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내리던 날, 노을공원 눈썰매장 풍경

지난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월드컵 공원 노을공원 눈썰매장에 다녀왔다.

춥다고 너무 집에만 있는 것 같다며, 겨울에는 오히려 야외 활동을 조금씩 해야 아이들의 면역력도 생기는 것 아니냐는 남편의 제안에
큰 마음먹고 얼마전 크게 아팠던 둘째까지 데리고 나섰는데, 다행히도 날씨가 참 포근했다.


때맞춰 함박눈도 펑펑~ 

오늘이야 말로 눈썰매를 타야 하는 날이 아닌가?



노을공원 주차장에서 눈썰매장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하지만 언덕길이라 추운날 썰매도 타기 전에 진이 빠질것 같아 공원에서 운영하는 전기차를 타기로 했다. 서울랜드의 '코끼리 열차'를 연상케 하는 '맹꽁이 전기차'는 보통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눈썰매장을 개장하고 나서는 차를 증편했는지, 10분에 한 대 꼴로 오는 것 같았다. 물론, 한 차에 실을 수 있는 인원이 8명 밖에 되지 않아서 우리는 1시간이나 줄을 서야 했지만, 아이는 전기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했다.


맹꽁이 전기차를 기다리며. 얼마전 구입한 레고 워키토키로 '오바오바' 놀이중인 진아



썰매장까지는 맹꽁이버스를 내려서도 3~5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어느새 눈발이 굵어졌지만, 오랜만에 보는 겨울 정취에 취해 외투가 젖는 줄도 모르고 걸었다.



전기차를 기다리는 줄이 길었으니, 당연 썰매장에도 사람이 많았다.

노을공원 눈썰매장은 서울에서 가장 긴 130m 슬로프를 자랑한다고 하는 광고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긴 슬로프 끝까지 줄을 서고도 모자라 썰매장을 둘러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럼 이 줄은 적어도 200m...? 줄 끝에 서서 2~30분을 기다려야 눈썰매 한번을 탈 수 있다는 말에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버렸다.



썰매장 바로 옆에는 빙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눈썰매보다 오히려 고무 다라이(이건 꼭 '다라이'라고 불러줘야 할 것 같다. ㅋ)에 앉아 얼음썰매를 지치는 아이들이 훨씬 즐거워 보였다는.



시선을 돌리니 갈대 잎에 눈이 소복소복 쌓여 마치 흰 꽃이 핀 가을 갈대 같았다.



산책을 좀 해보기로 했다. 썰매장에서 조금 멀어지니 하얀 눈으로 덮인 평원이 고요하고 아름답다.

여기가 과연 서울시내 한복판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세상이 온통 눈밭이니 아이들은 굳이 썰매를 타지 않아도 할 일이 많다.

작은 눈 뭉치를 몇번 휙휙 굴리면 제 몸집만한 눈사람 하나는 뚝딱 만들 수 있고, 눈싸움을 하거나, 이글루를 만들려는지 열심히 눈 벽돌을 빚는 아이도 있었다.

작은 동산에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폐장판이며 라면박스를 썰매삼아 타는 아이들도 보였다.



우리도 얼른 눈사람을 만들어 (사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좀 보강해서...^^) 겨울 추억 하나를 남겨본다.



몇 시간을 이렇게 놀았는데도 그치지 않던 눈... 계속 놀고싶다는 아이를 설득해 억지로 집으로 향했다.

썰매장 주변에 휴게시설이 잘 되어있었다면 잠깐씩 몸을 녹이며 더 긴 시간 놀 수 있었을텐데, 작은 컨테이너 박스 하나에 난로 하나인 휴게실에는 빈 의자 하나 구하기 힘들어 좀 아쉬웠다.



다시 1시간을 기다릴 자신이 없어 내려가는 길에는 전기차를 타지 않고, 유모차를 슬슬 밀며 걸었다.

정상과는 또 다른 절경을 즐기며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주차장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여분. 올라갈 때도 걸어갈 것을 그랬다.


뜻하지 않게 겨울 정취를 만끽했던 노을공원 나들이.

사실 둘째군이 입원하는 바람에 계획했던 속초로의 겨울여행을 떠나지 못해 속상하기도, 답답하기도 했었는데,

속초 부럽지않은 설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우려와는 달리 유모차 워머의 기능이 괜찮은지 둘째군은 눈밭을 산책하는 동안 편히 누워 낮잠을 자기도 했다는. 


앞으로 종종 나가봐야겠다. 요즘같은 한파만 아니라면....



[여행 Tip] 노을공원 눈썰매장


* 장소: 노을공원
* 가는 법: 자가 - 노을공원 주차장 주차 후 맹공이 전기차, 또는 도보 10분 이동
               지하철 - 6호선 월드컵 경기장 1번 출구, 직진후 우측 대각선(하늘공원 아래) 난지천 공원입구 주차장에서 맹꽁이 전기차 이용
               ※ 맹꽁이 버스 승차권(편도): 대인 1,000원, 소인 700원

* 기간: 2012.12.25 ~ 2013.2.24

* 시간: 10:00 ~18:00 (4시간 간격으로 입장)

* 요금: 입장료 8,000원 (썰매 대여, 어린이 얼음썰매장 등 이용 포함)


* 노을공원 주차장 이용시 주차요금 30% 할인
* 문의 : (주)에코카 02-784-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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