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낯선사람

약속시간이 다 되었는데,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모자만 눌러 쓰고 나섰다가 홀딱 젖을 것 같아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는, 

우산 대신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왔다.

몇 걸음 걷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사태가...;


한 팔에 우산을 끼워 들고, 두 손으로 카메라를 받히고, 폼은 영 안났지만 

그래도 집 앞 눈오는 풍경을 담을 수 있어 좋았다. 


내 시선 만큼이나 따뜻해 보이는 사진 속 풍경도 참 좋다. 



합정 카페, B급 코드의 대표주자 '쓰리고 카페'. 근처에 술집도 냈다가(아직 있나?) 최근엔 상수동에 분점을 크게 냈다. 부제는 '청춘 발전소, 문화 용광로'.



소복소복 눈 쌓이는 합정역 풍경.



합정 카페골목엔 연말 분위기가 물씬.


이 샛골목은 지날 때마다 일본에 온 것 같은 분위기. 두 집은 같은 주인임이 확실하다.


골목길 중간엔 five tables, 이동네에서 좀 유명한 가정식 파스타집이 있다.  



쌓일 새 없이 눈을 털어내는 부지런한 사람들. (옆으로는 내 로망, 지프 랭글러가 스르륵~)





이렇게 걸어 온 곳은 내 단골 카페 '안녕, 낯선사람'. 

리스로 치장한 낯선사람은 오늘 내린 눈으로 백발이 성성하다.

내가 이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변하는 계절을 볼 수 있다는 점. 바로 저 나무 덕분이다. 

새싹 돋는 봄부터 드나들기 시작해서 이제는 눈 쌓인 풍경까지. 도장도 열심히 찍어 공짜 커피도 몇 잔 먹었다. 

자주 드나들다보니 원래 이곳을 주차장으로 썼을, 주인집 도예가 할머니를 만나 동네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원래는 비슷한 주택 건물이었던 옆집과 옆에 옆집은 이제 철거되고 재건축이 한창이다..... 씁쓸.




눈 오는 풍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테이크아웃한 커피가 나와 양 손에 주렁주렁 들고, 카메라는 다시 가방으로~


낯선 사람과 이제는 낯설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 보낸 오후. 

마음이 헛헛한 날엔, 정겨운 동네 나들이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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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요즘의 이곳 풍경이 그리우실 Stranger님을 생각하며 사진을 찍어보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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