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6. 16. 07:00
샤프란볼루를 떠나 카파도키아로 향하는 길. 샤프란볼루는 작은 마을이라 카파도키아로 가는 직행버스가 없어 앙카라를 경유해 가야한다. 종일 이동만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뻐근해오는 허리. 그나마 다행인건 차창밖으로 터키의 목가적인 풍경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보니 작은 휴게소에 도착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정말 작은 시골 휴게소. 한쪽 구석에선 즉석에서 구운 괴프테가 단돈 1.5TL(한화 천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버스기사와 차장이 하나씩 나눠 먹는 것을 보고 관심을 보였더니 괴프테 굽던 아저씨가 친절하게 포즈를 취해준다. 4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앙카라 오토가르. 상상했던것 이상으로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 공항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수도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5. 24. 07:00
80년대 퇴폐 문화의 산실로 우리나라에서 이름을 날리던 터키탕. 터키에는 터키탕이 있을까? 터키에는 '하맘(HAMAM)'이라고 부르는 터키탕이 있다. 그러나 괜한 기대(^^)를 한다면 좀 실망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야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그런 음흉한 이미지를 갖게 됐는지 몰라도 원래 터키탕은 오래전 로마에서 유래한 건전한 목욕탕이다. 터키식 목욕탕 하맘(HAMAM) 터키탕은 어떤 곳일까? 터키탕은 내부가 대리석 벽돌로 지어진 공동 목욕탕이다. 내부에는 넓은 탈의실과 휴게공간을 갖추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중목욕탕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어떤 점이 다를까? 우선, 목욕탕에 물이 없다. 사방이 온통 뜨끈하게 덥혀진 건조한 대리석이다. 먼저 대리석에서 뿜어내는..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5. 14. 09:22
여행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낯선 곳에서 잠자기'가 아닐까. 내 몸의 껍질처럼 익숙한 침대와, 방과, 집과, 도시를 떠나 낯선 이들의 흔적으로 가득 찬 다른 도시, 다른 집, 다른 방, 다른 침대에서 잠든다. 불편하지만 고된 일정으로 노곤한 몸은 빠르게 잠으로 빨려 들어가고, 문득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발견하는 것은 낯선 잠자리에 물든 낯선 나, 혹은 나에게 물든 낯익은 잠자리다. - '여행자의 로망 백서' 中 여행자에게 좋은 잠자리란 깨끗한 침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홀로 떠난 배낭여행객에게 숙소는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먼저 다녀간 이들이 남긴 방명록이나 메모를 보며 가이드북에는 없는 주변 여행지에 대..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5. 12. 07:00
이스탄불을 떠난 것은 어둠이 짙게 깔린 밤늦은 시각이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샤프란볼루, 오스만 시대의 전통가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아름다운 마을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재다.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6시간. 오토가르(고속버스 터미널)로 가는 길에 메시지를 확인했더니 이런 오싹한 문자가 와 있다. 터키에 테러라도 난 걸까? 나중에 확인해보니 터키 동부에 쿠르드족이 있는 '반' 같은 곳이 제한지역이란다. 외통부 홈페이지에 보니 테러위험 정도에 따라 여행경보를 4단계로 나누는데, 터키 대부분 지역은 1단계. 이스탄불 오토가르는 언뜻 보기에 우리의 고속버스 터미널과 닮아 있었다. 터키에서는 고속버스가 지역 간 이동의 주요 교통수단이다. 기차나 비행기도 있지만 기차는 출/도착시각이 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