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첫 캠핑, 단양 소선암 공원캠핑장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3. 9. 27. 13:28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캠핑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시즌'이 돌아왔다는 뜻. 지인들은 가을 캠핑을 위해 간절기용 난로와 온수매트를 준비하는 등 주말 캠핑을 떠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떠나기 좋은 계절, 캠핑계획을 세우는 주변을 보며 나도 들썩들썩~. 돌이켜보니 나도 올해는 소원하던 '가족과 캠핑'을 다녀왔다. 봄에 미서부 캠핑을 다니며 장만한 하계용 매쉬 텐트를 들고, 단양 계곡으로 떠났더랬다. 고작 한달 남짓 되었는데 꽤 오래전 기억처럼 떠오르는 추억... 그도 그럴 것이 당시와 지금의 온도 차이가 한 20도쯤은 나는 것 같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날 캠핑 이야기, 더 늦기 전에 풀어본다.
캠핑 인구가 부쩍 늘어서인지, 수도권 인근의 캠핑장들은 가을 성수기 뿐 아니라, 겨울을 빼고는 언제든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우리처럼 즉흥적으로 짐을 싸서 떠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겁없이 떠났다가 텐트 한번 못 펴보고 돌아오기 십상.
하지만 잘 찾아보면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숙박을 할 수 있는 캠핑장이 있다. 바로 단양의 소선암 공원 캠핑장이 그런 곳~!
서울에서 차로 3시간 남짓 걸리는 단양은 아주 가까운 거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볼 것, 먹을 것, 즐길 것 많은 곳이라 3시간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소선암 자연발생 유원지의 계곡은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과 같은 단양 8경 명소를 가까이 두고 있는데다가 물살이 세지 않고, 깊이도 적당해 아이들과 물놀이 하기에도 좋다.
소선암 공원은 사실 캠핑장이라기보다는 휴양림 공원으로 조성된 곳에 텐트를 치는 개념이다. 하루 입장료는 5천원. 우리 가족은 2박을 하며 1만원만 내면 됐다. 쓰레기 봉투가 하나 포함된 가격이니 이정도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캠핑장이다. (숙박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인당 요금을 징수한다.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공원이다보니 사이트 구획도 없어 대형 타프를 치건, 텐트를 두 개 치건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대신 전기는 이용할 수 없고, 배수로도 직접 파야 한다. 화장실에 딸린 꼭지가 두 개 뿐인 작은 샤워실을 이용해야 했다는 점도 조금 불편했다. 그래도 계곡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이라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고 본다.
텐트 밖 풍경, 뷰가 끝내준다.
우리가 소선암 공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즈음. 휴가시즌이라 그런지 계곡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다행히 매의 눈을 가진 스티브가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 바로 옆의 명당자리를 포착했고, 그렇게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준비해 떠난 첫 캠핑이 시작되었다.
집을 짓고 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계곡 수영~!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 숲 사이로 흐르는 넓다란 계곡에서는 벌써 튜브탄 아이들이 둥실둥실~
샌들 사이로 스며든 모래가 간지러운지, 둘째군 발가락에 힘이 잔뜩~!
집에서 챙겨온 모래놀이 도구로 모래놀이도 하고,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시원한 계곡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영후 먹는 라면맛은 꿀맛~! 평소에는 먹는 것에 깐깐한 보통 엄마지만, 이럴 땐 컵라면도 잠시 허용해 주고...
잠시 캠핑의 꽃인 먹거리를 소개하자면 (요즘 계속 먹블로깅이란 원성이 있지만...;) 냉동 닭강정에서 숯불구이, 구운 파인애플, 불고기, 부침개, 단양 시장표 찰옥수수와 메밀전병, 수박과 복숭아, 남긴 순대에 남은 깻잎 등 채소 털어 넣은 매콤 순대 볶음, 인스턴트 된장까지... 당시엔 돌아서면 배고팠던 것 같아 주전부리를 조큼 했던 것 같은데, 모아놓고 보니 2박 3일간 먹은 음식이 이렇게나 많다.
밖에 나오니 평소 잘 먹지 않던 아이들도 폭풍 식사를 하고~
비가 오니 더욱 신나는 아이들의 우중 캠핑. 매쉬 그늘막이 이럴때 위력을 발휘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몇 개 생겼는데, 하나는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단양 캠핑 소식을 보고 마침 이쪽 어딘가에서 캠핑 계획을 세우고 있던 동문 부부가 함께 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뜻밖에 큰 비를 만났다는 것이다.
비가 내린 때는 마침 이들이 막 도착해서 사이트를 짓고 있을 무렵이었다.
예상치 못한 큰 비에 우리를 비롯한 초보 캠퍼들이 당황했다. 쏟아지는 비는 타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결국 지지대가 쓰러졌고, 결국 나는 아이들을 스티브에게 맡긴 채 함께 타프의 기둥을 붙잡고 고인 물을 쏟아냈다.
건너편 상황을 보니 이미 텐트가 쓰러진 곳도 있었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빗속에서 배수로를 파고, 팩을 다시 박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시간 남짓 지났을까?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맑게 개인 하늘. 비록 몸은 홀딱 젖었지만, 상쾌했다.
이렇게 온 몸으로 비를 맞아본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축축한 풀밭에서는 이름모를 풀벌레들이 나타나 아이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더위가 가신 캠핑장에 불을 지피고, 바베큐 파티를 벌여본다.
그날 저녁, 단양 시장에 들러 장을 봐오던 우리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핑크빛 저녁노을을 볼 수 있었다.
저녁에는 또 새로운 사람들이 합세해 막걸리 파티를 벌였다. 비록 어린 아이들과 함께라 제약이 많았지만,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행복했던 한때.
제대로 장비를 갖춰오신 분은 저녁 낚시를 나가 '준치'를 낚기도 했다. 이게 바로 '썩어도 준치'의 빛나는 자태~!
운무에 휩싸인 다음날 아침 풍경. 텐트로 스며드는 찬 기운에 밖에 나가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야외 취침이 낯선지, 전날 새벽 2시까지 잠을 못이루던 둘째군도 다행히 푹 자고 일어나 캠핑장의 아침을 맞는다.
축축한 침낭과 매트를 걷어 널고, 더위에 부채질을 하며 아침을 짓는 내게
"엄마! 1단, 2단, 3단 중 선택해~"
라며 선풍기를 그려온 딸내미.
이맛에 캠핑을 오나보다.
TV도, 아이패드도 없는 곳에서, 조금 불편하지만 가족끼리 돈독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이제, 우리도 가을 캠핑을 준비해야 할 때~!
더 많이 추워지기 전에,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겠다.
다음 캠핑은 어디로 떠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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