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팥빙수 '할로할로', 오늘같이 후텁지근한 날 더욱 생각 나~

밤 비행기로 세부에 도착한 후, 공항 근처의 마사지샵에서 하루를 묵었다.

인천에서 세부퍼시픽의 세부 직항을 타면 필리핀에는 다음날 새벽에나 도착하게 된다. 세부 여행을 하지 않고 바로 보홀 섬으로 들어가려던 우리는 바로 그날 아침 배를 예약해 놓은 상태. 고작 몇시간 자겠다고 호텔을 예약하기도 아깝고, 그렇다고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기엔 아이가 걱정됐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하듯, 숙박이 가능한 마사지샵을 예약했더랬다.

 

 

밤비행의 고단함을 씻어준 두 시간의 마사지는 정말 훌륭했다. 세부에 마사지 받으러 다시 가고 싶을 만큼.

하지만 마사지샵에서 자고 나니 아침을 따로 먹으러 나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내가 리스트업 해 놓은 공항 근처 맛집들은 아침 일찍 문을 열지 않는다는 사아실~! ㅠㅠ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중국식 프랜차이즈인 차우킹(Chowking)이 있어 간단히 아침을 때우기로 했다.

 

 

아침메뉴가 따로 있느냐고 물으니 필리핀식 아침메뉴를 보여준다.
소시니 롱가니사나 포크 토시노, 비프타파
등으로 가격은 70~80페소로 2,500원 수준.

 

 

물론 이밖에 다른 메뉴도 많다. 중국식 프렌차이즈를 표방하는 만큼 차이니즈 스타일 볶음밥이나 튀김요리, 면류도 있다.

 

 

메뉴 몇개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어느덧 만석.

 

 

매일 아빠 엄마와 한 침대에서 자다가 처음으로 1인용 침대에서 잔 진아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드는 녀석인데, 그날 새벽엔 몇 번을 깨서 울던지...

 

 

안쓰러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스티브가 즉석 놀이를 제안했다.

번호표로 동물이나 사물 흉내내기~! 아빠가 흉내내면 진아가 맞추고, 진아가 흉내내면 아빠가 맞추는 간단한 게임이다.

 

먼저 진아가 흉내낸다.

'코끼리~!'

 

 

다음은 '등긁개'

 

 

'코브라~' ^^

 

 

웃고 즐기는 사이 나온 아침 식사.

그런데... 이거 뭐지? -.,- 분명 아침인데 갓 튀겨 따끈한 큼직한 치킨이 두 조각이나 올라가 있다.

알고보니 닭고기를 사랑하는 남편의 아침메뉴인 허니갈릭 치킨 보울 (Honey Garlic Chicken Bowl) 이란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이 새벽에 치킨을 선택하는 남편도, 주문한다고 만들어주는 식당도 참...; 

 

 

하지만 정작 아침메뉴라고 주문한 비프타파는 그저 그랬다. 그래도 난 먹어둬야 한다며 몇 술 떴지만 딸내미는 통 관심 밖.  

 

그러던 그녀의 시선을 끈 것이 있었으니~ 바로 메뉴판에 있는 할로할로(Halo-Halo).

구석에  있던 메뉴를 어떻게 용케 찾아냈는지...;

 

 

아침밥 먹으면 사준다고 달래서 겨우 밥을 몇 술 뜨게한 다음 주문했다.

(이른 아침이지만 뭐든 주문하면 다 되더라. 내심 주문 안되길 바랬지만...ㅎ)  

 

 

솔직히 엄마의 시선으로 보기엔 설탕과 색소가 잔뜩 들어갔을 법한 비주얼이 맘에 안들었다.

하지만 직접 비벼서 한 입 먹어보니 생각만큼 달지 않았다는.

곱게 갈린 얼음엔 나름 우유도 뿌려져 있고, 팥만 안들어갔지 영낙없는 우리 팥빙수와 비슷한 모양과 맛~!

 

 

  

온종일 덥고 습한 필리핀에서 할로할로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할로할로를 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깟 색소와 설탕 쯤이야...

'우리는 여행중이니까~'라며 눈 감게 된다.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 뭐.. ^^

 

 

셀프 서비스이지만 한국에서처럼 셀프로 먹은 음식물까지 처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해봐도 음식물 버리고 분리수거까지 착실히 하는 나라는 한국 뿐인듯.

 

 

뭔가 부족함을 느낀 어른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잠시 된장 놀이를. (진아는 구름빵 시청중)

 

 

비개인 세부의 하늘. 오늘처럼 덥고 습했었지...

필리핀에서 맛본 시원하고 달달한 할로할로가 그리워지는 오후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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