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쇼핑백 그린 데이 2013. 4. 8. 12:57
맥주를 맛있게 마시려면 일단 맥주를 잘 따라야 한다. 한때는 맥주 잔을 기울여 최대한 거품이 올라오지 않게 따르는 것이 맥주를 잘 따르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맥주를 즐기는 나이가 되니 적당한 거품이 맥주 맛을 좋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맥주 거품은 맥주를 맛있게 보이게 할 뿐 아니라, 맥주의 표면이 직접 공기에 닿아 산화되지 않도록 보호막 역할을 해 맥주를 신선하게 유지해준다. 또, 탄산가스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 맥주 고유의 톡 쏘는 맛까지 살려준다. 실제로 카푸치노 같은 부드러운 거품층이 맥주를 살짝 뒤덮은 일본의 생맥주는 맥주 맛도 좋지만, 거품 자체의 크리미한 식감이 맥주의 풍미를 더욱 살려준다. 유독 일본 여행을 가면 생맥주를 많이 마시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3. 2. 18. 07:30
가슴속에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솜브레로를 쓴 멕시칸 사나이 옆자리에 앉아 타코 하나씩을 주문합니다. 말쑥한 샐러리맨들이 둘러앉아 속닥속닥 비밀스러운 멕시코 여행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피클드 피그 스킨이란거 알아? 오이 피클을 만들듯이 돼지 껍질을 소금물에 절여 먹는 거래.""선탠한다고 폼 잡다가 너무 태워서 약국에 갔는데, 바디랭귀지가 잘못 통했는지 모기약을 권하더라고. 모르고 온몸에 발랐지 뭐야?""태양의 신전에서 태양의 정기를 받으면 아들을 낳는다며?" 홍대 앞 멕시코 음식점 마초스에는 낯선 곳에서 온 사람들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타코를 나눠 먹습니다. 타코를 한 입 베어 물때마다 홀로그램처럼 여행의 에피소드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큼지막한 벽화 그림이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2. 10. 17. 17:11
술 좀 하시나요? 그럼 저랑 낮술 한잔 어떠세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낮술을 먹는 것은 조심스러워 합니다. 대낮에 취한 얼굴로 다니는 것 만큼 조심스러운 것은 없죠. 하지만 주말 오후는 어떤가요? 홍대 카페골목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마치 유럽의 노천카페에서처럼 거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잔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지 않나요? 앞만보고 달릴 때가 있는가 하면 가끔은 숨을 고르고 벤치에 앉아 쉬어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평일이면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갔을 거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한잔 술의 즐거움. 그게 부드러운 크림 생맥주라면 즐거움은 배가 되겠죠. '낮/술/환/영' 햇살이 포근하게 내리쬐던 가을 오후, 가슴을 파고드는 주옥같은 문구에 이끌린 곳은 홍대 입구역 8번 출구 골목에 위치한 Thanx 였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