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기억될 짜릿한 하와이, 오아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 크리스마스 휴가도 하와이에서 보내고 있다고 한다.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매년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오바마가 현재 머무르고 있는 곳은 바로 오아후~! 
아무리 고향이라도 그렇지, 대체 하와이, 오아후 섬에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매년 대통령의 가족이 찾는 걸까?

전 세계 신혼부부들이 가장 선망하는 허니문 여행지이자 가족 여행객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휴양지. 
하와이의 주도, 호놀룰루가 있는 곳. 연중 따뜻한 기후와 쾌적한 날씨, 자연과 도시, 휴양과 쇼핑이 공존하는 섬.
오늘은 하와이 이웃섬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자 하와이 여행의 핵심인 오아후 섬 일주를 떠나본다.



하와이 여행의 핵심, 오아후로~! 오늘의 일정





무지개 뜨는 아침, 카피올라니 공원



지구 반대편의 추위가 상상되지 않는, 유난히도 투명한 하늘과 따뜻한 햇볕이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하와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공원이자 내 하와이 여행의 첫 목적지였던 카피올라니 공원을 다시 찾았다. 

꽤 이른 시각이었는데도 해변을 따라 난 산책로에는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침 와이키키 비치쪽으로 선명한 무지개가 반짝~! 
와이키키 비치와 무지개는 활기찬 공원의 모습과 어우러져, 이곳에서 찍는 사진은 그대로 화보가 되었다. 


▲ 카피올라니 공원에서의 전문 포토그래퍼 사진촬영. 


사실, 나는 이곳에 정말 '화보 사진'을 찍으러 왔다. 

오늘의 일정인 오아후 테마투어에 '전문 포토그래퍼의 사진촬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찍은 사진은 바로 그날 저녁, 꽤 큰 사이즈(5*7)로 인화해 주는데 확인해 보니 역시 전문가의 솜씨라 퀄리티가 남다르다.


가끔은 여행할 때도 파티 스냅사진처럼 누군가 나의 여행하는 모습을 담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혼자 여행은 당연하고, 가족여행에서도 사진 찍느라 바쁜 나는 늘 제대로 된 내 사진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하와이 여행에서는 정말 '제대로 된 기념사진' 한장을 건졌다. 


허니문, 가족여행으로 하와이에 왔다면 전문가의 사진 촬영 이벤트는 더욱 기억에 남을듯 하다. 

여행은 사진으로 추억된다고 하지 않던가~!



하와이에 한국 지도를 닮은 마을이 있다? 마리나 릿지



하나우마 베이로 가는 길, 고급 주택가인 하와이카이 & 한국지도마을 (Hawaii Kai & Marina Ridge)에 잠시 차를 세웠다. 

마리나 릿지 마을은 언덕에 있는 마을의 모양이 한반도 지도와 신기하게도 비슷해 유명한 곳이다. 심지어는 남북의 경계 부분에는 38선 모양으로 주택이 없다. 애국심 강한 한국인이라면 꼭 한번씩 들러보는 곳. 재밌는 건 바로 옆에 있는 코코헤드 산(kokohead)은 일본의 '후지산'을 닮았다.


고급주택 이야기가 나와서 잠시 덧붙이자면 하와이 평균 주택가는 64만 달러로 미국 내에서도 가장 높은 편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평균이 37만달러이니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 우리와 좀 다른 것은 하와이의 집값은 산으로 갈 수록 더 비싸진다고 한다. '조망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비싼 지역은 '카할라'. 오바마 대통령의 단골 휴양지로, 현재 연말 휴가를 맞은 그와 가족들이 묵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노클링 명소, 하나우마 베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차로 약 20여 분 정도 떨어진 하나우마 베이는 오아후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치 중 하나다. 



철저한 관리와 보호 속에 깨끗한 바다 생태계를 지켜나가고 있는 하나우마 베이는 스노클링 명소로 알려져 있다. 

맑고 투명한 바다, 잔잔한 파도, 산호초, 바로 해안가 가까이에서 수만 마리의 열대어 떼가 스쳐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어 스노클링 초보자라도 하와이의 바닷속을 즐길 수 있다. 오아후 섬에서 자유일정이 있다면 꼭 한번은 들러야 하는 곳, 어른 허리까지 오는 얕은 수심은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해양공원으로 지정된 하나우마 베이를 즐기려면 환경보호에 대한 몇 가지 주의사항이 들어있는 10분 짜리 비디오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매일 3천명의 입장객만 받으며 화요일에는 클리닝 데이로 입장할 수 없으니 계획이 있다면 화요일은 피하고, 서둘러 출발해야 한다.  



