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거품 제조기'에서 '고잉 메리호'까지, 도쿄 여행의 지름들
- 수상한 쇼핑백
- 2013. 7. 24. 15:06
아이가 아파 일주일간 병원과 집을 오가며 신경을 썼더니 쓰는 패턴을 잃어버렸다.
블로그 글쓰기가 낯설게 느껴지고, 관리자페이지의 빈 편집기가 두렵게 다가온다.
블로그 운영 7년차. 매일 성실하게 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막상 새 글을 쓰기 위해 지난 글을 훑어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내 글과 사진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는 것이 빈 편집기보다 두려운 일일 줄이야... 하지만 그마저도 내 여행의 역사이자, 나 자신인 것을 안다.
이렇게 아무것도 쓰지도 못하고 슬럼프로 빠져들기 시작할 때는 간단하게 지난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그래서 뜬금없이 꺼내보는 지난 도쿄여행의 추억. 오랜만에 포스팅하는 '수상한 쇼핑백' 되시겠다. ^^
아이들과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소풍처럼 다녀왔던 도쿄 봄 벚꽃 여행.
쇼핑은 사실 계획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나는 도큐핸즈에서, 남편은 만다라케에서 지름신을 영접할 수 밖에 없었다는. ㅠㅠ
내것으로는 30분 스케치를 하며 늘 염두에 두고 있었던 윈저앤뉴튼 고체 물감을 집어들었다. 물감과 파레트, 붓이 들어있는 컴팩트 세트로 여행중에도 수채화를 그릴 수 있는 작고 실용적인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윈저앤뉴튼은 그림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영국 브랜드로 수채물감 중에서도 가격대가 꽤 나가는 제품. 마침 적당한 가격대의 괜찮은 구성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했다. (이후 이걸 미국이고, 오사카고 열심히 들고 다녔지만 아직 개봉도 못한 상태라는 것은 숨기고픈 비밀.. ㅠㅠ)
스페셜 패키지로 엽서형 수채화용지도 3장 들어있다. 여행지에서 내가 그린 그림엽서를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은 나의 버킷 리스트중 하나.
여름을 준비하며 집에서도 크림거품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맥주거품 제조기도 두 개 챙겨 넣었다.
뒤쪽 박스는 비어 아우어(Beer Hour)라는 제품인데, 얼핏 보이는 그림처럼 캔맥주를 끼워넣고 맥주를 따르다가 레버를 당기면 모터가 돌며 고운 거품이 나오는 방식. 한번 해보니 평소보다 맥주 거품이 곱긴 한데, 내가 원하는 일본 생맥주의 카푸치노 크림같은 그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쪽의 아와 마스터(AWA Master)는 달랐다. 보기에는 작은 플라스틱 케이스와 대롱 하나가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한국에서 추가 구입한 질소 거품을 주입하니 이건 완전 맥주의 신세계~!
사용방법은 대략 그림과 같다. 크리미한 질소거품이 생기는 그 짜릿한 감동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아와마스터는 현재 우리집 맥주소비 증진의 일등공신 되시겠다.
관련 글> 캔맥주를 크림생맥주로, 감동의 맥주거품 제조기 '아와 마스터(AWA Master)'
이제부터는 만다라케 홀릭인 남편의 득템들. 원피스 팬이라면 탐낼만한 고잉메리호 피규어와
한참 설명을 해줬는데, 난 잘 모르겠는 건담 피규어 시리즈 중 하나. 둘 다 한국에서 팔리는 가격의 반도 안되는 값에 구입한 미개봉 중고품이란다.
사실 난 중고 만화와 피규어들이 산더미 처럼 쌓인 만다라케에서는 단 10분도 서있지 못하겠더란. 백화점 따라다니는 남자들의 심정이 이런걸까?
결국 신주쿠에서 우리 가족은 잠시 떨어져 싱글 여행을 하기도 했었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과자타임을~ ^^;
(아. 진아 몫으로는 디즈니 스토어에서 미녀와 야수의 '벨'인형을 하나 사주기도 했다.)
아래는 그때 드럭스토어 등에서 구입한 소소한 물건들.
올해 나의 여름을 책임지고 있는 말차 분말 가루와 오코노미야키 소스.
여자라면 누구나 사온다는 시세이도의 폼클린저 '퍼펙트 휩'.
그리고 보는 순간 어머님의 무뎌진 칼을 바꿔드려야겠단 결심이 섰던 교세라 부엌칼 세트. 세라믹 칼이 유명하다고. (김치를 자르면 특성상 물이 들긴 한단다.)
여행에서의 지름은, 특히 일정 마지막에 절약하고 남은 여행비로 사들이는 물건들은 마치 공짜 선물같은 기분이 든다.
당시엔 고르고 골라 선택한 물건이 실제로 내겐 전혀 쓸모없는 불용품이 될 수도 있고, 모험심에 사들인 물건이 의외로 생필품이 되기도 하는 재미난 선물.
실제로는 공짜가 아니지만,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기에 여행은 일상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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