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오후, 엄마 딸 '관상' 데이트 @씨네드쉐프 압구정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백윤식 등 스타 배우들의 출연, 
작년 '광해'에 이어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 픽션을 가미된 역사물,
아름다운 우리나라 곳곳의 숨은 풍광과 미려한 영상, 특히 강렬한 수양대군의 등장 씬으로 개봉 초기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관상'을 봤다.


추석연휴 하루 전, 그러니까 며느리들의 명절노동이 시작되기 직전의 프리 힐링이랄까?
일하랴 이것저것 배우시랴 바쁘신 어머니께 잠깐의 틈을 허락받아 씨네드쉐프에서 조금 특별한 '엄마 딸 데이트'를 즐겼다. 



씨네드쉐프(CINE de CHEF)는 식사와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CGV의 프리미엄 상영관으로 압구정점과 센텀시티점, 두 곳이 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압구정점.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3번 출구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다. 



씨네드쉐프에서 식사와 영화를 함께 즐긴다고 하니 자칫 '영화관에서 식사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식사는 식사대로 레스토랑에서, 영화는 별도의 극장에서 따로 보는 시스템이다.


지하 5층 깊숙한 곳으로 들어서니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눈에 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순간부터 개개인을 친절하게 살펴주는 직원들. 

마치 고급 호텔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는 듯한 기분으로 자리를 안내 받았다.
이 세심한 배려는 음식을 먹는 동안, 식사를 마치고 영화관의 자리로 이동할 때,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특급 호텔 출신의 스타쉐프가 선보인다는 프렌치&이탈리안 메뉴는 계절마다 달리 선보인다.
점심은 2코스 밀(42,000원)과 3코스 밀(50,000, 10%부가세 포함)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스타터, 메인, 디저트, 음료에서 각각 하나씩 선택하면 되는데, 종류가 꽤 다양해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추천을 받아 오징어 튀김, 한우 안심, 초콜릿 대지진 코스를, 어머니는 로메인 샐러드와 한우 안심, 녹차아이스크림 팥빙수를 주문했다. 



식전빵으로 바게트 하나가 통째로 블랙 올리브 스프레드와 함께 올라왔다. 

순간 푸짐한 양에 놀란 우리, 하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따뜻하고 말랑한 바게트의 속살이었다.

어쩜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는지. 결대로 찢어 짭조름한 스프레드를 발라 먹으니 이걸로 한 끼 식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타터로는 리코타치즈 티라미슈, 오징어 튀김, 블랙올리브, 오징어 잉크 파우더가 들어간 요리를 맛봤다. 


메뉴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어대는 내가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할 즈음
 어머니께서는 

"이건 이렇게 좀 돌려놓고 모자같은 예쁜 접시를 부각해봐~"라는 말씀으로 안심을 시키신다.

덕분에 
마치 찰리채플린의 페도라 같은 접시, 바람에 날리는 깃털같은 채소의 비주얼을 담을 수 있었다는.



이 요리는 독특한 비주얼만큼이나 재료 구성도 독특했다. 

바닥에 흥건히 깔린 것은 리코타 치즈인데, 오징어 튀김에 치즈까지 찍어 먹는다니 생각만으로도 좀 느끼한 기분. 

그러나 치즈중에서도 지방함량이 낮은 리코타 치즈는 튀김과도 잘 어울렸다.

튀김의 바삭함, 치즈의 고소함, 채소의 상큼함이 어우러져 이색적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다. 



드디어 메인. 한우 안심스테이크 되시겠다. 은행을 토핑으로 올리고, 구운 가지와 토마토를 달콤한 단호박 소스와 함께 냈다.


 

빵과 스타터를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 슬슬 배가 불러오던 차라 과연 스테이크를 메인으로 주문한 것을 잘 한 걸까 잠시 고민했으나, 

살살 녹는 안심의 맛에 그만 바닥을 보고 말았다. 
같은 음식을 주문한 어머니도 맛나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이 상태로 영화를 보면 함께 잠이 들 것만 같기도 했다...;



디저트는 '초콜릿 대지진'. 
시네드 쉐프에서는 계절마다 영화를 주제로 한 메뉴를 하나씩 올리곤 하는데, 이번엔 중국 영화인 '대지진(2010)'을 테마로 했단다. 
초콜릿 대지진은 초콜릿 수플레처럼 초콜릿 케익에 진한 초콜릿 소스를 끼얹어 먹는 요리다.
케익 가운데로 소스가 스며들며 움푹 패이는 모습에 정말 '대지진'이 연상되었다.



초콜릿에 아이스크림, 꿀까지, 무척 달달했지만 진한 커피와 함께 먹으니 또 궁합이 좋았다. 
여유롭게 디저트를 다 먹어갈 즈음, 영화 상영시각이 다 되어간다는 직원의 안내가 있었다. 


영화 상영관은 레스토랑 바로 옆에 붙어있다. 그래서 혹시 식사를 마치지 못했다면, 디저트는 영화를 보며 먹을 수 있다.


테이블에서부터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상영관. 듣던대로 널찍한 소파좌석에 발걸이와 테이블, 일회용 슬리퍼까지 갖춰져 있어 영화보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마침 난 짧은 바지를 입어 실내가 좀 쌀쌀하다 느껴졌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직원이 무릎담요를 가져다 두었다. 



영화관에서도 추가 부담없이 에일이나 무알콜 칵테일, 주스 등을 마실 수 있다. 

테이블에는 쿠키도 하나씩 세팅이 되어 있어 따로 팝콘이 필요 없다. 


오랜만의 엄마 딸 데이트를 기념하며 인증샷 한장~! 
이렇게 보니 난 나이 들 수록 엄마를 더 닮아가는 것 같다.

'마흔이 내일모레'라고 투덜거렸더니 어느덧 우리 엄마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
함께 밥먹고, 영화 보고,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며 보내는 시간을 더 자주 가져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두 다리 쭉 펴고 영화에 집중할 시간. 어제(9/24)까지 개봉 13일만에 700만 관객을 모았다는 '관상',(물론 이때는 그럴줄 몰랐지만)
추석 연휴동안에는 극장을 찾은 사람들의 54%가 봤다는 그 영화, 그 인파 속에 나도 있었다...; 

▲ 영화 '관상' 공식 사이트: http://www.face-reader.co.kr/

상남자로 대표되는 수양대군, 이정재의 인상적인 등장씬. 
굳이 한국역사를 줄줄 꿰고 있지 않더라도, 사극을 좀 봤다면 알 수 있는 계유정난 이야기.

여기에 '관상'이라는 허구와 국내 정상급 스타들의 진짜같은 연기가 더해져 2시간 반을 완전 몰입해서 봤던 것 같다.


좌석이 넓어 앞사람의 머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소근소근 어머니와 이야기하며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시간.  


우리같은 엄마 딸 데이트를 위해서일까?

11월 26일까지 매주 화요일에는 코스메뉴를 먹으면 프리미엄 상영관에서 당일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여자들만을 위한 Lady's Day를 운영한단다. 씨네드쉐프의 특별 상영관에서 영화만 보는 관람료가 4만원임을 미루어볼 때, 런치 가격인 5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되니 거의 반값에 식사와 영화 풀코스를 즐길 수 있는 기회!

특별한 날,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다시 찾아도 좋을 것 같다. 


[Tip] 씨네드쉐프 압구정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602 CGV 신관

위치: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3번출구 30m (도보 3분)
전화: 02) 3446-0541~2
주차: 기계식 주차, 영화관람시 3시간에 5,500원 (발렛비 2,000원 포함)/ 초과시 15분 당 1,500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