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맛 기행, 32가지 태국음식을 맛보다

음식만큼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또 있을까?

혀끝으로 기억되는 여행의 맛, 그 추억은 오래도록 여행의 향수로 남아 가끔 우리를 들뜨게 한다.


요즘은 한국에도 태국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아졌고, 그중 몇 곳은 태국인 요리사가 직접 음식을 하지만, 
그 무엇도 '카오산 로드의 20밧 짜리 팟타이' 맛을 내지는 못한다. 

'진짜'의 로망, '진짜 음식'의 로망. 

고급이고 저급이고가 아니라, 진짜냐 가짜냐의 의미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방콕으로의 여행이었다. 

하지만 진짜 태국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방콕으로 떠난 3박 5일간의 맛 기행.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3박 5일 방콕 맛 기행, 32가지 태국음식을 맛보

 
태국 포장음식의 대명사, 싸이퉁


 

공항에 도착한 때가 현지시각 21:20 (한국시각 23:20), 호텔에 도착해보니 한국시각으로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방콕의 첫날밤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내가 두 아이를 재우는 사이, 남편은 맥주나 한 병 사러 간다며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그의 손에는 바로 이것이...!

 
아... 그리웠다. 저 싸이퉁한 음식들! 1. 커무양(돼지 목살 구이), 2. 팍풍화이뎅(모닝글로리 굴 소스 볶음), 3쏨땀(파파야 샐러드).


앙증맞은 고무밴드로 단단하게 묶여 있는 이 비닐봉지에는 각종 반찬류부터 밥, 뜨거운 국물 음식까지 담지 못할 것이 없다. 뜨거운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소재의 두꺼운 비닐봉지가 따로 있을 정도. 태국어로 '싸이'는 담다, '퉁'은 봉지라는 뜻으로 '싸이퉁'은 포장한다는 뜻이다. 맞벌이가 일상화된 그들의 외식문화와 맞닿은 '싸이퉁'은 태국의 포장음식문화를 대표하기도 한다. 


진짜 태국음식과 맥주 한잔으로 여행을 했다는 것은 자랑, 아직 잠들지 않은 6살 큰아이가 새벽 2시까지 함께 했다는 건 안자랑.


볶고, 삶고, 쌀국수



다음날 호텔 조식뷔페로 아침을 먹으러 가니 즉석 쌀국수 코너가 딱~! 4. 꿰이띠오남이 나를 기다린다.

어린 팍치(고수)잎이 듬뿍 올라간 태국식 쌀국수는 시원한 국물이 일품으로 해장으로 특히 좋다. 
쌀국수는 국물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국물 없는'헹'과 국물 있는 '남'으로, 면의 굵기에 따라 센야이(굵은 면) 센렉(중간 면) 센미(가는 면)로 나뉜다. 사진 속 국수는 가장 굵은 면인 꿰이띠오남 센야이. 보통 가장 가는 면으로 많이 먹는다.



세계 몇 대 요리 중 태국음식이 든다고 했던가? 그 음식은 똠양꿍이라고 들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우리가 태국음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5. 팟타이(볶음 국수)다.


팟타이는 주문 즉시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보며 기다려야 제맛이다. 
솥뚜껑 같은 둥근 철판에 국수를 볶고, 소스와 설탕을 듬뿍 넣은 후 말린 두부와 새우, 숙주를 한 움큼 넣어 볶아 땅콩가루, 라임즙을 뿌리면 완성. 
달걀을 넣을 것인지, 고기나 해물을 넣을 것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팟타이는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우리네 떡볶이 같은 음식이기도 하고, 외국인의 입맛에도 두루두루 잘 맞는 가장 대중적인 태국음식이기도 하다. 로컬 음식점 기준 30~50밧 (1200원~ 2000원). 물가가 올라 이제는 카오산 로드에서도 40밧은 줘야 먹을 수 있다.




이번에 처음 먹어본 6. 팟카놈찐.
우리네 소면과 같은 가는 밀가루 면을 채소와 함께 굴소스로 볶아 
포슬포슬 튀겨낸 돼지껍질을 올려 먹는 요리인데, 내 입맛엔 잘 안 맞았다. 
국수만 맛보면 괜찮은데, 고명에서 돼지고기의 잡내가 좀... 



