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보는 일상, 여름을 보내며...
- 라이프 로그
- 2012. 8. 12. 17:00
정말이지 지독히도 무더운 여름이었다. (아직 여름의 한복판이지만 입추가 지났으니 과거 시제로.)
예전엔 30도만 넘어도 덥다며 시원한 곳만 찾아다녔는데, 낮 최고 기온이 연일 35도 이상을 넘어서는 날들이 이어지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던 여름이었다. 더구나 내게는 분리불안이 심해지기 시작하는 7개월 아기가 껌딱지처럼 딱 붙어있었기에 요리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심지어는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도 늘 아기를 안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 매일 조금씩 그리기로 다짐했던 '30분 그리기'도 결국 중단되었다. 우울이란 이름의 절벽 끝에서 끝없이 떨어지는 나 자신을 상상하기를 여러번...
하지만 운전중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어찌나 다름답던지...
아무리 더워도 바람을 좀 쏘이기로 했다. 다행히 집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은 작은 공원이 있어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싸서 저녁 피크닉을 다녔다. 자전거 타는 진아,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유모차에서 잠이 드는 정균. 덕분에 나도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 할 여유도 생겼다.
주말에는 시댁에 새롭게 개장한 풀장(?)에 다니곤 했다. 비록 앞마당에 바람을 불어만든 고무 튜브 풀장이지만 나 어릴적 놀던 고무 다라이에 비하면 완전 럭셔리한 시설~ 크기도 꽤 커서 진아는 사촌 오빠, 동생들과 함께 물장구도 치고, 총싸움도 하며 즐거운 여름을 보냈다.
첫째가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께서 둘째를 봐주시는 동안, 나는 고등어 파스타를 요리했다.
어른들께는 좀 낯설 수 있지만, 매일 드시던것 말고 새로운 음식도 한번 드셔보시라며 시도해봤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다는. 익숙한 재료라 낯선 요리라도 입맞에 맞으셨던것 같다. (아니면 며느리 정성을 봐서 그런척 해주셨는지도.. ^^;)
'담달에 캐나다 간다며 휴대용 유모차 하나 사줄까?' 아빠의 뜬금없는 문자.
친구가 빌려 준다고 해서 딱히 새로 살 생각은 었었는데, 메시지를 보니 또 슬쩍 욕심이 생기더라는.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값이 꽤 나가 맘만 받겠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삼십분쯤 흘렀을까? 엄마랑 상의해 샀다며 박스 샷을 보내오신 아부지...
말로는 둘째 선물 변변하게 사준게 없어 사셨다는데 먼 길 떠나는 딸내미 힘들까봐 배려해주신 부모님 맘이 느껴져 좀 짠했다. 실물을 보니 4키로 대라 정말 가볍고, 펴고 접기 쉽고, 또 등받이도 170도까지 눕혀지는 데다가 자립형이라 접었을 때도 혼자 잘 서있어 넘 좋더라. 아빠, 엄마... 고마워요!
둘째군의 발달이 남다르다. 이제 8개월에 접어드는 둘째에게 쌀튀밥 과자를 줘봤다. 처음엔 잡으려면 도망가는 튀밥을 가지고 장난만 치더니 몇분 후엔 제대로 잡아 입에 넣더란. 물론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침 묻은 손에 달라붙은 게 더 많지만...; 둘째의 재롱을 보며 예전엔 미처 몰랐던 첫째의 모습을 그려본다.
요즘은 조금 덜 정돈되고 예쁘지 않은 모습이라도, 일상 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 서랍에서 아빠의 양말을 꺼내 빨아먹는 둘째, 어른들이 하는 헤나를 자신도 해보겠다며 키티 헤나를 몸에 새긴 첫째... 공개하긴 좀 부끄럽지만, 이런 사진들이 훗날 이야기거리가 되고, 추억이 되겠지. 비오고 후텁지근한 8월의 어느날. 일상에 지쳤지만 다시 일상에서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