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숙소에서의 하룻밤 - 샤프란 볼루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 2010. 5. 14. 09:22
여행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낯선 곳에서 잠자기'가 아닐까. 내 몸의 껍질처럼 익숙한 침대와, 방과, 집과, 도시를 떠나 낯선 이들의 흔적으로 가득 찬 다른 도시, 다른 집, 다른 방, 다른 침대에서 잠든다. 불편하지만 고된 일정으로 노곤한 몸은 빠르게 잠으로 빨려 들어가고, 문득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발견하는 것은 낯선 잠자리에 물든 낯선 나, 혹은 나에게 물든 낯익은 잠자리다. - '여행자의 로망 백서' 中여행자에게 좋은 잠자리란 깨끗한 침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홀로 떠난 배낭여행객에게 숙소는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먼저 다녀간 이들이 남긴 방명록이나 메모를 보며 가이드북에는 없는 주변 여행지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운이 좋다면 다음 목적지까지 함께할 동행을 구할 수도 있다.
어떤 잠자리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터키에서는 교도소 건물을 개조한 이스탄불의 포시즌스 호텔이나 애거서 크리스티가 '오리엔털 특급 살인사건'을 쓴 페라팰리스 호텔, 수도사들의 은신처로 쓰였던 카파도키아의 동굴들, 그리고 19세기 오스만 가옥을 그대로 보존한 샤프란 볼루의 전통가옥은 한 번쯤 체험해 보고 싶은 잠자리였다.
(우) 늦은 저녁 하맘(터키탕^^)에 다녀와 보니 로비에 오렌지 향이 가득. 프런트에서 일하는 '알리'가 한 손에 작은 과도를 쥐고 열심히 오렌지를 깎아 먹고 있었다. 모른 척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친절한 그, 우리는 불러세우더니 과일 한 바구니를 내온다. '오렌지 먹을래요?'라고 물었을땐 정말 오렌지 하나를 기대했는데 정겨운 시골 인심에 쓰나미처럼 감동이 밀려온다. 그날 밤 우리는 에페스 맥주를 기울이며 많은 얘길 했다는~ (이후 다른 곳에서도 몇 번 과일을 대접 받은 적이 있는데 터키에서는 저렇게 과일과 과도를 함께 내와 각자 깎아 먹는 것이 보편적인 듯했다.)
옛 오스만 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샤프란볼루에는 19~20세기 초에 건축된 전통가옥이 2,000채 정도 남아있다. 마을전체가 1994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그중 800채가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고. 터키 예술가들과 사진가들에 의해 주목받기 시작한 샤프란볼루는 최근 들어 가볼 만한 여행지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을이 관광객들에 의해 때묻지 않기를 바라본다.
[숙소 정보]
* 갈라파토글루 펜션 (KALAFATOGLU KONAK OTEL)
Tel: (0370) 725-2411, 2270
가는 방법: 샤프란볼루 크뢴퀘이에서 펜션 픽업
가격: 인당 20TL (겨울 비수기 가격 - 터키식 아침식사, 핫샤워, 라디에이터, 에어컨 포함)
장/단점: 깨끗함은 말할것도 없고 흐드를륵 언덕이나 진지한, 진지하맘 같은 주요 볼거리 모두 도보 가능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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