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맛집] 여행돋는 멕시칸 음식점, '마초스'

가슴속에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솜브레로를 쓴 멕시칸 사나이 옆자리에 앉아 타코 하나씩을 주문합니다.
말쑥한 샐러리맨들이 둘러앉아 속닥속닥 비밀스러운 멕시코 여행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피클드 피그 스킨이란거 알아? 오이 피클을 만들듯이 돼지 껍질을 소금물에 절여 먹는 거래."

"선탠한다고 폼 잡다가 너무 태워서 약국에 갔는데, 바디랭귀지가 잘못 통했는지 모기약을 권하더라고. 모르고 온몸에 발랐지 뭐야?"

"태양의 신전에서 태양의 정기를 받으면 아들을 낳는다며?"



홍대 앞 멕시코 음식점 마초스에는 낯선 곳에서 온 사람들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타코를 나눠 먹습니다.

타코를 한 입 베어 물때마다 홀로그램처럼 여행의 에피소드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큼지막한 벽화 그림이 멕시코의 분위기를 한껏 더하는 마초스, 저도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가슴속 배낭을 내려놓아봅니다.



타코, 브리또, 퀘사디아, 파히타... 대부분 가볍고 가격부담이 없는 음식들로 구성된 메뉴판.
한참을 고민하다가 추억의 음식 치미창가와 생맥주 한잔을 주문합니다.



앙증맞은 선인장 앞에 먼저 핫소스와 식기가 세팅되고,



범상치 않은 자태의 650ml 맥스 크림 생맥주가 등장합니다. 밀도 높은 크림 거품이 넘칠 듯 찰랑대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을 맞추고 말았지요.

안주 하나 없어도 오랜만에 맛보는 크리미한 맥주 맛에 자꾸만 홀짝이게 되더군요. 아~ 이 얼마만인지!



맥주를 반쯤 마셨을 때, 주문한 치미창가가 나왔습니다. 치미창가(Chimichanga)토르티야 사이에 콩과 치즈, 밥, 고기 등을 넣고 바삭하게 튀겨낸 뒤 토핑으로 살사소스, 구아카몰레, 사워크림, 다진 토마토, 채 썬 양상추 등을 얹어내는 멕시코 전통요리인데요. 만드는 방법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브리또와 비슷하지만 기름에 튀기는 것이 다릅니다. 속을 채우는 재료는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새우 등을 선택할 수 있고요. 기름에 튀겼지만 생토마토 등이 곁들여져 고소하고 상큼한 맛이 일품입니다.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멕시칸 음식 중 하나라고도 하더군요.


마초스의 치미창가는 2개의 브리또가 반씩 잘려 나오는데요. 양도 푸짐하고 맛이 좋아 둘이 안주로 먹기에 딱 좋았습니다.



역시, 두 번째 맥주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이번엔 500ml로 주문해봤는데요.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신선한 맥주 한잔과 이국의 향이 물씬 풍기는 치미창가는 궁합이 참 잘 맞았습니다.

멕시코 여행 이야기로 시작한 우리의 대화 주제는 어느새 다음 여행지에 대한 계획으로 이어지고 있었지요.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 추운 겨울이지만, 마초스에서만큼은 따뜻한 여행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일상이 지루하다 느껴질 때, 한 번쯤 가슴속 배낭을 내려놓고 싶을 때, 속닥한 장소에서 친구들과의 수다가 그리울 때, 색다른 음식과 맥주 한잔이 고플 때 찾으면 좋을 곳, 홍대 앞 맥스 크림생맥주 거리의 마초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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