에메랄드 빛 바다의 진수~! 마카푸우 포인트



오아후 섬 일주에서 만나게 되는 가장 시원스러운 광경, 오아후에서 가장 아름다워 하와이를 주제로 한 달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

에서 유일하게 7가지 색을 볼 수 있는 바다, 모두 마카푸 포인트(Makapuu Point)에 대한 설명이다. 

오른쪽 해안 절벽에는 빨간 등대가 있고, 왼쪽으로는 거대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졌다. 

정면으로 펼쳐지는 에메랄드 빛 바다는 어찌나 투명한지 속이 다 들여다 보일 지경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관광객들의 단골 촬영장소가 되기도 한다. 

절정의 푸른 바다 청명한 하늘, 웅크린 거북이섬을 배경으로 인증샷은 필수~!



영화 속 그곳으로~! 쿠알로아 렌치, 무비 사이트 투어


해안도로를 달려 오아후 섬 일주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 쿠알로아 렌치(Kualoa Ranch)에 도착했다.

그런데 울끈불끈한 산들로 둘러싸인 쿠알로아 렌치의 첫 인상은 목장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웅장했다. 

대체 이런 곳에서 방목을 하면, 소를 찾을 수나 있을까? 소나 말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혹시 공룡이나 고질라를 기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 스케일이 정말 대단했다. 가만보니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한 풍경이다. 알고보니 쿠알로아 렌치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첫키스만 50번째(50 First Dates), 펄 하버(Peal Harbor)'등 영화와 드라마 '로스트(LOST)' 등 셀 수 없이 많은 영화가 촬영된 곳이다. 내가 저 주름진 산을 보고 공룡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연상작용이었다. 



쿠알로아 렌치의 인기 영화 촬영지는 목장에서 운영하는 '무비 사이트 투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시간 코스로 돌아볼 수 있다. 사방이 오픈된 오래된 목장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며 각 영화의 촬영지로 직접 들어가는 투어는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대부분 비포장 도로라 조금만 속력을 내도 뽀얀 먼지가 그대로 창틀에 내려 앉지만, 그마저도 이곳의 낭만이자 아날로그적인 멋이라고 여겨진다. 차창 밖으로는 이따금씩 소나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보이고,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 가이드는 가끔씩 내려서 직접 열매를 주워 설명했는데, 사진 속 열매는 하와이어로 '릴리코이', 영어로는 '패션프룻'이라며 향이 좋아 주로 잼을 만들거나 버터에 향을 내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했다. 


이 훈훈한 청년은 누구일까? 바로 오늘의 드라이빙 가이드~!
미리 녹음된 한글 가이드를 틀어주고 이따금씩 쉬운 영어설명으로 이해를 도왔다.
의성어와 바디 랭귀지를 섞어 설명해 영어를 잘 몰라도 이해할 수 있을만큼 재미있게 목장을 소개했다.


▲ 창문이 없어 아름다운 목장 풍경과 웅장한 자연을 여과없이 그대로 볼 수 있다.
    단, 위험할 수 있어 창 밖으로 손이나 머리, 카메라를 내밀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미리 쓴 후에 출발하게 된다.


투어는 개인적으로는 할 수 없고 차량을 이용한 무비사이트 투어(1시간), ATV 투어(2시간), 승마 투어 등을 신청해 목장에서 일하는 가이드와 함께 이동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 내에 코스를 돌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무비 사이트는 천천히 이동하며 차창으로 관광하게 된다. 

투어중 차에서 내리는 포인트는 세 군데 정도가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쥬라기 공원' 촬영지이다.
굽이굽이 목장 길을 따라 가다가 갑자기 사방이 탁 트이며 웅장한 자연이 펼쳐지는 곳, 바로 이곳이 쥬라기 공원, 고질라, 로스트 등의 배경이다.  


▲ 가이드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공룡 인형을 카메라 렌즈에 바짝 붙여 실제 공룡같은 이미지를 연출했다.


쥬라기 공원 영화 사인이 있는 곳은 누구나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포인트다.
가이드에게 카메라를 맡기면 실제 이곳에 공룡이 등장한 것 같은 재미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ATV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사이트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자유롭게 보이지만, 아무데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니 안전수칙을 잘 따라야 한다. 앞 차와 간격을 맞춰 일열로 다녀야 하며, 지정된 장소에서만 멈출 수 있다. 



쿠알로아 렌치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목장 앞바다다. 그저 한낱 목장 앞바다라기에는 너무나 황홀한 풍경~! 

잠시 쉬어가며 발도 담그고, 망중한의 여유를 느꼈다.


