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맛, 에디스 호수에서의 잊지 못할 '숲 속 피크닉'

 

여행의 추억은 때로는 '맛'으로 기억됩니.

여행 중 만난 새로운 음식, 그리고 혀끝에 남은 그 맛은 두고두고 여행의 향수로 남게 되지요.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 관광지에 관한 공부가 조금 아쉽더라도 맛집 정보 하나는 열심히 찾아 스크랩하는 저입니다. ㅎㅎ


하지만... 이곳 캐나다 로키에서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왜일까요?




마을에서 한 걸음만 벗어나도 만날 수 있는 울창한 숲길과 아름다운 자연.

그 길을 달리며 마시는 청량한 공기는 30여 년간 도시에서 찌든 제 가슴을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다섯 살 진아는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입안 가득 머금어 삼키고는 '바람을 먹는다'며 즐거워 했지요.


그러나 바람만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는 일.

맛집은 커녕, 식당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는 이 산 길에서는 '도시락'만이 살길이었습니다.



  로키를 여행할 때는 도시락을 준비하세요.


여러분은 이동 중에 뭘 잘 드시는 타입이신가요?


사실 저는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보다는 때가 좀 지나더라도 따끈하게 조리한 음식을 제대로 먹는 것이 좋은데요.
로키를 여행할때 만큼은 샌드위치를 즐겼습니다.

마을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는 제법 가격이 나갔지만, 그만큼 맛도 좋았거든요.



레이크루이스에서 재스퍼까지, 200여 km에 이르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달릴때면 차에서 간단한 간식을 즐기기도 했지요.

세계에서 가장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이 길을 감상하며 캐나다 로키가 그려진 '보우밸리' 맥주를 마실때의 기분이란~!



맛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

오감으로 기억되는 자연의 맛이랄까요?



그런데, 이 자연의 맛을 가장 잘 느끼는 방법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숲 속에서 즐기는 피크닉입니다.



  에디스 호수에서 즐긴 잊지 못할 피크닉



파란 하늘과 하늘보다 더 아름다운 푸른 빛을 띄는 빙하수가 있는 호숫가 테이블에서 가족과 맛있는 점심을 나눠먹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래서 바쁜 여행 일정 속에서도 하루쯤는 제대로 피크닉을 즐겨보기로 했지요. 

오늘이 바로 그 날, 이곳은 관광안내소에서 일러준 재스퍼 최고의 가족 피크닉 장소, 에디스 호수 (Lake Edith) 입니다.



피크닉 플레이스에 도착하니 둘째 녀석이 먼저 테이블을 차지합니다.

오랫동안 카시트에서 꼼짝달싹하지 못해 답답했을 테니, 오늘만은 밥상머리에 먼저 올라가는 것을 잠시 허용해 줍니다.



참치 샌드위치와 과일 몇 개, 음료수로 차린 피크닉 테이블. 둘째를 위해서는 직접 만든 이유식도 따뜻하게 준비했지요.



보기엔 간단해 보여도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담은 정성이 듬뿍 담긴 엄마표 도시락이랍니다.

오전에 멀린 협곡 트래킹을 하고 와서인지 더욱 꿀맛이네요. :)



식사 후에는 산책로를 따라 가볍게 호수 주변을 걸어봅니다.

이 길은 걷기에도 좋지만 포장이 되어있어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겠더군요.

실제로 산책중에 자전거 여행자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이제 막 네발 자전거를 자유롭게 타기 시작한 진아는 한국에서 자전거를 가져올 걸 그랬다며(--;)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잠시 걷다보니 작은 모래사장과 함께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관광안내소에서 '가족 피크닉 장소'로 추천한 이유가 바로 이 비치 때문이였는데요.

아름다운 풍경도 풍경이지만 야트막한 호숫가에서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며 놀기에 좋아보이더군요.




잠시 숨을 죽이고 로키가 포근하게 품은 호수의 풍경을 감상합니다.



  대자연이 만든 숲 속 놀이터, 즐기는 방법 



하지만 감상에 젖어 분위기를 내는 것도 잠시, 아이들의 장난에 호숫가는 금세 숲 속 놀이터가 됩니다.



진아가 어디선가 가져온 민들레 홀씨를 불어보기도 하고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솔방울 중 예쁜 것을 골라 담으며 다람쥐와 함께 뛰어놀기도 합니다.

Chasing a squirrel from greenday on Vimeo.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호수의 색이 더욱 선명한 에메랄드 빛으로 보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른 옆동네 아네뜨 호수의 풍경. 아이들이 추운 줄도 모르고 물가에서 뛰어놀고 있네요.



바람이 제법 불어오니 서핑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보이고,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배를 깔고 누워 책을 보기도 합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이 여유로운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얼마 남지 않은 일정이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다음을 기약하며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만끽하기로 합니다.


가을 햇살을 받으니 무지개 색으로 빛나는 자연이 신비롭습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재스퍼의 어느 작은 호숫가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롭고 아름다웠던,

캐나다의 진정한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한 때였습니다. 

 

꼭 한달 전의 이야기인데, 사진으로 다시 보니 벌써 그립네요...

캐나다를 여행하실 계획이라면, 꼭 한번쯤은 도시락을 싸들고, 숲 속 피크닉을 즐겨보세요.
다람쥐와 함께 도토리 점심을 까먹는 즐거움은 흔한 경험은 아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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