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식 삼각쿠션에 기대 바라본, 싸이리 비치의 낭만선셋

꼬따오에 머물렀던 13일간, 거의 매일 드나들었던 식당이 있다. 

오전 다이빙이 있는 날이면 돌아와 허기진 배를 채우고, 오후 다이빙이 있는 날이면 점심 무렵부터 우리를 기다린 아이들과 저녁을 먹거나, 함께 다이빙한 사람들과 이곳에서 가벼운 맥주 한 잔을 걸쳤다. 이름난 맛집은 아니고 그저 다이빙 스쿨 옆에 있는 허름한 식당이었지만, 새우튀김과 태국식 오믈렛(카이얏 싸이), 똠얌꿍 등 시키는 음식마다 기대 이상의 맛을 내던 곳이었다. 




▲ 아지트 같았던 싸이리 비치의 단골 식당, 빙고(Bingo)


해변에서 놀다가 젖은 채로 올라와 앉아도, 식사 후 노곤한 기운에 그대로 삼각 쿠션에 기대 잠들어도 괜찮았다. 이곳에만 오면 우리 몸을 옭아매던 밧줄이 느슨해지는 느낌이었다. 긴장됐던 바다에서의 시간은 저만치 밀려나고 마치 싸이리 비치의 하늘이 노을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것처럼 내 마음도 잔잔하고 느긋해졌다. 우리는 이 여유로움이 있는 해변 식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소박한 태국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을 좋아했다. 




  

매시간 빛을 바꾸는 푸른 바다, 하늘과 바다를 따뜻하게 물들이는 노을.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이 있는 해변식당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시간은 여유롭고, 아이들은 마음껏 뒹굴어도 되니까.



▲ (왼쪽)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던 완소 새우튀김. 태국은 새우 산지라 가격도 착해, 늘 두 접시씩 해치우곤 했다.
    (오른쪽) 태국식 오믈렛, 카이얏 싸이. 여기에 공기밥 하나를 주문해 케찹을 뿌려 비벼먹으면 정말 꿀맛이다. 


▲ 아름다운 노을을 배경으로 망고주스와 새우튀김을 즐기는 아이들



예전에 비하면 개발이 많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자연 그대로의 거친 매력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꼬따오의 해변.

찾아오는 수고만 감내할 수 있다면, 이토록 낭만적인 싸이리 비치의 노을은 누구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해가 완전히 바닷속으로 잠기면, 해변에는 하나 둘씩 횟불이 밝혀진다. 

고요하다 못해 정적마저 흐르던 해질녘 풍경과는 사뭇 다른,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온다. 

불쇼와 해변의 버킷 칵테일 파티는 따오 섬을 대표하는 또 다른 상징이지만, 이제 다이버와 어린이는 자야할 시간~ :)


꼬따오에 보낸 며칠은, 올해 중 가장 평화롭고 따뜻했던, 가능하면 오랫동안 붙들고 싶었던 시간이었다. 


### 


[여행 Tip] 꼬따오 빙고(Bingo) 레스토랑

위치: 반스 다이빙 리조트 (Ban's Diving Resort) 옆

추천메뉴: 카이얏 싸이(+밥), 새우튀김(+맥주), 오징어 튀김, 랏나 탈레, 똠양꿍, 얌운센
※ 직원들이 친절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의도적인 불친절이 아니니 먼저 웃는 얼굴로 대해보자. ^^  

[관련 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