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커피 오리지널'의 오리지널 리뷰
- 라이프 로그
- 2009. 4. 21. 23:26
오늘 마지막 남은 조지아 오리지널 캔커피를 서랍에서 꺼내 마셨기 때문이죠.
-_-; 더는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훈풍이 살살 불어오던 3월의 어느 날 오후, 캔커피 한 박스가 배달됐습니다. 택배 전화를 받았을 때는 잠시 어리둥절했는데, 이내 지인의 권유로 신청한 블로그코리아 리뷰룸에 등록된 캔커피가 떠올랐습니다. 설마... 그거?
택배 전화를 받았을 때는 작은 종이 박스를 상상했었는데, 받아보니 보통 사이즈보다 큰 240ml짜리 캔커피가 무려 30개나 들어 있더군요. 배송과정이 험했는지 모서리에 있는 캔 한 개는 옆구리가 구겨져 내용물이 조금씩 새고 있었습니다. 아깝지만 일단 하나를 버리고, 균형이 맞지않는 박스를 끌어안고 사무실로 올라왔습니다.
커피를 본 동료가 한마디씩 합니다. 오늘 무슨 날이야? 누가 왔어?
보통 사무실에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돌리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승진을 했거나 득남득녀 등 개인적으로 축하받을만한 일이 있을 때, 혹은 팀의 OB멤버가 찾아왔을 때.
동료의 관심이 박스에 쏠려 있을 때, 잽싸게 보험 아줌마처럼 커피를 하나씩 돌렸습니다. '솔직한 의견들 한마디씩 부탁해요~! '라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군요. 각자의 업무에 치여 몇 주 동안 말 한마디 못해본 팀원들과도 캔커피를 빌미로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여유롭고 즐거운 커피 한잔의 순간. 커피 브레이크를 즐기며 그들의 '오리지널 리뷰'를 들어봤습니다.
동료에게 들어본 '조지아커피 오리지널'의 오리지널 리뷰
저는 원래 원두 커피로 설탕 없는 블랙만 마시는데 이 커피는 캔커피답지 않게 덜 달아서 마실 만 하네요.
▶ 올해 대리를 단 스타일리시 D 대리
저도 캔커피는 잘 안 마시는데, 먹고 나면 텁텁하고 입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에요. 조지아커피는 조금 나은 것 같은데요?
▶ 깔끔한 신혼 남 E 과장
부드러운 맛을 강조해서인지 저는 좀 싱거운 것 같아요. 세계 No.1을 너무 강조해서 촌스러운 느낌도...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디자인이나 마케팅을 더 공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당도를 조금 더 낮추면 웰빙 느낌이 물씬 날 것 같아요.
▶ 대외협력업무 경력이 있는 B 차장
우리나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오리지널'이라는 단어는 블랙커피를 지칭하는 말 아닌가요? 강하고 터프한맛을 기대하고 한 모금 마셨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좀 실망했어요. 인공감미료의 맛도 살짝 느껴집니다. 그리고 세계 No.1의 기준이 뭘까요? 수량? 물량? 가격? 패키지만 봐서는 기준을 알 수 없네요. 항상 고정적으로 No.1이 아니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감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당첨리뷰인데, 맛있게 한 캔 다 드시고 너무 부정적인 의견만 주시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인공감미료'부분을 '부드러운 맛이 느껴진다'로 급변경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세계 No.1부분은 확인해보니 물량이더군요. 지난 3/16 배포된 블코 뉴스룸 자료를 참고하자면 2007년 기준으로 전 세계 캔커피음료 판매량의 24%를 차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근데 왜 2007년 기준일까요? ^^;)
▶ 평소 조지아 카페라떼를 즐겨마시는 깜찍 발랄 사원 시스터즈
가격이 적절하고 시중의 다른 커피들보다 양이 많아 좋아요. 하지만 점심먹고 마시기에는 많은 양이 오히려 부담된다는. 맛은 부드럽지만 조금 달다 싶고요.~ 기존에 저희가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커피음료는 주로 '스타벅스'나 '레쓰비'였는데, 요즘은 맛도 가격도 적당한 조지아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팬이에요. ㅋ
전반적인 의견을 종합해보면 '넉넉한 양과 부드러운 맛에 Value for money는 최고~ 하지만 패키지 디자인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캔커피 브랜드의 광고들을 보면 젊은이들의 ‘사랑’이나 ‘이별’을 주제로 하며 감성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조지아 커피는 직장인들의 ‘공감’과 ‘위로’를 주제로 하는 광고 시리즈로 확실하게 샐러리맨들을 타게팅하며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을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해주는 브랜드사이트
블코 리뷰룸의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총 86명이 응모해서 25명이 당첨됐더군요. 대략 세 명중 한 명 꼴입니다. 히스토리를 좀 더 뒤져보니 제조사인 코카콜라에서는 파워에이드와 환타쉐이크 흔들흔들 같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규모로 리뷰를 진행하더군요. 제품 자체가 누구나 가볍게 먹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보니 제품 지급에 따르는 투명성 논란에 휘말릴 일은 없겠다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면서 좀 부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심리적 무게가 가벼워서 저같이 커피만 마시고 과제는 하지 않는 불량 블로거(?)가 생기는 등 의외의 변수들도 있겠죠...^^;
세상만사 모든 게 다 리뷰가 아닌 게 없겠지만, 이벤트에 응모하고, 당첨되고, 리뷰를 올리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리뷰 블로거(?)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기회를 제공해주신 블코, 코카콜라 담당자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쯤에서 제 첫번째 리뷰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살짝 까칠한 제 포스팅이 오히려 누가 되지는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덧) 커피하면 생각나는 노래들. blur의 Coffe & TV, Eagles의 Sad Cafe,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
역시 음악에서도 커피는 우리의 비루한 일상을 대변하는 메타포로 쓰이고 있더군요.
한때 Song 2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blur의 Coffe & TV를 링크해 봅니다. 제 Favorite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