▲ 바다 한가운데에 웅크리고 있는 거북이 섬과 모자섬을 배경으로 이런 사진 한장쯤 남겨주는 센스~!



할레이바, 맛집투어의 시작 새우 트럭



이제, 바쁘게 돌아봤던 오아후 섬 일주는 거의 끝나고 노스쇼어의 맛집투어를 시작할 차례. 

할레이바 마을은 유명한 서핑 비치와 가까워 서퍼와 장기 체류 여행자들이 머물며 하와이를 즐기는 곳이다. 

이들을 위해 마을 주변에는 맛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쉬림프 트럭에서 파는 새우 덮밥과 얼음 빙수, 쉐이브 아이스다. 



할레이바지역의 새우 트럭은 '지오반니'가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유명세 때문인지 요즘은 맛이 좀 덜하다는 평.

내가 들른 곳은 페이머스 카후쿠 쉬림프(Famous Kahuku Shrimp) 트럭으로 한국사람 입맛에도 잘 맞고, 주변에 외국인이 꽤 보이는 걸로 봐서는 맛집인 것 같았다.


▲ 새우 트럭의 메인 메뉴인 갈릭 쉬림프와 매콤한 소스로 양념한 쉬림프를 반반씩 주문했다. 
마카로니 샐러드와 밥은 기본으로 제공된다.



사진을 보니 순간, 다시 침이 꿀꺽~!

적절히 마늘향이 배인 새우는 어찌나 탱글하고 감칠맛이 돌던지, 그 비법소스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고 싶었을 정도였다. 

쿠알로아 렌치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인데도, 또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밖에 없었던 마약같은 그 맛~!  

5박 7일간 하와이 여행중 가장 맛있었던 식사로 기억된다.  



하와이식 빙수, 쉐이브 아이스


밥을 먹었으니, 입가심을 해야하지 않겠냐며 들른 곳은 '쉐이브 아이스' 가게.
얼음 빙수에 색색의 시럽을 끼얹어 주는데, 색과 맛을 선택할 수 있다. 보통은 무지개 색으로 다양하게 뿌려 먹는다. 

맛은? 달콤하고 시원하다. 한낮의 하와이 더위를 충분히 식힐 수 있을 맛~!



잠시 소화를 시키러 향한 곳은 서퍼들의 낙원, '선셋 비치'였다. 
이곳은 세계 서핑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큰 파도에 몸을 맡기는, 그야말로 TV에서나 봤을 법한 빅웨이브 서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해변에 자리잡은 사람들 옆에 카메라를 들고 서니, 머지 않은 곳에서 파도에 몸을 맡기는 서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곧 파도가 덮칠 것 같은데, 파도 가장자리를 타며 물살을 피해가는 모습이 여간 멋진 게 아니었다.



파머스 마켓에서 맛보는 싱싱한 파인애플


다시 차로 달려 도착한 곳은 파머스 마켓. 배는 이미 부른데, 아직 맛집투어는 끝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파인애플, 애플망고 등 농장에서 직접 따온 싱싱한 열대과일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나무에서 익은 파인애플은 아삭하고 달콤한 맛이 이제껏 내가 먹어봤던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돌(Dole)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겠어요~! 라고 선언하려는데, 

'이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이라며 손을 내미는 가이드님.

 돌(DOLE) 파인애플 농장까지 왔으니, 한 입만 먹어보자며 입을 벌렸다가 결국 바닥을 보고야 말았다.



이렇게 점심 포함 모두 다섯 곳의 맛집, 장장 10시간, 200Km 운행거리를 기록한 오아후 섬의 일주가 끝났다. 

조금 바쁘고 많이 배불렀지만, 주요 관광지에서 영화촬영지와 맛집까지 오아후 섬의 액기스만을 여행했기에 이보다 더 알찰 수 없었다. 


돌이켜보니 오아후 섬을 여행하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카피올라니 공원에서는 전문 사진가가 기념사진의 로망을, 쿠알로아 목장에서는 내가 한동안 푹 빠져봤던 미드 '로스트'와 각종 영화들의 환상을, 할레이바 마을에서는 자유여행에서나 할 수 있는 맛집 투어의 부러움을 채워줬다. 


패키지 투어였지만 그저 관광지만 둘러보기 보다는 한 장의 사진으로, 영화 속 한 장면으로, 혀로 맛보는 조금 독특한 여행이었다.

와이키키 해변만 있는 줄 알았던 오아후 섬의 이미지가 오감으로 와 닿는 짜릿한 추억, 

어쩌면 눈에만 담는 여행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하와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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