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여행] 아낌없이 주는 꼬막, 대한민국 3대 짬뽕 '복성루'

변산여행을 계획할 무렵 '돌아오는 길에는 군산을 한번 들리는 것이 어떻겠냐'는 남편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군산? 군산 하면 당장 떠오르는 것이 새만금.

변산에서 서울 오는 길목에 새만금이 있고, 군산을 거쳐야만 하니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군산에서 꼭 점심을 먹어야만 한다는 겁니다. 짬뽕이 유명한 집이 있다며...

"아니, 남도여행을 떠나면서 무슨 중국음식으로 끼니를 때워?"

떨떠름한 제게 남편은 '대한민국 3대 짬뽕'이니, '1박 2일에서 극찬한 짬뽕'이라느니 하는 감언이설로 설득하더군요.

 

결국 서울 돌아오는 날 점심시간에 맞춰 군산 복성루에 도착 했습니다.

 

 

 

골목길에 주차를 하고 허름한 단층건물에 있는 '복성루'를 향해 걷습니다. 오래된 중국집의 포스 넘치는 풍경이죠? 듣기로는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식때만 되면 이 집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고 하던데, 평일 조금 이른시각이라 그런지 한산하더군요. 그래도 홀에는 앉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실내는 생각보다 좁았는데요. 다행히 방에 자리가 있어 가족 모두가 큰 상에 둘러앉을 수 있었습니다.

 

 

건물 외관에서 느껴지던 포스는 이곳에서 사용하는 식기며 쟁반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양은 쟁반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짬뽕이 유명한 집이지만, 아이를 위해 짜장면도 하나 주문해봤습니다.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작은 그릇과 포크, 가위를 주시는 센스가 돋보입니다. ^^ 바쁘신 중에도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며 '몇살이냐, 많이 먹어라'는 등 사투리 섞인 말투로 살뜰히 챙겨주시는 아주머니들이 정감있어 좋았습니다. 시골 인심이 느껴진달까요~

 

 

드디어 등장한 궁극의 짬뽕!

처음 보는 순간 '아~ 이래서 3대 짬뽕!'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해산물과 돼지고기, 채소 등의 고명이 아낌없이 듬뿍 올라가 있어, 이 음식이 진정 짬뽕이 맞나 의심스러웠습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내용물을 들춰보는데, 이건 뭐 들춰도 들춰도 면이 보이지 않네요.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낸 면, 탱글탱글 하지만 지나치지 않아 좋습니다. 양도 어찌나 푸짐한지~

 

 

본격적으로 먹어보기 위해 산처럼 쌓인 돼지고기 고명을 허무니 꼬막 한 무더기가 드러납니다. 서울에서도 홍합짬뽕이나 해물 짬뽕으로 유명한 집들이 더러 있지요. 하지만 꼬막이 들어간 짬뽕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서울 촌놈인 '저희는 입을 다문 꼬막을 먹어도 되는 거냐', '어떻게 까 먹는 거냐' 의견이 분분했다지요.

 

 

주문한 짜장면은 가운데 두고, 모두 짬뽕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짬뽕 한 그릇 때문에 군산까지 가느냐고 입이 나와있던 저도 두말 앉고 꼬막 까기에 여념이 없었다지요.

 

 

해물과 돼지고기 육수가 적절히 어우러진 진한 육수는 그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묵직한 맛이었습니다. 아~ 사진으로 다시 보니 그때 그 향과 맛이 떠올라 입안 가득 침이 고이네요.

 

 

결국 패총을 쌓아버린 가족. 짬뽕 세 그릇에서 나온 조개가 이만큼 입니다.

 

 

남도의 음식은 모두 맛있다지만 군산 복성루의 짬뽕은 군산에 다시 가야 할 이유가 될 정도로 맛이 있었습니다. 바깥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저희 어머님께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계산까지 하셨으니 뭐, 다른 설명이 필요 없지 않을까요?

 

 

복성루가 있는 군산 미원동 일대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어쩐지 요즘 같은 시대에 단층건물이라니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허름한 동네 분위기도 그랬고요. 하지만 새로 지어질 건물에 들어설 복성루에서도 같은 분위기와 맛을 느낄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마음이 허전할 때면 언제고 찾아 6천원짜리 짬뽕 한 그릇에 행복할 수 있을것 같은 그런 집, 대한민국 3대 짬뽕집이라는 수식어가 절대 부끄럽지 않은 복성루는 재개발되기 전에 한번 찾아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