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만찬, 버튼업 다이너 앤 카페 with EOS 70D

사는 동네가 요즘 잇플레이스로 떠오른 합정이라고 해도, 특별한 날 저녁에 아이들 데리고 갈만한 곳이 없다.

몇달 전까지는 가장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인 메세나폴리스 내 TGIF에 다니다가 생맥주 행사가 끝나고는 그마저도 발길을 끊은 지 오래.

프렌차이즈는 빼고, 뷔페는 부데껴 싫고, 좀 괜찮은 덴 예약해야 하고, 늘 가던덴 가기 싫고... 


'안되는 이유만 늘어놓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스티브의 일침에 '그냥 집에서 치킨이나 시켜먹자.'라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싸늘한 분위기 속에 뼈 없는 진심임을 피력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던가...; 


생일따위, 이제는 그만 챙겨도 좋다고 생각했다. 

영혼없는 축하 인사는 받고싶지 않았다. 

성의는 정말 고맙지만, 왠지 축하받을 수록 우울했다.


특별한 음식보다는 그저 편한 곳에서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한끼 먹고 싶었다.



"버튼업 갈까?"


그때 생각해낸 곳이 바로 버튼업. 아이를 데리고 가도 민폐가 아닐지 걱정됐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안되면 메세나 폴리스의 치킨집이라도 가자며... 어쨌든 집에서 차려먹지는 말자는 스티브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집을 나섰다.


▲ 에피타이저, 감자와 버섯, 토마토가 들어간 프리타타 


금요일이고, 저녁 피크타임이고, 테이블이 많지 않은 버튼업에 천방지축 두 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것 자체가 모험.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마침 빈 자리가 있었다. 아이도 함께 식사가 가능한지를 물으니 어디선가 아기의자도 가져다 준다.  



아이들을 각자의 자리에 앉히고, 생맥주 한 모금을 마시니 그제서야 테이블마다 꽂힌 소국과 아기자기한 티코스터, 하나도 같은 게 없지만 나름 조화로운 접시들의 조합이 눈에 띈다. 가족과는 처음이지만, 왠지 익숙하고 편한 분위기. 




토마토 스파게티가 먹고싶다는 딸아이가 주문한 유일한 토마토 소스 메뉴인  '버튼업 초이스 파스타(11,000).

기대한 토마토 소스가 이런 건 아니었을 텐데, 입짧은 그녀가 몇번을 덜어 맛있게 먹는다.    



남편의 선택, ▲ 계절채소 명란 파스타 (12,000). 흥건한 크림소스에 적셔먹는 재미가 있는, 알고보니 둘째군의 페이보릿.


 

그러나 모두가 열광한 메뉴는 내가 고른 '에비 토비코 치즈 그라탕' (13,000)

거짓말 좀 보태 랍스터만한 대하가 통째로 얹어진 그라탕에는 작은 새우와 단호박, 브로콜리, 펜네가 듬뿍 들어가 있어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았다. 

생일 만찬으로 아주 적절했다는~

 


집에서 입던 내복에 조끼만 하나 걸쳐 데려온 둘째군.(미안 --;)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 속 뽀로로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대부분 잘 먹고 감귤주스까지 폭풍흡입해 나름 데리고 온 보람이 있었다.  



폭풍이 지나간 흔적은 이렇게...; 


 

어쩌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찾아다니고, 거절당하고 눈총받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37살, 앞으로는 일상도 여행하듯 그렇게 용기내어 살아보기로...

▲ 인테리어 소품인줄만 알았던 축구게임, 덕분에 뜻밖의 불금 매치. :)


덧) 위 사진들은 모두 새로 장만한 캐논 EOS 70D로 찍었습니다. (마지막 사진 빼고.)
      새 카메라에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볼수록 매력있네요. ^^ 카메라 이야기는 따로 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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