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도전의 한 해, 2012 그린데이 온더로드 '여행 결산'

누구나 꿈꾸는 여행이 있다. 돌아올 기약을 두지 않고 떠나는 여행, 세계 곳곳을 발길 닿는 대로 떠나는 여행, 한 곳에서 일정기간 살아보며 여행생활자가 되어보는 여행 등... 요즘 내 주변에는 이런 여행을 하는 용감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오는 그들의 생생한 여행기를 보고 들으며 나도 언젠가 그런 여행을 떠나보리라 다짐하곤 한다. 이들의 여행이 더욱 부러운 이유는 '모험을 건 도전'이 있기 때문. 요즘의 나는 좀 자신이 없고, 불안하고, 쓸쓸하지만 (그래서 한동안 포스팅도 쉬어버렸지만), 지난 포스트를 천천히 읽으며 한 해를 돌아 보니 내게도 2012년은 꾸준히 일상속 소소한 도전을 시도한 한 해였다. 


2012년의 가장 즐거웠던 도전, 캐나다 로키 가족여행



올해는 둘째 출산 후 육아에 집중해야 했던 한 해였기에 세부 휴양여행 외에는 별다른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캐나다 관광청에서 주관하는 '끝발 원정대'를 알게 되었고, 내 버킷리스트의 하나였던 로키 여행을 가족과 함께 떠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여행은 꽤 오랜동안 준비했다. 서류, PT, 4월 합격 소식을 들은 후에도 6개월을 준비해 다녀왔으니... 블로그에 여행기를 포스트한 시간까지 따지면, 거의 1년 프로젝트로 진행된 셈.



만 4살 2개월, 그리고 9개월 아이. 가까운 휴양지가 아닌 멀고 먼 캐나다, 험준한 로키산맥.

여행이 아니라 육아전쟁이 될거라며, 북한산도 힘든데 로키가 웬말이냐며 주변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우리는 도전했고, 즐겁게 여행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법을 배웠고, 여행의 장애물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의 시각으로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체험했고...

나는 아직도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가족과의 여행에는 안정감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있음을 이제 안다.


[관련 글]

젖먹이 데리고 록키까지, 9박 11일 캐나다 렌터카 가족여행 스케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예찬, 여행이 우리를 가족으로이 묶는다.



2012년 일상 속 여행 떠나기, 기획 포스트


1. 30분 그리기: 올해 목표중 하나인 '스케치 여행'을 위한 하루 30분 그리기를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대학전공까지 했지만, 붓을 멀리 한지 10여 년. 스케치 여행은 매번 계획을 세웠다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곤 했다. 생각해보니 내겐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습관이 필요했다. 굳은 손을 풀고, 눈으로 본 것을 손으로 옯기는 연습. '하루 한 장, 30분, 주변의 것을, 연필로, 페이스북에 공유'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세워 밤잠을 설치며 열심히 그렸다. 하지만 둘째녀석이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평화로운 스케치 시간도 끝이 났다. ㅠㅠ 새벽에 일어나서도 몇일 그려봤지만, 일상생활에 무리가 생겨 결국 현재는 하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꼭 다시 시도해 보고 싶은 부분.
(마침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2012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선물로 몰스킨 무지노트가 왔다. 다시 도전!)



스케치 여행을 위한 '하루 30분 그리기'

30분 그리기, 다시 시작 (소중한 것 먼저하기)



2. 내맘대로 세계요리: 둘째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오감으로 여행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음식. 추억을 회상하며 여행지에서 맛본 그때 그 음식을 즐겁게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 만드는 과정이나 재료는 조큼 야매스럽지만, 다행히 결과물의 비주얼과 맛은 나름 비슷했다. 특히 양갈비 스테이크는 특별한 날 다시 만들어볼 계획.



터키에서 먹어본 그 맛~! 양갈비 야매 스테이크

토론토에서 맛본 이탈리아의 맛, '썬드라이드 토마토 가지 파스타' 


그밖에 여행중 만났던 재밌는 장면, 가슴 짠한 이야기, 에피소드를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짧게 소개하는 '한장의 사진' 코너도 기획했었다. 