감칠맛 나는 맛, 덮밥



내가 처음 태국 여행을 떠났던 7년 전, 가장 놀랐던 음식이 바로 이것이었다. 

삶고 있는 것은 분명 족발인데, 그 국물까지 밥에 끼얹어 주는 음식.  

 

 

씨암스퀘어에서 맛본 7. 카우카무. 우리말로는 족발 덮밥이다.
푹 삶아 야들야들한 족발을 살만 발라 먹기 좋게 썬 후 밥에 국물과 함께 끼얹어 준다. 

족발 국물에 삶은 달걀, 데친 시래기와 채소를 함께 내어주는데, 상상과는 달리 전혀 느끼하거나 혐오스럽지 않고 맛있다. 

마늘 편이나 태국 쥐똥 고추가 들어간 시큼한 소스를 얹어먹으면 더욱 맛있다.

 

 

매콤한 게 당길 때면 늘 생각나는 8. 끄라프라우무쌉. 다진 돼지고기를 바질잎, 고추, 간장 소스와 함께 볶은 덮밥이다.



끄라프라우무쌉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팟타이(볶음 국수), 카우팟(볶음밥)과 함께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태국 음식이 아닐까 싶다.
어디든 쉽게 주문해 맛볼 수 있다.


이싼 음식 총집합 - 치킨에 샐러드, 찰밥까지 


▲ 쏨땀누아의 대표메뉴, 까이양과 쏨땀 

하루 점심은 우리네 명동 같은 방콕 최대 번화가인 '씨암'으로 가 이싼 음식점인 '쏨땀누아(Somtam Nua)'을 찾았다.

쏨땀누아는 까이양(닭요리)와 쏨땀(파파야 샐러드)를 전문으로 하는 캐주얼한 음식점이다. 맛집으로 소문나 태국 젊은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곳. 



매번 방콕에 들를 때마다 한번 가봐야지 벼르기만 하다가 지나쳤던 곳인데, 이번엔 마음먹고 들렀다. 
보통의 식당에 비해 양이 적고 비싼 편이었지만, 시내 중심가의 맛집 프리미엄이 있고, 실제로 맛도 있었으니 이해할만했다. 

9. 까이양은 마치 교촌치킨의 간장 양념을 한 듯 짭조름하고 바삭했다. 말린 새우가 들어간 10. 쏨땀꿍은 다른 곳보다 더 달콤했다. 

내 입맛에는 힘 좋은 아주머니가 절구에 팡팡 찧어 낸 쏨땀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했지만...


 
카이양, 쏨땀, 11. 카우니여우(찰밥)은 세트메뉴 같은 이싼 지방의 대표 음식이다. 
오른손으로 찰밥을 떼 조물조물 뭉친 후, 쏨땀 국물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 카페 망고탱고의 망고탱고 세트 

바로 옆에 있는 '망고탱고' 카페에서 시원한 12. 망고와 푸딩,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는 것은 옵션이 아닌 필수 코스~!


 

길거리 군것질

 


길거리 군것질을 빼놓고는 태국음식을 말할 수 없다. 팟타이부터 커피에 디저트까지 없는 것이 없는 태국 노점음식이다.
소식하고 자주 먹는 태국인들의 식습관 때문인지, 유독 태국의 거리엔 군것질 거리가 많다.


호텔 근처 노점에서 만난 까이양과 쏨땀, 13. 무삥(돼지고기 꼬치), 14. 군만두15. 구운 바나나로 차린 길거리 음식 한 상. 

'아이들에게는 깨끗한 음식만 먹여라'라는 한국에 계신 어머님의 당부는 잠시 잊기로 하고, 모두 함께 맛나게 불량식품 잔치를 벌여본다.  

 


아이가 좋아했던 찰밥 속 구운 바나나. 코코넛 즙을 넣었는지 달달한 향이 나는 찰밥과 바나나는 생각 외로 잘 어울렸다.

