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순수한 원시자연으로, 하와이 '카우아이 섬'
- 센티멘탈 여행기/미서부 하와이 사이판 괌
- 2013. 12. 5. 10:40
카우아이(Kauai),
온통 원시 밀림으로 뒤덮여 있어 '정원의 섬'이라 불리는 곳.하와이를 이루는 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곳으로 무려 500만 년 전부터 화산폭발로 흐른 용암이 굳은 땅.
하와이언이 추천하는 카우아이의 주요 볼거리는 '와이메아 캐니언(Waimea Canyon)'과 '나팔리 코스트(Na Pali Coast)'.
하와이 이웃섬 여행은 주내선 기내에서 제공되는 지도를 훑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박력 넘치는 빅아일랜드의 지형에 비해 동글납작해 보이는 카우아이.
똑같이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검은 섬이지만 무기질이 풍부한 오래된 화산석은 초록의 열대우림을 피워냈다.
제주도의 80% 크기이지만 인구는 1/10만이 사는 하와이에서 4번째로 큰 섬,
뾰족하고 가파른 산악지대가 많아 차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 적인 곳.
주름진 산맥과 원시 밀림, 아름다운 해안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더욱 매력적인,
오늘은 카우아이 섬으로 떠나볼까? .
은밀하고 순수한 원시자연 속으로~! 오늘의 일정 @카우아이
장엄하다기보다는 포근한, 와일루아 폭포
▲ 와일루아 폭포 주립공원
카우아이 섬에서 처음 만난 절경은 주립공원인 와일루아 폭포(Wailua Falls). 와일루아 강의 남쪽 끝에 있는 높이 24m의 쌍둥이 폭포다.
산속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여느 폭포와는 달리 길가에 차를 세우고 볼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아 함께 데이투어를 했던 어르신들이 좋아하셨다. 주변에 무성하게 우거진 열대 식물과 꽃이 어우러져 장엄하다기보다는 포근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 100여 년 된 유칼립투스 나무길, 트리 터널
500여 그루의 유칼립투스 나무가 우거진 '트리 터널'을 지나 스파우팅 혼으로~
그런데, 코알라가 잎을 먹고 산다는 그 나무가 바로 이것? 주변에 코알라는 보이지 않았지만, 잎에 알코올 성분이 있어 코알라를 잠에 빠지게 한다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이 길에 빼곡히 심겨있다. 원래는 우거진 나뭇잎이 하늘을 둥글게 가려 트리터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데, 허리케인으로 인해 손실된 부분이 있어 계속 복구작업 중이라고 했다.
파도가 만든 분수, 스파우팅 혼
검은 용암이 흘러 바다 떨어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해변. 겉보기에는 여느 화산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다 풍경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사람들이 모두 한 곳을 보고 있다. 20~30초에 한 번씩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 스파우팅 혼, 분수처럼 솟구쳐오르는 파도
그들 틈에 자리를 잡고 나도 같은 곳을 바라보다가 깜짝! 해변으로 밀려든 파도가 갑자기 분수처럼 솟구쳐 오른다.
이곳은 스파우팅 혼(Spouting Horn)이라 불리는 곳으로 용암 구멍에 고인 물이 파도의 압력에 의해 분출되는 블로우 홀이다. 파도가 크면 클 수록 분수는 더 높이 솟구쳐 오른다. 파도가 용암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만들어내는 휘파람 소리가 때로는 굉음처럼 크게 들려 현장감을 더한다.
바다표범과 함께 수영을, 포이푸 비치
스파우팅 혼에서 차로 10분 남짓 떨어진 곳에는 카우아이를 대표 포이푸 비치(Poipu Beach Park)가 있다.
폭신폭신 밟히는 고운 모래가 있는 백사장, 수심이 얕은 해변,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름답고 평온하다.
특히 이곳에서 나는 직접 바다에 들어가 스노클링을 할 수 있었는데,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색색의 작은 열대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패키지 투어의 장점은 모든 장비를 여행사 측에서 대여해 준다는 점. 스노클링 장비는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잠깐 Tip]
* 포이푸 비치에서 스노클링을 계획한다면 선글라스, 수영복, 수건을 꼭 준비하자.
* 선크림도 필수이나 100mL 이상의 액체류는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으므로 작은 용기에 덜어 준비하면 좋다.
* 푸이푸 비치에는 한 칸짜리 탈의실이 있다. 수영복을 미리 옷 속에 입고 가도 좋겠다.
* 야외 샤워시설도 있지만, 간단한 샤워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와이 해수는 바닷물 특유의 비릿하고 끈적이는 느낌이 없어 간단한 샤워만으로도 다닐만하다.
운이 좋다면 해변으로 쉬러 나온 바다표범을 만날 수 있다.
이날 나는 천운이 따랐는지 평소에는 한 마리도 보기 어렵다는 바다표범을 두 마리나 봤다.
그것도 눈을 껌뻑이고 몸을 이리저리 뒤집는 깨어있는 모습으로.