2012 재미있는 도전


1. 2012 도전한 여행 음식



왼쪽 위부터 캐나다 밴프 솔트릭의 '알버타산 트리플A 소고기 스테이크', 의외로 감동적인 맛이었던 '맥넛', 우리나라엔 없는 맥도널드 '앵거스 버거', 필리핀식 팥빙수 '할로할로', 족발튀김 '크리스피 파타', 부추로 속을 꽉 채워 통구이 한 오징어, 참치 턱 구이 '빵아', 제철 망고, 직접 잡은 변산 쭈꾸미탕

필리핀 팥빙수 '할로할로', 오늘같이 후텁지근한 날 더욱 생각 나~

바삭, 야들한 필리핀식 족발 튀김이 있는 곳! 치카 안 사 세부 (CHIKA-AN sa cebu)



여행 음식중 가장 맛났던 건 스티브표 티본 스테이크



최고의 기내식. 이제껏 맛 본 이코노미석 기내식중 최고였던 JAL 도시락 세트.
날치알을 곁들인 생강벚꽃 식초밥, 꽃 샤오마이, 연어 소금구이 등으로 구성된 맛 뿐만 아니라 영양, 예술적인 면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은 기내식.



하지만 모든 음식이 맛있지는 않았으니... 보기만 해도 식욕이 싹 가시는 세부여행중 만난 최악의 여행음식. 왜인지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을 듯.



2. 2012 도전한 세계 맥주



왼쪽 위부터 몰슨 캐네디언(캔, 생), 보우밸리, 앨리캣 앰버, 맥스 크림 생맥주 (큰 사진), 북해도 한정판 삿뽀로 클래식, 캐나다 트래디셔널 에일(생), 앨리캣 (생), 필리핀 산미구엘, 바닐라 향이나는 하우스 맥주, 메리 크리스마스 비어 등.


가장 맛났던 맥주는 홍대 뒷골목 노천 카페에 앉아 마시던 맥스 크림 생맥주. 사진을 보는 지금도 달려가고 싶을 정도다.


크림 생맥주와 함께하는 낮술의 즐거움, 홍대 Thanx



살짝 짚어보는 2012 블로그 통계


그동안 해왔던 숫자 위주의 결산에서 벗어나 '여행'이란 주제에 충실한 올해의 도전들을 뽑아봤다. 그러나 그냥 넘어가기 아쉬워 살짝 통계를 돌려보니 올해는 총 135개의 글을 썼다.(2.7일에 1개 꼴) 누적 방문자 수는 900,409명. 일 방문자 평균은 1,200~1,500명 수준.


매년 이맘때면 '1일 1포스팅'을 다짐하곤 했는데, 올해도 결과적으론 작년과 다름 없이 주 2~3회 포스팅에 그치고 있다. 다행히 여행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포스트에 쏟는 정성이 부족하고, 글의 깊이는 얕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100만 방문자를 목전에 두고 있다니 부끄럽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2013년은 대단한 도전과 변화의 한 해가 될 것


2013년엔 '더욱 열심히 블로깅에 매진하겠다'라는 약속은 하지 못하겠다. 아마도 내게 올해는 '대단한 도전의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목표이기에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나와 우리 가족은 또 한번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언제나처럼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날 것이며, 그린데이 온더로드는 내 여행의 증거이자 삶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 그는 버스 지붕에 올라 앉아 대륙을 가로지르기도 할 것이고,

기차의 차창 밖으로 물동이를 이고 멀어져가는 인도 여인들의 자태에 매혹당하기도 할 것이다.

또한 길 위에 떨어진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매 순간 어디로 갈 것인가 망설여야만 하리라.

그리고 어느 싸구려 여인숙에선가 자기 자신과 만나 뜨겁게 해후하리라.


여행은 언제나 좋았다.

여행의 길마다에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니, 그것은 하찮은 자기 연민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나는 늘 나 자신을 향해 쓰러졌지만, 또한 나 자신으로부터 일어나곤 했다.


내 생의 증거는 언제나 여행에 있었다.

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잘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은 곧 여행이었다.

여행중일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일 수가 있었다.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여행 도중에 만나는 버스 지붕과 길과 반짝이는 소금 사막이 좋았다.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 지구별 여행자 , 류시화 -


덧1) 2012년의 마지막날 포스팅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몸살로 쓰러져 결국 2013년의 첫날 발행합니다.
        2012년 한해, 그린데이 온더로드를 찾아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201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조금 더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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