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날, 샤토 레이크루이스에서 즐긴 오후의 홍차
- 센티멘탈 여행기/세 번째 캐나다
- 2012. 11. 1. 07:30
여행 중 하루쯤은 수고한 나를 위해 작은 호사를 누려보면 어떨까?
탐스럽게 핀 꽃 한 다발을 사와 호텔 방을 장식한다거나
근사하게 차려입고 풀코스 정찬을 맛본다거나.
혹은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예쁜 찻잔에 담긴 홍차 한잔을 즐기는 우아한 시간.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런 행복한 시간은 여행 중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번 캐나다 여행에서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The Fairmont Chateau Lake Louise) 호텔의 에프터눈 티가 그런 로망이었다.
레이크 루이스 여행의 로망, 에프터눈 티 (Afternoon Tea)
에프터눈 티는 오후 서너 시쯤에 차와 다과를 즐기는 영국의 상류층 귀족 문화로 알려졌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에서는 샴페인, 과일 칵테일, 3단 트레이에 담긴 스콘과 타르트, 샌드위치, 조각 케이크 등을
선택한 홍차와 함께 맛볼 수 있다.
연
연인, 가족과 함께 앉아 있지만, 시선과 마음은 온통 창 밖에 있는 사람들.
통창으로 보이는 호수와 만년설, 울창한 침엽수림과 만발한 꽃들을 보고 있으니
'오늘이 바로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사실, 이번 여행에서 레이크 루이스를 찾은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바로 며칠 전 밴프에서 재스퍼로 가는 길에 들렀었기 때문이다.
호수를 산책한 후,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에 들렀을 때가 오후 3시쯤.
발렛 파킹을 하며 안내요원에게 에프터눈 티를 맛볼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티타임이 이미 끝났단다.
한국에서 알아봤을 때는 12시부터 4시까지라고 봤는데, 가을로 접어들어 마감 시간이 조금 앞당겨졌나 보다.
하는 수 없이 그대로 다시 차를 몰아 호텔을 빠져나오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더구나 나는 다섯 살 딸아이에게 맛있는 케이크를 맛보게 해준다며 잔뜩 기대감을 심어주었기에
그녀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재스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샤토 레이크루이스를 찾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일찍.
에프터눈 티로 유명한 샤토 레이크 루이스의 레이크뷰 라운지 입구에는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아한 라운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시끌벅적한 리셉션에서는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며칠도 기다렸는데 20분쯤이야. 우리는 더 고민할 것 없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페이저를 받아들고,
기다리는 동안 호텔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로키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 샤토 레이크 루이스
기품이 흐르는 호텔의 메인 로비.
인테리어 장식 하나하나에서 100년 넘은 고풍스러운 호텔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레이크 루이스 (Lake Louise)'라는 호수의 이름은 캐나다의 총독으로 재직했던 론 후작과 결혼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딸 '루이스
캐롤라인 알버타' 공주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공주는 한번도 레이크루이스에 와본 적 없다는 사실.
하지만 샤토 레이크 루이스의 한쪽 벽에는 그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마치 젊은 시절의 루이스라도 된 듯 카펫 위를 천천히 걸어본다.
호텔 곳곳에는 동물의 뿔이나 대리석, 자수 장식, 그림 등 호화로운 장식이 숨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 눈길을 끈 것은 독특한 모양의 샹들리에였다.
로키산맥과 잘 어울리는 횟불을 들고 있는 여자라던가 촛불, 사슴의 뿔 등으로 장식된 샹들리에는
샤토 레이크 루이스를 대표하는 장식물이기도 하다.
산책하듯 호텔 내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호사를 즐긴 느낌.
페이저가 울려 레이크 뷰 라운지로 들어가니
햇살을 받아 더욱 청록빛으로 빛나는 레이크 루이스가 눈에 들어온다.
햇살만큼이나 밝은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는 사람들.
맞은편 테이블에 세팅된 에프터눈 티 세트가 나를 더욱 설레게 했다.
하지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에프터눈 티는 오직 예약한 사람에게만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여유분을 조금 더 만들기는 하는데, 오늘 여유분은 이미 솔드 아웃된 상태.
예약할까 몇 번 고민을 하다가 주말이 아니면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냥 왔는데,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쳐버리다니.
너무나 아쉬웠지만 그냥 갈 수 없어 고민 끝에 홍차와 케이크 몇 가지를 먹어보기로 했다.
내가 주문한 것은 호텔 의 이름이 들어가서 왠지 특별할 것 같은 '페어몬트 얼그레이 (Fairmont Earl Gray)'
차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향기로운 얼그레이의 풍미가 참 좋았다.
케이크는 웨이트리스가 추천해준 코코넛 티라미스(Coconut Tiramisu)와
화이트 초콜릿 라즈베리 무스 케이크(White Chocolate Raspberry Mousse Cake)를 골랐다.
남편은 알버타 트래디셔널 맥주 한 잔을, 진아는 자몽 주스 한 잔을 마셨다.
이렇게 주문하고 계산서를 받아보니 세금과 팁까지 포함헤 50불 정도.
이곳이 캐나다 관광의 핵심이자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로키임을 고려할 때
호텔의 호화로운 분위기에 비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 놀랐다.
런치메뉴도 15~20불 선이니 에프터눈 티 예약이 어려울 때는
런치 메뉴와 샴페인 한 잔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절대적으로 하루 이틀 전에 점심시간 에프터눈 티를 전화예약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름은 오후의 홍차(Afternoon Tea)이지만 3단 트레이에 스콘과 샌드위치, 타르타, 케이크, 과일
등이 함께 서빙되니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샤토 레이크루이스의 레이크 뷰 라운지 테라스에서 바라본 '눈 부시게 아름다운 레이크 루이스'
비록 에프터눈 티는 경험할 수 없었지만 세계 10대 절경인 레이크루이스를 마주하며
차와 케이크를 즐긴 그날 오후는 아마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이 아니었나 싶다.
차를 마신 후에는 호텔과 레이크루이스 사이에 난 담벼락을 두고 아이와 숨바꼭질 놀이도 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호숫가에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하이킹을 즐기는 것도 좋을것 같았다.
레이크 루이스가 이름을 땄다는 그 옛날 영국의 루이스 공주가 이런 호사를 즐겼을까?
로키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풍경을 마주하며 즐긴 차 한잔의 추억.
비록 젖먹이 둘째녀석이 샤토 레이크루이스의 카펫을 제집 안방처럼 기어다녔지만,
분위기만큼은 정말 로맨틱했던 순간이었다.
[여행 Tip]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The Fairmont Chateau Lake Louise) 에프터눈 티
* 예약 필수!!! 에프터눈 티를 즐길 예정이라면 반드시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 호텔 전화번호: (403) 522-1818
* 에프터눈 티 운영 시각: 오후 12시 ~ 3시 (시즌별로 상이함)
* 에프터눈 티 구성: 스파클링 와인 + 과일 칵테일 + 차 + 버터밀크 스콘, 샌드위치, 타르트, 케이크 등
* 예상 가격: 세금, 팁 포함 1인 약 50불 선. 10불을 추가하면 스파클링 와인을 모엣샹동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