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의 금빛 가을을 달리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웅장한 바위산과 만년설로 덮인 봉우리, 눈이 시리도록 푸린 빙하 호수, 그리고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야생동물까지. 

캐나다 로키는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진 로키는 하이킹, 래프팅, 헬기투어 등 즐기는 방법도 여러가지인데요. 많은 여행자는 직접 차를 빌려 운전하는 렌터카 여행을 권합니다. 바로 로키산맥의 속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달리기 위해서죠.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레이크루이스에서 재스퍼까지 이르는 93번 도로로 232㎞의 산길을 말합니다. 이곳에서는 차를 타고 달리는 내내 빙하가 녹아내려 생긴 폭포와 호수, 그리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름의 의미처럼 빙하를 관통하는 길이기에 눈 덮인 산봉우리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죠. 직접 보면 그 규모와 접근성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보면 네 시간이면 도착할 길을 종일 달리기도 합니다. 

 

많은 매체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길'로 소개한 그곳.

오늘은 제가 며칠 전 다녀온 아이스 파크웨이로 한번 떠나보실까요?

 

 밴프와 레이크루이스를 잇는 1번 고속도로,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

 

사실 아름다운 길이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울끈불끈 남성미 넘치는 산들이 병풍처럼 둘린 밴프에서부터 이미 길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줄기를 형성하는 로키산맥 중 캐나다에 해당하는 부분을 일컬어 캐나디안 로키라고 부르는데요. 밴프에서 재스퍼까지 이르는 길에서 보는 웅장한 로키산맥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합니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의 시작점, 레이크 루이스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레이크 루이스


밴프에서 40여 분만 달리면 레이크루이스에 닿을 수 있습니다. 캐나다를 소개하는 많은 관광안내서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곳은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여행자가 찾는 곳인데요. 오래된 관광지임에도 훼손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과 평화로운 풍경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설산 아래 에메랄드빛 호수, 그리고 이제 막 노랗게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가문비나무 숲이 어우러진 산책로는 반드시 두 발로 걸어봐야 할 길이죠.

 






많은 매체에서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레이크 루이스에서 북서쪽으로 10분 정도 직진하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로키산맥을 넘어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로 연결되는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와 93번 도로인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로 나뉘는 지점인데요. 재스퍼가 종점인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 접어들면 도로 좌우로 만년설의 봉우리가 연이어 펼쳐집니다. 멋진 풍광도 아름답지만 이렇게까지 가까이에서 산맥을 볼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봉우리마다 쌓인 만년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The Most Spectacular Journey in the world' 바로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의 공식 사이트에서 이 길을 소개하는 문장입니다.

드문드문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마주치지 않는다면, 이곳이 실제인지, 아니면 그림 속을 달리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풍경입니다. 정말 이렇게 스펙타클하고 멋진 길이 있을까요?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빙하 아래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무와 푸른 강이 정취를 더합니다.

 


 

때로는 차를 잠시 주차하고, 로키의 정취를 느끼며 자전거 하이킹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지요.

느긋하게 자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치유가 되는 여행, 진정한 여행이란 이런 것 아닐까요?

 

두 발로 빙하를 디뎌볼 수 있는 곳,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애서배스카 빙하가 점점 가까워진다면 콜롬비아 아이스필드에 도착했다는 뜻입니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는 북반구에서 북극 다음으로 규모가 큰 빙원으로 독도 면적의 17배나 되는 곳인데요. 빙하시대 말기부터 눈이 채 다시 녹기 전에 다시 새로운 눈이 쌓이면서 형성된 얼음은 그 두께가 900m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이곳에서는 바퀴 하나가 사람 키 만한 특수 설상차를 타고 콜롬비아 아이스필드를 이루는 빙하중 하나인 애서배스카 빙하를 달리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빙하에 내려 직접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되겠지요.


 

빙하가 만든 에메랄드, 보우호수와 페이토 호수



멀리서 보면 빙하에 섞인 광물질이 녹아 청아한 옥빛을 띠지만 가까이 보면 또 이렇게 맑다. 보우호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페이토 호수

 

길가다 우연히 마주친 이름모를 호수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서는 종종 만년설이 녹이 흐르는 빙하수를 만나곤 합니다. 길을 따라 빙하수는 계곡과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들며 흘러흘러 호수를 이루기도 합니다. 캐나다 로키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은 '보우 호수'와 '페이토 호수'인데요. 호수들은 여름~초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빛을 띄다가 겨울로 접어들며 점차 바닥을 드러냅니다. 

 


레이더를 곤두세워라!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야생동물


 

로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차는 캠핑카입니다. 멈추는 그곳이 바로 레스토랑이자 호텔인 캠핑카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서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차들이 갑자기 길을 멈췄다면 당황하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세요. 야생동물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요. 작은 다람쥐는 물론이고 야생 사슴이나 운이 좋다면 큰 뿔 산양과 곰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제가 마주친 새끼 산양 한 마리는 어미를 따라가는 중인지, 아니면 길을 잃었는지 도로 위를 헤매고 있더군요.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이런 야생동물은 내가 진정한 대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야생동물이 주로 출몰하는 길 곳곳에서는 이렇게 야생동물 주의 안내판을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 로키의 황금빛 가을을 달리다.


 


 

떠날 때는 바위산의 위엄을 더하는 짙은 초록의 숲이었는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본 로키는 가을 빛이 완연합니다. 산등성이마다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단풍은 마치 노란색 물감을 흩뿌린 듯 아름답습니다. 태초의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순간, 하지만 이중 하나라도 우리나라에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캐나다 로키에서, 아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인 아이드필드 파크웨이. 이 곳을 달리는 동안 생전 처음 경험하는 자연 속에서 행복했습니다.

매혹적인 길 위에서 저는 '언제 다시 와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곳에 서 있고 싶었습니다.

 

 

[여행 Tip]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1.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가실 때는 떠나기 전, 기름을 가득 채우는 것을 잊지 마세요. 230km나 되는 긴 길 위에 주유소는 단 하나뿐입니다.

서울-대전거리인 153km를 달리는 동안 광활한 대자연뿐이라는 것, 꼭 기억하세요.

 

2. 도시락을 준비하세요. 도로 중간에 간이 휴게소가 있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을 빼앗겨 가다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끼니를 놓칠 수 있습니다.

렌터카 여행을 하는 대부분의 여행자가 샌드위치와 과일, 과자 같은 간단한 요깃거리를 준비해 다닌답니다. 경치 좋은 곳에는 피크닉 사이트가 같이 있는 곳이 많으니 그런 곳에서 현지인들처럼 가을소풍을 즐기는 것도 좋겠죠.

 

* 참고: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공식 사이트: http://www.icefieldsparkway.ca/


* 이 포스트는 포스코 기업 블로그, 헬로우 포스코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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