 

태국 요리만 먹으란 법 있어? 퓨전 음식 

 

방콕이라고 해서 태국음식만 먹으라는 법 있나?
짜오프라야강변의 '아시아 티크', 그곳의 멋진 레스토랑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맛본 16. 화덕 피자도 나름 그럴싸한 맛이었다. 



아시아티크의 인기메뉴로 보이는 500cc 17. 사발 호가든과 18. 호가든 로제(Hoegaarden Rosée)도 주문해 봤다.

호가든에서 만든 후르츠 비어인 호가든 로제는 밀맥주 베이스에 라즈베리(산딸기)를 블랜딩한 맥주.
달콤한 맛이 분위기와 어울린다. 커다란 잔에 담긴 맥주는 마셔도 마셔도 줄지 않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추가로 주문해본 19. 말린 양고기 볶음도 꽤 괜찮았다. 레몬그라스와 말린 바질이 듬뿍 들어있어 향신료를 즐기는 내 입맛에 딱!

 

 

3대 태국 맥주 - 씽, 창, 라오



태국 마트 주류코너에서는 다양한 자국, 수입 맥주를 볼 수 있다.



▲ 왼쪽에서부터 씽, 창, 라오 맥주. 

하지만 태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맥주는 20. 씽(싱하,Singha), 21. 창(Chang), 22. 라오(Leo). 세 가지로 압축된다. 
씽과 라오는 부드럽고, 창은 묵직한 맛.  




로컬 음식점에서 술을 주문하면 버킷 가득 얼음과 소다수를 가져다 준다.
쌩솜같은 양주 한 병에 소다수와 레드불을 섞고 얼음을 타 마시는 것이 일반적.
더운 나라의 특성인지, 맥주에도 얼음을 넣어 먹는 것이 자연스럽다. 


23. 쁠라믁 텃 끄라티얌 프릭타이(후추와 튀긴 마늘을 곁들인 오징어 볶음), 무양(돼지고기 목살 구이), 24. 똠양꿍얌운센(매운 국수 샐러드) 등으로 한 상 차려 태국 여행의 마지막 날 밤을 보낸다.

 


신선하고 맛났던 25. 얌운센 탈레.

 

 

새콤달콤 열대과일




태국음식을 논할 때, 과일을 빼놓으면 서운하다. 과일의 왕이라는 26. 두리안, 여왕인 27망고스틴뿐 아니라 28. 용과, 29용안30. 람부탄 등 알록달록 다양한 색색의 열대과일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 과일의 여왕이라는 망고스틴, 마늘쪽 같은 속살에서 달콤한 즙이 나온다.  

그중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달콤한 속살을 품은 망고스틴. 제철이 아니라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없었는데, 마트까지 찾아가 한 아름 사왔다.



망고스틴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 편의점에서 100% 천연 주스로 대신할 수 있다.



▲ 수박과 코코넛 즙, 얼음을 넣어 갈아 낸 수박주스와 망고 100%, 망고주스

태국 음식 중 쿰쿰한 냄새가 나는 두리안과 손으로 쥐어 먹던 찰밥이 제일 맛나다는 아이들.
한번 잡으면 바닥을 볼 때까지 빨대를 놓지 않는 길거리 31. 수박 주스, 32. 망고 주스 홀릭이기도 하다.

그밖에 사진으로 미처 남기지 못한 갈비국수연유가 듬뿍 들어간 아이스 커피, 힘나라고 마셨던 태국 국민 자양강장제 M-150, 어포 TARO, 각종 과자, 와플, 마카롱, 아이스크림 등이 있다. 


방콕에서 맛보고 싶은 추억의 음식에는 쑤끼 찜쭘도 있었는데, 직접 끓이거나 조리해야 하는 음식은 아이들의 안전상 이번엔 자제했다. 

계획했으나 미처 먹지 못한 뿌 팟퐁 카리(게 카레 볶음)는 한국에 돌아온 후 직접 해먹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 한국에 돌아와 마트 수입식품 코너에서 찾아낸 태국산 '코코넛 밀크'로 직접 요리한 뿌 팟퐁 커리. 연평도산 제철 꽃게로 먹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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