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라도 좀 내리면 좋으련만...

▲ Hilo, Hawai'i

2008년 11월 8일 18시 53분.


큰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를 다녀온 내가 야심차게 블로그를 개설해 첫 포스팅을 시작한 날.

제대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10년 부터이지만 햇수로는 벌써 6년차이니

'그린데이 온더로드'의 역사는 '엄마'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현재까지 전체 글 수 594개. 그중 여행 글이 반이 조금 넘는 정도.

나와 내 가족의 여행역사를 담는 여행블로그를 생각하며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고, 스킨도 입히고, 

블로깅의 즐거움을 알아가며, 때로는 숙제처럼 부담도 느끼며 써온 글이 약 600여개.

지난 포스팅을 훑어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주말엄마 시절, 퇴근 후 빈 아기침대를 보며 허전한 마음에 쓴 글도 있고, 마지막 출근을 앞두고 쓴 인사도 보인다.

포스팅을 통해 본 아이들은 하루하루 커가고 있고, 보이지는 않지만 그 속엔 늘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는 남편이 있다.


큰 아이가 처음 빚은 송편, 운전중에 문득 올려다 본 하늘, 볕 좋은 날 집에서 내려다본 앞집의 장독대, 

비오고 외로운 날 먹은 짬뽕, 꿈만 같았던 그린데이의 내한공연 날, 변해가는 동네의 모습, 

삼십대 중반의 생일들, 차마 발행하지 못하고 비공개로 저장해 놓은 둘째의 출산기, 

아이가 자는 틈틈이 그렸던 30분 스케치. 그 속에서도 나는 틈만나면 여행을 떠났다.

 

그랬다.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한 네이버 블로그 편집기에 첫 글을 쓰며 돌아보는  티스토리에서의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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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네이버 블로그 이사를 결심하고 썼던 글.

결국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다시 티스토리 편집기에 옮겨 담는다.


플랫폼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건, 

단지 '이사하는 번거로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비라도 좀 내리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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