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1. 3. 12. 08:08
협곡과 바위기둥으로 둘러쌓인 외계도시 카파도키아. 그 신비함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반드시 열기구를 타야한다. 바람과 함께하는 40분 남짓의 비행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신의 눈높이에서 이 기이한 자연을 바라보고 있자면 정말 이 곳이 현실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터키 여행 9일차, 카파도키아에서만 5일째. 배낭여행자에게는 다소 비싼 100유로(약 16만원)라는 운임에도 불구하고 나흘째 꼭두새벽에 일어나 예약한 열기구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 트래킹이 계속되는 고된 일정임에도 열기구를 타겠다는 일념으로 일찍부터 날씨와 바람의 세기를 체크한다. 기구가 뜰 수 있다면 숙소로 픽업차량이 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전화벨이 울리겠지. 열기구는 해가 뜨기 전인 이른 새벽에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1. 1. 14. 10:26
터키여행 8일 차, 카파도키아에서만 4일째. 계획대로 하자면 오늘 아침 페티예로 떠나야 하지만 기상 악화로 하루 더 묵는 중이다. 동행하던 친구를 먼저 한국으로 보내고 카파도키아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숙소지기에게 추천받은 곳은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높다는 '우치히사르(Uchisar)'. 해발 1,300m(한라산의 성판악 코스 높이)에 있는 세 개의 요새인데 비둘기가 많아 '비둘기 요새'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기암괴석은 그 자체로도 멋지지만 이곳이 유명한 진짜 이유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괴레메 마을의 전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우치히사르 성채와 내 맘대로 일일 가이드 '료이치(20)' 괴레메 오토가르에서 돌무쉬를 기다리다가 한 일본인 청년을 만났다. 어디서 왔고, 얼마나 여행 중..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11. 22. 07:30
터키여행 8일 차, 카파도키아에서만 4일째. 꼭두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컴컴한 동굴 숙소를 나와 손으로 바람을 느껴보니 오늘도 열기구 타기는 틀린 것 같다. 묵었던 동굴 숙소 내부. (도미토리) 계획대로 하자면 오늘 나는 페티예로 떠나고, 친구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터키 일정 중 가장 기대됐던 벌룬투어를 하지 못했으니 갈등이 생긴다. 오전 비행기로 떠나야 하는 친구를 붙잡고 며칠 더 묵어갈 것을 권하며 한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카이세리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 태워 보냈다. 숙소 앞에서 택시가 멀어지고 점이 될 때까지 한참을 바라봤다. 문득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것 같은 기분. 참을 수 없는 상실감과 공허함이 느껴진다. 그제야 나 자신을 마주 본다. 회사를 그만두고, 떨어져 지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