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같던 어느 봄날, 대관령 양떼목장과 속초 여행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5. 5. 11. 10:36
초여름 같이 맑고 밝은 5월이 시작되던 날, 대관령 양떼목장과 속초에 다녀왔다.
진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두 번째 장거리 국내여행이자 아이들의 봄 단기방학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여행이었다.
사실 작년까지는 '언제'보다 '어디로'나 '어떻게'가 여행계획의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정해진 아이의 스케줄에 어른이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래서 선배들이 '입학 전에 많이 놀아둬라~'라는 말을 했던가?
DAY 1. 대관령 양떼목장에서 건초주기 체험을
올해부터는 봄 단기방학이 생겨 5월 1일부터 6일까지 약 일주일 남짓한 시간을 봄기운 만끽하며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진아가 다니는 학교 뿐 아니라,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에서 방학을 한다는 것. 때문에 황금연휴에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하는 가족들로 인해 이름난 관광지들이 몸살을 앓았다. 초보 학부모인 나는 처음 만난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서울-속초 6시간)에, 가는 곳마다 엄청난 인파를 만나며 계획 세워둔 앞으로의 여행이 많이 걱정됐더랬다.
설상가상으로 첫 목적지인 대관령 양떼목장에는 양이 없었다. 음?
목장의 양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기대했던 모습은 바로 이런 목가적이고 이국적인 풍경~! (몇해 전 가을)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어린양들과 만나보고 싶었... (몇해 전 가을)
그러나 현실은 건초주기 체험장에서나 양을 만날 수 있었다.
날씨는 이미 한낮의 기온이 28도에 육박하는 초여름이지만, 대지의 풀은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입장료를 받는 곳인데... 몇 마리쯤은 방목을 해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이들의 성화에 목장 산책에 앞서 건초주기 체험을 하기로 했다. 입장권을 내면 건초 한 바구니씩을 받을 수 있다.
둘째군의 신 난 발걸음. 하지만 뛰어오며 건초 반은 흘린듯..;
이제부터는 둘째군의 건초주기 체험기. 처음에는 건초를 보고 달려드는 양에 흠칫 놀라더니
"자~ 이렇게 손바닥 위에 건초를 올려서 양에게 주는 거야." 아빠의 특훈에 다시 용기를~!
"잘 자라라~" 베란다 새싹에 물 스프레이를 할 때 하던 말을 읊조리며 건조 한 줌을 양에게 건넨다.
"엄마~ 손바닥이 따뜻하고 간질간질해~" 몇 번 해보더니 이제는 양이 손바닥을 핥을 때까지 몸을 떼지 않는 둘째군.
울타리 밖으로 목만 내밀고 있는 양들의 모습이 좀 애처로웠지만, 곧 신선한 풀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올테니까.
건초주기를 마친 아이들은 나무그네도 타고.
월레스와 그로밋 캐릭터 앞에서 사진도 찍고 (근데 이게 왜 여기에??)
경치 좋다는 목장 정상까지 산책을 하기도 했다.
DAY 2. 보라카이 부럽지 않다. 송지호 해수욕장
다음날, 숙소 앞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봄 산에 올라볼까 하다가 무더운(!) 날씨, 그리고 아이들의 컨디션과 취향을 고려해 근처 해수욕장을 물색했다.
송지효? 아니. 송지호 해수욕장이다. ㅎㅎ
내비게이션에서 검색했을 때는 해변의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랐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놀만한 곳은 그닥 넓지 않았다는.
모래가 참 곱고 깨끗했고, 물은 더 맑고 아름다웠다. 화이트 비치는 아니지만 햇빛 받아 에메랄드색으로 투명하게 빛나는 바다는 보라카이 해변을 연상케 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아~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웠다니!
모래는 뜨거워도 물은 아직 얼음장인데, 오랜만에 바다를 만난 아이들은 겁도 없이 첨벙첨벙~
꼬마들은 오랜만에 모래놀이 삼매경
처음으로 모래찜질이라는 것도 해보고~
"배를 더 동그랗게 올려주세요~ 발가락이 자꾸 나와요~" 뭐가 그리 우스운지 연신 까르르대는 아이들.
마무리는 아빠 한 분이 희생되셨다는 소문이.. ㅎㅎㅎ
얘들아 즐거웠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