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쯤, 아이와 스페인] Day 10 - 말라가의 상징, 말라게타 해변과 히브랄파로

여행 10일차, 말라가에서 이틀째 밤입니다. 아이들 재우러 들어간 남편이 소식이 없네요. ^^;
웬일로 아파트 거실에서 wi-fi가 잘 잡혀서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고 카메라로 찍은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 말라게타 주변 이면 도로. 진아가 계속 꽃할배를 떠올리며 '이서진 아저씨처럼 주차 기계에 동전을 넣어보고 싶다'고 해서 도로 갓길 주차를 시도했으나 차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어찌나 바짝바짝 붙여 일열 주차를 해놓았는지, 웬만한 운전 솜씨로는 주차를 시도하기 조차 힘들 정도. (알고보니 일요일은 무료주차!)

 

오늘은 일요일이었지요. 코스타 델 솔(태양의 해변)의 시작점이자 스페인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말라가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저희는 오늘 말라가를 대표하는 말라게타해변에서 종일 물놀이를 할 예정이었는데요. 날씨가 영... 저희를 도와주지 않네요.

 

낮 최고기온 25도. 평균 20도 정도여서 아무리 햇빛이 강하고 뜨거워도 그늘에 들어가면 긴팔 옷을 꺼내입어야 할 정도로 선선했습니다. 결국 물놀이는 발만 담궈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모래놀이와 놀이터로 만족해야 했지요. 

 

 

 

그래도 태양의 해변, 태양의 바다는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누드비치를 방불케하는 해변, 얼음장같은 바다인데도 서슴치 않고 뛰어드는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에 이곳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확대하면 해상도가 깨질 뿐입니다. - from 스티브 ^^;)

 

 

이런 곳에 놀이터라니. 유적지, 해변, 우리네 명동같은 시내 한 복판, 고속도로 휴게소 등 스페인에는 참 상상못할 곳에 놀이터가 많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부모로서 정말 고맙운 일입니다.. 비록 말라가에서 물놀이 한번 하지 못하고, 가져간 튜브는 그대로 고이 접어 가방에 다시 넣어 왔지만, 풀밭에서 도시락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해변 놀이터를 즐긴 시간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바다를 접한 지역이라 해산물이 풍부한 말라가, 다른 지역에서 보지 못했던 숯불구이 생선구이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생선에 길게 꼬치를 꽂아 굽는 방법일본 전통 방식 비슷하더군요. 내일은 재래시장에 나가 해산물을 한번 사봐야 겠다는 생각이...

 

 

물놀이를 할 수 없어서 예정보다 일찍 말라게티에서 철수해 숙소로 돌아가려던 중 맥주 한 잔 + 타파 하나 (= 2유로)를 가볍게 먹었습니다. 타파 메뉴를 총 두 개(빠에야, 달팽이 요리) 주문헸는데, 빠에야도 타파 메뉴로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더군요.

 

타파스는 알면 알 수록 더 흥미로운 음식문화입니다.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에스는 무조건 음료와 타파스를 따로 주문해야 하는데요. 안달루시아 지방 소도시들은 인심이 좋아 맥주나 와인 한 잔을 주문하면 타파 하나를 기본으로 내어 줍니다.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1.5유로 정도에 깔라마리(한치 튀김)같은 타파 접시 하나를 더 먹을 수 있고요. 두 명 이상같은 메뉴를 주문하면 큰 접시에 많은 양이 나오니 주문을 잘 하면 한 끼 식사로도 거뜬합니다. 오늘 메뉴는 토종입맛 아이들도 아주 잘 먹었네요.  

 

생각 난 김에 또 하나, 스페인을 여행하며 알게된 재미있는 식문화 하나는 알콜과 논알콜 음료가 동급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거의 모든 식당에서 맥주와 와인, 카바(스파클링 와인)를 마실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프렌차이즈, 심지어 버거킹에서도 생맥주를 팔고요, 알함브라 궁전 내 간이 매점에서도 제대로 된 무르시아 생맥주 서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음료가 포함된 플라멩고 공연이라면 '음료=와인, 맥주, 샹그리아, 주스, 탄산음료'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라더군요. 그러니 맥주 마니아인 부부는 시도때도 없는 유혹에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습니다. (운전을 해야 했으니까요... ㅠㅠ)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해가 아직 중천이라 알카사바에 올라보기로 했습니다....만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더군요.

 

 

그래서 예정에 없었지만, 더 높은 히브랄파로로 갔습니다. 원래는 알카사바와 히브랄파로 입장료가 합해서 3.5유로 정도 한다던데, 오늘은 무료라더군요. 오호~! @.@

 

 

 

히브랄파로는 알카사바를 방어하기 위해 건설된 성으로 아랍어로 '산에 있는 등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말라가 가장 높은 곳에 넓고 둥그렇게 둘러져 있어 시내에서 지중해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용감한 진아가 앞장 서주어 아찔한 풍경을 내려다보며 좁은 성벽길을 따라 아슬아슬 걸었습니다. 스릴과 경치, 모두 대단하더군요.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경치는 이제껏 지나온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그라나다 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 같았습니다.

 

 

성벽을 거의 돌고 내려오는데, 한쪽 계단에서 'I'm so happy~' 요즘 유행하는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오더군요. 고프로에 메가폰까지 등장한 것이 UCC를 찍고있는 듯 보였습니다.

 

 

흥겨워하는 아이들, 자기들도 한 번 해보겠다며 잽싸게 계단을 올라 춤을 추더군요. ㅎ 덩실덩실~ 어쩔...;

 

 

요즘 말라가 전역에는 이렇게 보라색 꽃이 예쁘게 만발했습니다. 야자수와 꽃, 바다가 어우러진 말라가 해변도로 풍경.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돌아오는 길에는 목살과 햄버거용 고기를 조금씩 사서 옥탑방 아파트의 넓은 옥상 테라스에서 맛있게 구워먹었습니다. 토종입맛 아이들과 함께라 하루 한 끼는 꼭 해먹고 있는데, 나름 현지 마트에서 우리와 같은 점, 다른 점을 비교하며 장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아.. 짧게 정리하고 자려고 했는데 벌써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네요.

이제 시차 적응도 제법 됐고 2~3일만에 한 번씩 짐을 싸는 것도, 터프한 스페인 사람들의 운전 습관에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시 전체가 낮 2시부터 5시까지 잠이 드는 시에스타와 10시가 되어도 밖이 훤한 밤은 도저히 적응이 안되네요. 그래도 내일을 위해 자둬야겠죠?  

틈틈이 또 글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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