. 07:30
매년 세계적인 피겨스타들과 함께하는 김연아의 아이스쇼가 올해는 '올댓 스케이트 스프링 2012'라는 이름으로 5월 4일부터 6일까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나는 운 좋게 이틀째인 5일, 어린이날 표를 구해 아이와 함께 관람했다.
평소 광고 속 연아 언니를 흠모하던 진아는 반짝반짝 빛나는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그녀를 보고 연신 '공주님 같다'며 감탄사를 연발했고, 아이스쇼라고는 어릴 적 학교에서 차출되어 갔던 목동 아이스링크 쇼가 전부였던 나도 코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무대에 마음을 빼앗겼다. 역시, 김연아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올림픽 체조경기장. 지하철을 타고 갔더니 집에서 무려 1시간 반이나 걸렸다. 오랜 시간 서서 가야 했고, 환승 거리가 꽤 멀었는데도 아이는 불평 한마디 없이 즐겁게 따라왔다. 생각해보니 둘째를 낳고 딸내미와 단둘이 이렇게 오랜시간 마주하고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운전대를 놓고 지하철을 타니 둘만의 시간이 생겼다.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장난도 치다 보니 새삼 딸아이가 예뻐보인다.
사실 좀 늦었다. ㅠㅠ 이렇게 먼 줄 몰랐던 데다가 아이의 보폭에 맞춰 걷다 보니 늦을 수밖에.
티켓부스에서 표를 받아들고 서둘러 입장!
요즘 하이트 맥주의 광고모델로 맹 활약 중인 연아 언니. 빙판 위의 요정인 만큼 시원한 맥주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맘 같아서는 맥주 한 캔 사가고 싶었지만, 록 페스티벌이 아닌 만큼 공연장에서 음주는 자제해야겠지..;
안내요원의 뒤를 따라 살금살금 입장한 자리는 놀랍게도 R석 정중앙 앞에서 세 번째 줄~!
자리를 잡고 앉으니 선수들의 몸짓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적인 피겨 스타들의 환상적인 무대
Jamie Sale & David Pelletier/ Canada
'즐거움이 있는 이곳이 낙원, 피겨 樂 ONE'을 주제로 열린 이번 공연에는 김연아 뿐 아니라 밴쿠버 올림픽 챔피언과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의 공연이 있었다.
Evan Lysacek / USA
특히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에반 라이사첵의 공연은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영화 물랑루즈의 삽입곡 '록산느의 탱고' 리듬에 맞춘 강렬한 춤사위는 숨도 쉬지 않고 봤던 것 같다. (우월한 기럭지며 훈훈한 용모가 감동에 한몫을 한 것 같기도 하다...^^;) 록산느의 탱고는 김연아가 2007 피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쇼트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곡이기도 하다.
얼음 위에서 아크로바틱을? 코믹 아크로바틱 퍼포먼스
Vladimir Besedin & Oleksiy Polishchu / Ukraina
진아가 가장 재미있게 봤던 부분은 아이스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였다. 블라디미르 베세딘과 올레세이 폴리슈츠크 콤비는 욜란다 비 쿨의 ‘We no Speak Americano’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몸짓 하나하나가 너무나 코믹해 '아이스 스케이팅 = 고상함'이란 고정관념을 확 날려버릴 수 있었단. ^^ 이런 공연이라면 더 어린아이들과도 얼마든지 보러 올 수 있겠다.
섹시하고 우아하고 발랄하기까지 한 그녀, 김연아
세계 피겨스타들의 연기도 멋졌지만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스타는 누구? 바로 김/연/아. 전광판에 YUNA KIM이라는 글씨와 함께 김연아의 모습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번 아이스 쇼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바로 김연아의 새로운 갈라 프로그램이 공개된다는 것이었다. 총 두 번의 프로그램이 선을 보였는데, 1부에서는 마이클 부블레의 '올 오브 미(All of me)'를 선보이며 남자로 파격 변신했다.
넥타이를 반쯤 풀어헤친 매력녀 김연아의 모습. 쓰고있던 페도라를 휙~ 집어 던지는 장면인데, 비록 확대한 사진이긴 하지만 내 오래된 카메라로 이렇게 멋진 샷을 담을 수 있었다니... 깜짝 놀랐다!
자켓까지 벗어 던진 그녀의 모습은 섹시함 그 자체였다.
2부에서는 올해 그래미상 6개 부분을 휩쓴 아델의 '썸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를 통해 매혹적인 여성으로 변신했다.
바로 진아가 '공주님'이라며 좋아했던 그 부분~
그런데, 체조경기장에 만든 특설무대라 공간이 좁았는지, 스핀을 하다가 살짝 주저앉아버렸다.
순간 놀랐지만 그녀는 프로답게 일어나서...
다시 우아한 공주로 돌아갔다. 애절한 표정 연기가 정말 압권.
웃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인 김연아.
피날레, 피겨낙원
마지막으로는 아이스쇼의 주제인 '피겨낙원'을 주제로 참가한 스케이터가 모두 함께하는 무대가 이어졌다. 팬과 선수들이 함께 낙원댄스를 추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미리 배포된 영상을 보고 연습한 사람이 있는지, 따라하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직접 찍은 피날레 부분. 47초쯤, 마지막 스핀이 정말 예술이다.
이렇게 발랄한 김연아의 모습을 직접 보니 정말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아쉽지만 공연은 끝이 나고...
엄마와의 데이트를 즐겨준 진아와 인증샷도 찍었다.
이렇게 올해 진아와의 어린이날은 김연아의 멋진 아이스쇼와 함께 막을 내렸다. 처음 아이스쇼를 본 진아와 나, 직접 본 김연아의 아이스쇼는 정말 감동이었다. 비록 TV로 보는것 처럼 가까이에서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웅장한 무대와 음악, 얼음조각들이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습이며 우리를 향해 미소 짓는 선수들을 볼때의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진아가 재미있어 하는 순간에는 잠깐씩 무릎 위에 아이를 얹어 놓고 함께 손뼉을 치고, 야광봉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는데, 이렇게 스킨쉽을 하다보니 아이와 더욱 친해진 느낌이다. 그간 둘째 군의 출산으로 소원해졌던 우리 관계가 조금이나마 회복된것 같아 뿌듯하다.
김연아, 진아와 나의 피겨여왕으로 오래도록 남아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