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보홀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필리핀 세부, 보홀로의 힐링여행. 즐겁고 건강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둘째군을 낳고, 서로에게 소홀했던 지난 6개월의 시간... 단 6일간의 여행으로 보상받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많이 웃었고,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필리핀에서 도착하던 그날 밤. 무려 두 시간 가까이 연착한 비행기 탓에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둘째군을 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서울에서 안산까지 논스톱으로 달렸지요. 사실 둘째군은 저희가 여행을 떠나는 그날까지 심한 감기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안쓰러움과 미안함, 보고싶은 마음이 한꺼번에 들어 가족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고민하지 않고 아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다섯 살 큰아이도 피곤한 눈을 비벼가며 동생을 보기 위해 애써 졸음을 참았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둘째군. 그 사이 낯을 가리기 시작했던 겁니다.
울음은 아빠에게 안겨서도, 누나와 눈을 맞추면서도 그치지 않았습니다. 
혼자 두고 떠난 서러움을 알기라도 하는 걸까요.


...



여행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었고, 남편은 맥주를 마셨고, 아이는 원없이 수영을 했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도 함께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힐링'이 꼭 필요한 순간, 우리는 함께하며 서로를 보듬었습니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에는 놓고 온 아이에 대한 걱정이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렁그렁한 숨을 내 뱉으며 우는 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서럽게 울기만 하는 둘째군을 보며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혼자 떼어놓고 다니지 않으리...'

 

하지만... 결심이 오래가지 않을 것을 압니다. 당장 몇 달 후면 캐나다로 떠나야 하니까요. 
캐네디언 록키가 있는 밴프는 먼 곳이고, 또 렌트카로 산길을 달리는 일은 어른에게도 만만치 않은 일이니
역시 이번에도 남편과 저, 큰아이 이렇게 셋이 떠나야 할 겁니다.

미안함을 또 다른 다짐으로 달래봅니다.
'캐나다 여행만 다녀오면, 다시는 혼자 떼어놓고 다니지 않으리...'

... 아마 다음에는 아예 다 두고, 저 혼자 떠나는 방법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정신없었던 이틀이 지나가고, 어제부터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입니다. 저녁을 지으며 등 뒤로 남편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소리를 듣습니다. 둘째군은 예전의 순둥이로 다시 돌아갔고, 어제부터 이유식을 시작했습니다. 새까맣게 그을린 큰아이는 아직도 필리핀의 수영장을 그리워하지만, 동네 친구들과 말린 망고를 나눠 먹는 것도 좋다고 이야기 합니다. 지쳐있을 때 치유를 위한 여행을 떠났고 적절한 시기에 잘 다녀왔다고 생각되지만, 진정한 힐링은 여행 후에 서로를 느끼며 소중함을 깨달을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함께 있는것 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치유 되는 것. 가족이 가진 가장 큰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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