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 사이, '난지한강공원 거울분수' 나들이

여행을 다녀오니 여름이 다 가버렸다. 

서둘러 온 가을 탓인지, 우리가 집에 돌아온 광복절 즈음부터 줄곧 서늘한 날씨가 이어졌다. 

집에 에어컨이 없는 탓에 여행 중에도 늘 더운 집에 돌아갈 걱정을 하곤 했는데, 정말 하늘이 도왔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아이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 올해는 내내 여행하느라 여름을 즐기지 못했다는 거다. 

캠핑도 못 했고, 계곡에도 못 갔고, 현장학습에도 따라가지 못했단다.

투덜거리던 진아는 급기야 "이제 여행 그만 갈래!" 선언해 버리기까지 했다.


"그래. 앞으로 여행은 네가 돈 벌어서 가!"


... 홧김에 소리쳤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서운했다. 미안하고 서운했다.



여름과 가을 사이, 한강 나들이



현실로 돌아오니 신경 쓸 것이 참 많다. 일도 일이지만 이른 추석 탓에 마음이 더 바쁘다. 

바쁘다는 핑계로 남은 여름마저 무심히 흘려보내던 주말 아침

갑자기 스티브가 '봐둔 곳이 있다'며 나가자고 했다.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난지한강공원이었다.

집에서 가까워서 자주 찾는 곳인데, 이번에 내린 곳은 전에 보던 풍경과 좀 달랐다. 

대형 분수도 있고, 널따란 풀밭도 있고, 광장도 있는 공원이었던 것.


요즘 날씨는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한낮 기온은 30도까지 치솟아 하루에 여름과 가을이 다 있다.

그래도 절기가 절기인지 바람을 타며 짝짓기를 하는 잠자리 떼가 많이 보였다.  

잠자리채 두 개를 사서 아이들에게 건네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 다닌다.

둘째 녀석은 길쭉한 잠자리채를 휘두르며 "번개~파워!" 외치는 번개맨 놀이에 더 심취했지만...;



12시가 되니 분수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난지한강공원의 분수는 1만 2,300㎡ 규모의 바닥분수다. 분수를 가동하지 않을 때는 수심 3㎝의 물을 가둬놓아 거울연못으로 활용해 '거울 분수'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요즘에는 거울 연못은 가동하지 않고, 낮 기온이 오르는 12시 부터 1~2시간 간격으로 20분씩 중앙부의 바닥분수만 가동한다고 했다.   



이곳 거울 분수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너도나도 물줄기를 좇아 뛰어드는 상황에서 물 좋아하는 진아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건 고문과 같았다. 

수영복이 없어서 안된다고 이야기해 봤지만, 설득이 될 리가. 

결국 입 나온 아이를 달래 팬티 바람으로 물 속에 들여 보냈다. 

수영장이 아니니 수질이 의심다. 그러나 표지판을 보니 저수조 청소와 물 교체, 수질 검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어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겁이 많아 분수 밖에서 물끄러미 누나를 바라보던 정균이도 곧 바지를 벗고 합세했다. 



어찌나 즐거워하던지.



때로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버금가는 물벼락도 맞았지만, 



많이 웃고, 즐겁게 뛰어다니며, 그간 여행하느라 못한(?) 한강 물놀이를 원없이 했다. 



신 나게 놀았으니 밥도 꿀맛이다. 짜장면이니 오죽했으랴~

즉흥적인 나들이라 주변에 쌓인 전단 중 하나를 골라 주문했는데, 나름 성공!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은 밥을 먹자마자 다시 잠자리채를 집어 들고 뛰어나갔다. 



종일 뛰어다니더니 이제 잠자리 잡는 데 선수가 된 진아. 

그리고 잡았는지 못 잡았는지, 누나가 하는 대로 덩달아 잠자리채를 내려놓는 정균.   



날개는 쥐는 폼도 제법이다. 

함께 잠자리의 생김새에 관해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어떤 종류인지 검색해 보기도 하고... 신나하는 아이를 보니 대화할 맛이 난다. 

뭐, 교육이 별건가?



간질간질, 손 등을 간지럽히다가 정균이 머리 위에 살포시 놓아주고는...



"잡았다~!" 정균이 잠자리.




이제 '엄마 잠자리'를 잡겠다며 다가오는 녀석들. ㅎㅎ



한강 변에는 어느덧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여름과 가을 사이. 

남은 시간은 이제 넉 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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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ip] 난지한강공원 거울분수 가동기간 (5~10월)

비수기 (9~10월)

평일 12:00, 20:00 / 휴일 12:00 14:00 16:00 20:00


성수기 (7~8월)
평일 12:00 16:00 20:00
휴일 
12:00 14:00 15:00 16:00 18:00 20:00


* 매 회 20분간 가동
* 매주 월요일은 저수조 청소 및 점검을 위해 가동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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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2014.09.03 10:28

    아 이런, 아이들도 태국에서 여름다운 여름을 보냈을 텐데, 또 한국의 여름을 즐겨줘야 하는군요. ㅎㅎ
    니가 돈벌어서 가에 빵 터졌어요. 멋진 추억 만들어 준다고 노력하셨을 그린데이님의 서운함이 느껴지는 한마디. ^^
    지금이야 저리 말하지만, 커서는 분명 따뜻하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을거예요.
    항상 분수대에서 물 벼락 맞고 노는 아이들 보면 부러워요. 어디서 아이를 하나 빌려와서 겸사 겸사 같이 들어가 볼까 싶기도 하고 ㅋㅋㅋ
    저는 짜장면 뽐뿌에 굴복. 오늘 점심으로 시켜 먹을랍니다. ㅎㅎㅎ

    • 2014.09.04 20:44 신고

      ㅎㅎ 짜장면 맛나게 드셨나요? (오이군도 짜장면 좋아하나요? ^^ 급 궁금)
      진아의 의견에는... 반박할 근거가 무궁무진했으나 참았습니다.
      스스로 느끼겠지요. (속으로는 울면서.)
      오랜만에 한강 나가니 정말 좋더라구요.
      가을에는 정말 국내여행을 좀 많이 다녀봐야겠어요.
      늘 다짐하지만 실행을 잘 못하게 되지만. 올해는 꼭!!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09.05 09:14

    코스모스를 보니 가을 분위기가 솔솔~! 도시락 싸들고 소풍가고 싶어지네요~

    • 2014.09.15 23:06 신고

      요즘 도시락 소풍하기에 넘 좋은 계절이에요~
      가까운 공원이라도 꼭 나가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