비록 휴식을 취하는 바다표범을 방해하지 말라며 주변에는 안전 선이 쳐져 있었지만,
동물원에서만 보던 매끈한 그녀와 함께 누워 해변에서 뒹굴게 될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포이푸베이 골프클럽
실컷 바다에서 놀았는데, 골프장엔 무슨 일로?
▲ 하와이 음식, 로코모코
오늘 점심은 골프클럽에서 먹는단다. 하와이식으로~. 평소 궁금하던 '로코모코'라는 하와이 음식을 주문해 봤다.
로코모코는 우리말로 하자면 햄버그 스테이크 덮밥이다. 밥 위에 햄버그 스테이크와 치즈를 올리고 그레이비 소스를 뿌린 후, 달걀 부침 두 개를 덮으면 완성. 집에서도 손쉽게 해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요리다. 햄버거와 일본식 덮밥을 섞어놓은 듯한 이런 하와이 음식은 대부분 오래된 이민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시원한 하와이산 맥주 한잔, 빠질 수 없지~!
카우아이 커피농장
▲ 카우아이 커피 컴파니(Kauai Coffee Company)
든든하게 밥을 먹었으니, 이제 커피를 마시러 가볼까?
하와이 커피하면 빅아일랜드의 코나 커피가 가장 유명하지만, 사실 비옥한 땅에서 자라는 카우아이 커피를 더 알아준다고 한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빅아일랜드 데이투어는 코나가 아닌 힐로 지역을 여행하니, 실제 커피 농장에서 신선한 하와이산 커피를 사고 싶다면 카우아이 섬 투어를 하는 것도 좋겠다.
내가 들른 카우아이 커피 컴파니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하와이 커피를 직접 맛볼 수 있었다.
헤이즐 넛 향을 가미하듯 마카다미아 넛을 믹스한 커피가 인상적이었다.
커피나무에서 직접 빨갛게 익은 커피 열매를 따볼 수도 있다.
빨간 과육은 맛보니 살짝 달큰한 맛이 난다. 실제 커피콩은 씨 부분이다.
남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 와이메아 캐니언
이제부터는 조금 높은 곳에 올라 카우아이의 자랑인 와이메아 캐니언과 나팔리 코스트를 보러 간다.
와이메아 캐니언(Waimea Canyon)은 남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애리조나에 있는 진짜 캐니언만큼 크지는 않지만, 색색으로 퇴적된 협곡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붉은 바위 위에 옹기종기 올라앉은 나무들과 산의 굴곡이 그랜드캐니언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다.
와이메아 전망대에서는 길이 22km, 폭 1.6km, 깊이 1,097m인 와이메아 캐니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영화 '아바타' 촬영지, 칼랄라우 전망대 (나팔리 코스트)
와이메아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나팔리 코스트(Na Pali Coast)'를 볼 수 있는 '칼랄라우 전망대(Kalalau Lookout)'가 나온다.
▲ 칼랄라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나팔리 코스트
이게 과연 현실에 존재하는 풍경일까?
전망대에 서면 그야말로 탄성밖에 내지를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손으로 눌러 집어 놓은 것 같은 주름진 산새와 산을 이끼처럼 뒤덮고 있는 나무가 너무나 아름답다.
나지막하게 자라난 풀과 꽃은 마치 누가 심어놓은 것처럼 잘 정돈되어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어느 것이 하늘이고, 어느 것이 바다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푸르다.
카우아이를 왜 '신의 정원'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
구름이 살짝 내려앉았다가 천천히 걷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러고 보니 이 풍경,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다. 알고 보니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 쓰였던 곳이란다.
아바타의 나비 족이 공룡을 타고 날던 곳이 바로 여기!
영화를 보면서는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미지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이런 곳이 존재할 줄이야~!
아무리 카메라 렌즈를 광각으로 바꾸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봐도 감동적인 이 모습은 잘 담기지 않았다.
두 눈으로 담아둘 수 밖에 없는 나팔리 코스트의 풍경이 아쉽기만 했다.
카우아이 섬에 가야 하는 이유는 나팔리 코스트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칼랄라우 전망대를 제외하고는 육로로 가는 길이 막혀 있어서 바다에서 올려보거나, 헬기투어로 하늘에서 보는 것만 가능하다. 나팔리 코스트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시간을 내 한 번쯤 헬기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정글에서 해변, 산까지 다양한 매력이 있는 카우아이 섬.
실제로 내가 투어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관광과 해양스포츠(스노클링)을 겸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카우아이 섬을 택했다고 했다.
다른 이웃섬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그래서 더욱 잘 보존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다른 섬에 비해 차로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 여행 피로도가 덜했던 것도 좋았다.
순수하고 은밀한 원시 자연의 호흡을 느끼며 그야말로 '힐링'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내일은 태양의 전설이 있는 마우이로 향한다.
* 취재지원: Get About 트래블웹진