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디언의 일상을 보다. 프린스 아일랜드 공원(Prince's Island Park)의 평일 오후 풍경

천연자원의 보고, 캐나다.
캐나다에서도 로키산맥이 있는 앨버타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어 가장 부유한 주 중 하나이다. 자원이 많은 만큼 풍족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로도 유명한 곳. 세금이 낮고 일자리가 많으며 임금이 높아 젊은 이민자들이 많이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앨버타주의 인구 80%는 도시인 애드먼튼과 캘거리에 살고있다고 한다.


부유한 도시, 이민자들의 삶, 앨버타주에 사는 캐나디언의 일상은 어떨까?

나는 이번 캐나다 여행에서 잠시 들른 캘거리에서 그네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캘거리를 대표하는 공원, 프린스 아일랜드 파크 (Prince's Island Park)


캘거리를 대표하는 도심 속 공원, 프린스 아일랜드 파크 (Prince's Island Park)


캘거리는 로키 여행의 관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여행자는 모두 캘거리를 거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로키는 캘거리에서 차로 1시간만 달리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산이다. 이런 천혜의 자연을 곁에 두고 있어서일까? 캘거리는 도시이지만 길 어디에서나 자연을 만날 수 있었고, 도시 한가운데 있는 공원은 색색의 단풍과 꽃이 있어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실 이날 우리는 로키산맥을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는 카나나스키스 헬기 투어를 다녀올 예정이었다. 로키 여행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보고 싶기도 했고, 헬기를 탄다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니 딸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전날 재스퍼에서 레이크 루이스, 밴프를 거쳐 거의 종일 달렸기에 다시 카나나스키스로 1시간 이상 운전해 헬기를 타는 것은 좀 무리가 있었다. 운전하느라 수고한 아빠도, 오랜 시간 차를 타야만 했던 아이들도 좀 쉴 필요가 있었다. 바로 다음날은 한국으로 향하는 18시간(대기 4시간 포함)의 비행을 앞두고 있기도 했다.


아무 준비 없이 도착한 캘거리. 호텔에서 아침을 먹으며 일정을 짜고 있는데, 친절한 직원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건다. 일정 마지막인데 '캘거리 타워, 시내, 쇼핑몰' 구경을 하고 싶다고, 혹시 더 추천할만한 곳이 있느냐고 물으니, 아이와 함께 가면 정말 좋을 곳이 있단다.

 

호텔 직원이 캘거리 타워보다 먼저 가보기를 추천한 곳, 그곳은 바로 캘거리를 대표하는 공원 '프린스 아일랜드 파크'였다.


보우 강(Bow River) 위에 떠있는 프린스 아일랜드 공원은 캘거리 시민의 대표적인 쉼터이다. 평일에는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산책을 즐기고 주말에는 각종 문화 행사가 끊이지 않아 가족 나들이객으로 붐비는, 우리로 말하자면 한강공원 같은 그런 곳이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마침 점심시간 무렵, 낙엽느 진 공원의 가을 정취를 느끼며 산책을 하고 있는데 재밌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유모차(자전거 트레일러)를 밀며 조깅을 하는 그녀~!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며 그녀가 달려가는 곳은 어디일까?



시선을 돌리니 또 다른 곳에서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유모차 부대가 눈에 띈다.



아빠와 자전거를 함께 타고, 혹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그들이 향하는 곳은?



그들의 시선 끝에 있는 곳은 바로 '놀이터'~!



평일 오후, 캐나다의 흔한 놀이터 풍경



이곳은 캘거리에서 유명한 프린스 아일랜드 파크의 놀이터다. 절반은 우레탄, 절반은 모래 놀이터인 이 곳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천국!



아이가 있는 캘거리의 가족들이 다 여기 모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많은 아이가 이곳에 있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아빠와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 샌드위치를 먹으며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이 많았다는.



오랜만에 놀이터를 만나 흥분한 우리 아이들에게도 잠시 즐길 시간을 주었다.
집에 있는 미끄럼틀을 이미 마스터 했기에 서슴없이 경사로를 오르는 9개월 둘째군.



알아듣던지 말든지 캐나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말 거는 천방지축 다섯 살 첫째양.



갓난아기도 탈 수 있는 안전그네에서 큰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었다. 

덕분에 여행에 지친 아이들도 오랜만에 뛰어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곧 일터로 돌아갈 계획이 있는 나는 이곳에서 유심히 관찰했던 것이 한가지 있었다. 평일 오후의 놀이터에 보모와 함께 찾은 아이들이었다. 다수의 아이가 엄마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지만, 간혹 금발의 백인 아이가 중국인 아주머니와 함께 있는 모습도 보였다. 중국인 보모는 이제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인지. 대부분 할머니라고 부르기에는 좀 젊은 아줌마들이었고, 아이들이 노는 동안 몇 명이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점심을 먹고 있었다.



또 하나 유심히 본 것은 '자전거 트레일러'. 요즘 한국에서도 한강 변을 산책하다 보면 꽤 보이던데, 이렇게 어린아이들도 태우고 다니고 있었다.

바퀴가 크고 안정적이라 아이의 승차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기 때문에 운동은 하기 어려워요.' 라는 말은 핑계일 뿐. 이렇게 자전거 트레일러에 태워 자전거도 타고, 조깅도 하면 된다. 가격은 일반 디럭스급 유모차 수준.



공원에서 만난 야생 동물



수변 산책로로 내려오니 낙엽 진 보우 강 위에 청둥오리와 캐나디언 기즈가 보인다.
캐나디언 기즈(Canadian Geese)는 1불짜리 동전의 뒷면에 새겨질 만큼 캐나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캘거리 뿐 아니라 캐나다 공원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기도 하다. 우아한 자태와 달리, 거위 특유의 식성이 있으니 근처에서 피크닉을 즐길때는 유의해야 한다.



마치 동전이 떠있는 듯 강물에 떠다니는 낙엽들, 햇살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살랑 바람이 부니 낙엽이 꽃잎처럼 떨어진다. 꽃보다 더 사랑스러운 아이를 앉히고 사진 한 장을 남겨본다.



캐나디언 기즈 다음으로 공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동물은 뭘까? 공원 산책을 하는 내내 딸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것.



바로 '다람쥐'였다. 로키에서 보던 작은 다람쥐보다는 청설모에 가까운 몸집이 큰 놈이었는데 풀밭을, 나무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캐나디언의 일상을 보다. 


피크닉 테이블에서 샌드위치를 먹은 후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직장인,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즐기는 사람, 강가에 앉아 기타 연주를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 속에서 함께 여유를 즐기고 있으니 나도 캐네디언이 된듯한 착각에 빠졌다.



피크닉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은 후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직장인.



따라 하는 아이.



이런 곳에서 하는 연주라면, 평소보다 더 멋지게 들리지 않을까?



우리나라 은행잎에 버금가는 노란 낙엽으로 낙엽놀이도 즐겨본다.


9박 11일 캐나다 여행의 마지막 날, 평화로웠던 오후 풍경.

이곳에 정말 살아보면 어떨까? 잠시 꿈 꿔보기도 했던 여유로운 캐나다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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